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2.06.29 13:58수정 2002.06.2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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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죽순 자라듯이
우리 나라 속담에 '비 오는 날 죽순 자라듯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아이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기도 하기만, 다른 한편으로 이 말을 곰곰히 되새겨보면 기존 체제에 대한 저항이나 반란, 반역 같은 단어가 자꾸 떠오른다. 왜일까. 그래, 그것은 예로부터 대나무는 선비의 곧은 기상과 절개를 상징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그 대나무의 어린 싹인 죽순을 바라보면 가슴 저 밑바닥에서 용솟음치는 것이 있다. 어떠한 유혹과 협박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아니 대나무처럼 휘청휘청이면서도 절대 부러지지 않는 그런 기상이 용솟음 친다. 그래. 화살촉처럼 뾰족한 머리를 내밀고 푸르른 하늘로 쑤욱쑥 솟아오르는 죽순, 그 죽순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역사 속에 사라져 간 고구려인의 피가 용솟음 친다.
죽순. 예로부터 꿈에 죽순을 보면 자식이 많이 생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죽순은 우리 민족과 매우 친근한 식물이다. 또한 우리 나라 어느 마을을 가더라도 반드시 대나무밭이 한 두개쯤 있고, 오뉴월이면 그 대나무밭에서 쑤욱쑥 솟아오르는 죽순을 쉬이 볼 수가 있다. 이러한 죽순은 우리들 식탁에 올라 우리 민족의 건강을 지켜주었을 뿐만 아니라, 힘차게 하늘로 솟아오르는 그 기상은, 끝없이 외세에 시달리는 우리 민족에게 하나의 희망의 상징처럼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죽순대의 죽순이 가장 좋은 상품
우리가 죽순이라고 부르는 것은 대나무의 땅 속 줄기에서 돋아나는 대나무의 연한 싹, 다시 말하면 대나무가 마악 낳은 대나무의 자식을 말한다. 하지만 다 자란 대나무의 모든 형태를 다 갖추고 있다. 금방 태어난 아기라 할지라도 눈과 코와 귀와 손과 발 등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는 사람의 자식들처럼.
죽순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마디와 그것을 가로지르는 마디가 빽빽하게 늘어서 있는데, 각 마디에는 1장씩의 대나무껍질이 좌우 2줄로 마주보면서 붙어 있다. 또 아래쪽 마디 위에는 고리 모양처럼 배열된 짧은 뿌리가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대나무의 껍질이라고 하는 것은 잎집이 발달하여 생긴 것으로 상단에는 잎(잎몸)에 해당하는 작은 조각이 붙어 있고, 눈(가지)은 잎집의 중앙 마디 위에 붙어 있다.
죽순의 종류로는 맹종죽, 왕대, 솜대, 죽순대 등이 있다. 가장 큰 죽순을 자랑하는 맹종죽은 높이가 10-20센티까지 자라고, 왕대는 높이 20미터 정도로 자란다. 왕대는 추운 곳에서는 3미터 정도로 자라며 줄기는 녹색에서 자라날수록 점차 황록색으로 변한다. 솜대는 높이가 10미터 이상이고 죽순은 4-5월에 주로 나오는데, 적갈색을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죽순대는 중국이 원산이며 5월에 죽순이 나온다. 우리가 주로 식용으로 사용하는 죽순은 왕대와 솜대, 죽순대 등인데, 죽순대의 죽순을 가장 좋은 죽순으로 친다고 한다.
최근 우리 나라의 죽순 생산량을 살펴보면 1990년대 초에만 해도 1500여톤에 달했으나 1990년 중반부터는 860t에 불과해 점점 감소되고 있다고 한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많지만 비타민은 거의 없어
죽순은 예로부터 중국 요리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재료였으며, 우리 나라는 물론 가까운 일본에서도 선호했다고 한다. 죽순의 수확은 죽순이 땅 위로 올라오는 시기가 적기이다. 하지만 죽순을 채취할 때는 반드시 조심해야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땅 속의 줄기가 다치지 않도록 흙을 살살 파 헤치면서 조심스럽게 캐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멀쩡하게 잘 자라고 있는 어미 대나무를 죽이지 않는 지름길이다.
또 죽순 형태를 띠고 있다고 모두 죽순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우리가 보통 죽순이라고 하며 요리를 해 먹는 것은 어린 죽순을 말한다. 이미 다 자란 죽순은 죽순이 아니라 바로 갓 사춘기에 접어들고 있는 대나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죽순에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많지만 비타민은 거의 들어 있지 않다고 한다. 또한 죽순을 요리를 해서 먹을 때 혀 끝을 감도는 죽순 특유의 감칠맛을 내는 것은 죽순의 단백질 속에 30퍼센트 정도 들어 있는 티로신과 베타인, 콜린, 아스파라긴 등이라고 한다. 또 죽순을 삶아서 냉각시키면 그 즙이 하얗게 흐려지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죽순의 티로신이 열에 녹았다가 다시 차가워지면서 처음 상태로 되돌아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죽순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가 개발돼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죽순회, 죽순 김치, 죽순 된장국, 죽순 무침, 죽순 구이 등이 그것이다. 그 중 죽순회는 마치 생선회를 먹는 것처럼 초장에 찍어 먹는데, 혀 끝에 약간 까끌하게 다가오는 죽순의 감촉과 오도독 오도독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죽순뿐만 아니라 대나무의 잎도 해열과 거담, 폐렴, 기관지염, 당뇨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 널리 이용되었다고 한다. 또 약을 사먹을 수 없었던 가난한 서민들이 대나무 잎으로 대잎죽을 만들어 고혈압이나 노화방지에 이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므로 대나무는 갓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람들의 먹거리이자 약재로 이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대나무는 죽염을 굽는 통으로, 대나무 밥을 짓는 통 등으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죽순 통조림을 구입할 때 주의할 사항/죽순통조림을 떼어 보면 전면에 흰가루가 붙어 있는데, 이것은 티로신이 추출돼 응결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이 때의 죽순은 그 자체의 맛 성분이 대부분 죽순 즙액 속으로 빠져나갔다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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