미군 장갑차에 죽임을 당한 두 어린 딸들을 생각하며

학생들과 함께 묵념을 하며

등록 2002.06.29 11:35수정 2002.06.2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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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처럼 분출되던 6월의 뜨거운 열기도 이제는 그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온 나라를 붉은 꽃밭으로 만들며 열광하던 월드컵 경기를 보며 가슴 뜨거워지던 그 감격 그 희열을 오늘은 잠시 접어두고 싶다.

나는 오늘 너무 슬프다.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우리의 어린 여중생의 아픈 사연을 접하며 나 자신에게 부끄럽다. 아니 월드컵으로 한층 높아진 우리의 의기양양함이 더 부끄럽다. 우리가 지키지 못한 우리의 어린 딸들의 죽음 앞에 무슨 할 말이 있단 말인가?

지난 6월 13일 경기도 양주군 광적면 효촌리 앞 지방도로에서 귀 미군 제2사단 소속 장갑차가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여중생 고 신효순·심미선양을 치여 무참하게 숨지게 하였다. 그러나 미군은 이 사건을 은폐 축소하였으며, 당사자를 처벌하지도 않았다. 군사 훈련 중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민간인 특히 어린 여학생이 죽었다면 과연 그 지휘관과 운전수를 문책하지 않았을까?

너무 속이 상한다. 열 다섯 어린 두 소녀의 영정 사진을 보니 눈물이 나왔다. 효순이와 미선이는 우리반 아이들과 나이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우울한 얼굴로 교실에 들어서니, 미술 숙제를 내러 보배가 알록달록한 지판화를 들고 나에게 인사를 하며 뛰어간다. 기술가정 수행평가 문제지를 들고 씨름하는 주희의 표정이 진지하기만 하다. 그 사이 인철이와 비룡이는 공을 가지고 장난을 하다가 주의를 듣고 제 자리로 돌아간다. 키 큰 성재는 국어 말하기 숙제를 프린트가 고장나서 사진을 못 뽑았다면서 프린트를 해달라고 한다.

소녀들도 죽지 않았다면 저럴 것이다. 숙제를 하고 시험을 걱정하고, 성적 때문에 고민하고 방과 후엔 친구들과 깔깔 웃으며 군것질을 하고….

그런 삶이 그 아이들의 몫이었으리라.


아침 조회에 들어가서 학생들에게 효순이와 미선이의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이 금세 흥분한다. 눈물이 글썽해지는 해지며 모두가 마음 아파한다. 미국이 우리와 축구에서 비겨서 기분 나빠 그런 것이 아니냐는 학생도 있다.

모두 함께 잠시 묵념을 하였다. 그리고 효순이와 미선의 명복을 함께 빌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이 땅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신께 기도하였다.


왜! 우리는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어야 하나?

미군의 무책임한 행정이나 오만함으로 인해 우리의 백성이 희생되어야하나? 우리 국가의 소신 있는 대처를 기다린다. 우리 모두 진실이 은폐되지 않고 올바르게 일이 처리되는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우리의 어린 딸이 두 번 죽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다시 한번 미군 장갑차에 의해 무참히 희생된 심미선, 신효순 우리의 어린 두 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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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경남 의령군 지정면의 전교생 삼십 명 내외의 시골 중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교사 이선애입니다. 맑고 순수한 아이들 눈 속에 내가 걸어가야할 길이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하나더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죠.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죠.


톡톡 6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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