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신문 다 죽는다

<경제포커스> 조-중-동 시장침탈로 고사위기

등록 2002.07.17 13:11수정 2002.07.1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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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신문들이 심각한 경영난으로 고사위기에 처해 있다. 중앙집중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지방지의 존립기반은 극도로 취약해졌다. 그런데 최근 3~4년새 중앙지들이 자본우위를 앞세워 지방시장을 약탈적 수법으로 침탈하여 지방지의 시장이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

서울에서 발행하는 과점신문들이 공짜 신문에다 비싼 경품까지 끼워 무차별적으로 살포하면서 지방지의 독자를 뺐어 가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추세로 나가면 멀지 않아 지방신문의 집단도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앙언론의 비대화와 지방언론의 쇠퇴화는 수도권 집중과 깊은 연관이 있다. 수도권의 면적은 11.8%에 불과한데 인구는 전체의 46.3%나 밀집해 있다. 사람만이 아니라 국가기능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해 있다.

정부행정은 물론이고 금융 교육 의료 산업 문화 등 국가기능이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몰려 있다. 그런데 역대정권이 산업정책도 수도권 중심으로 추진하여 지방경제가 급속히 황폐화하면서 지방언론도 존립기반을 거의 상실한 상태다.

그런데 1987년 신문발행등록 자율화 이후 신문시장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신설 신문사들이 시장에 참여하면서 일종의 카르텔에 의해 묶였던 발행면수 제한이 깨졌다. 선발 신문사는 후발 신문사의 시장침투를 봉쇄하고, 또 선발 신문사 끼리는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증면경쟁이 치열해졌다.

"내가 더 두꺼우니 더 좋다"고 자랑하는 증면경쟁이 12면에서 출발하여 60면까지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자본열위에 있는 신문사는 증면경쟁에서 쳐지게 됐다.

증면경쟁과 함께 부수경쟁도 치열해졌다. 자본우위에 있는 선발사들이 무가지를 대량 살포하면서 시장쟁탈전이 촉발됐다. 단순히 신문만 공짜로 뿌리는 것이 아니다. 이사짐을 옮겨주고 고가의 생활용품까지 경품으로 제공하면서 시장공략에 나서 시장질서가 극도로 문란해졌다. 그것은 단순한 판매경쟁이 아니라 살인도 불사하는 판매전쟁으로 확대됐다.


이런 상황인데 지난 1998년 12월 규제개혁위원회가 공정거래를 위한 신문업에 관한 특별고시를 폐지해 버려 시장질서를 더욱 혼탁하게 만들었다. 결국 자금동원력이 우월한 일부 중앙지의 독과점 현상을 심화시키고 말았다.

이렇게 되자 김대중 정부는 조-중-동의 언론탄압이라는 공격을 무릅쓰고 작년 7월 신문고시를 부활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의 ABC(발행부수공사제) 가입을 앞두고 과점신문들이 판매전쟁을 재개하여 그 실효성이 무력화됐다. 경품은 더 고가화하고 무가지 살포기간도 더 장기화하고 있지만 주무기관이 개입하지 않아 신문고시가 사실상 사문화되어 버린 상태다.


신문은 일반상품과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광고만 많으면 신문은 공짜로 돌려도 수지가 맞는다. 그런데 한국신문은 매출수입에서 광고수입이 80% 가량 차지한다. 신문들이 비싼 경품까지 주면서 신문을 공짜로 돌리는 이유는 광고수주를 늘리고 광고단가를 높이기 위해서 이다.

증면경쟁을 벌이는 이유도 늘어나는 광고를 게재하고 더 좋은 신문처럼 보이기 위해서 이다. 다시 말해 광고수주를 늘리고 광고단가를 높이기 위해 부수경쟁-증면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그 까닭에 무가지를 턱없이 많이 찍어 잉크도 마르지 않은 신문더미를 폐지공장에 팔아 넘기도 한다.

이 같은 증면경쟁-부수경쟁은 중앙지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자본우위의 중앙지가 40~60면에 이르는 무가지를 경품까지 얹어 무차별적으로 살포하면서 지방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한지도 10년여 년이 지났다. 신문시장은 포화상태라 신규수요-대체수요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시장개척이란 자금살포를 통해 타사독자를 약탈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지방에 분공장까지 짓고 현지에서 인쇄하여 물량공세에 나서니 자본열위의 지방지로서는 판매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지방지들도 판매싸움에서 지지 않으려고 증면을 위한 시설확충에 나서고 더러 무가지도 돌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지방지는 부채증가로 인해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하게 됐다. 지방지의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져 부산이 35%정도로 가장 높고 다음은 대구이며 나머지 지역은 10%선에 불과하다. 여기에다 일부 지방에서는 신문사들이 난립하여 과당경쟁-출혈경쟁을 벌임으로써 적자누적으로 집단도산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신문이 너무 두꺼워 독자가 원하는 기사를 찾기 어려워지자 광고 열독율이 떨어지면서 광고효과는 이에 비례하여 감소한다. 광고주의 입장에서는 독자의 눈을 끌자면 출혈을 무릅쓰고 광고의 크기를 늘리고 자주 게재하는 도리 밖에 없다.

증면경쟁이 치열할 수록 일부 과점신문의 광고게재율이 높아지고 전면광고가 많이 게재되는 것도 그 때문이고, 그래서 증면경쟁이 더욱 가열되는 것이다. 그 결과 일부 과점신문의 경우 광고게재율이 50~60%으로 오히려 기사게재율보다 높아 광고지인지 신문지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대기업의 광고가 일부 과점신문에 집중되면서 군소 중앙지와 지방지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언론재단이 작년 5월 조사한 결과 중앙지인 조선일보, 중앙일보의 1일 평균 전면광고 게재면수가 16.1면인데 비해 44개 지방지의 게재면수는 1.4면에 그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주 140면 이상 발행하는 6개 지방지의 게재면수도 3.8면에 불과하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지난 1년 사이에 광고시장의 편중현상이 과점 중앙지를 중심으로 더 심화되었다는 데 있다. 지난 6월 언론사들이 월드컵 특수를 누렸지만 그 몫은 방송 3사와 과점신문 3사의 것이었다.

대기업 광고주는 연간계획에 따라 신문사 창간기념 등에 광고를 배정하는 관례가 있었다. 그런데 신문시장에 독과점 체제가 구축된 이후 이런 관례마저 기피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만 광고를 게재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이다. 결국 과점 중앙지와 극소수의 지방 유력지를 중심으로 대기업 광고가 배정됨에 따라 광고시장의 과점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방 광고주의 경우도 연고판매에 따른 단발적 게재가 많은 편인데 이 또한 줄고 있다. 관청광고도 공무원단체의 압력이 현실화하면서 협조성 광고가 크게 줄고 있어 지방지의 수지기반이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

지난 10여년간에 걸친 증면경쟁-부수경쟁의 결과 신문시장이 자본우월자 중심으로 재편됐다. 이른바 조-중-동이라는 3개 과점신문들이 전국시장의 75%이상 점유하는 독과점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한국언론재단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1999년 전체 신문발행부수에서 지방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11.8%라고 한다. 지난 3년 사이에 그 비율은 더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은 서울에서 발행되는 10개 중앙지의 전국시장 점유율이 90% 이상 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지방지들이 나머지 시장을 놓고 혈투를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중앙지가 전국지 역할을 하지만 따지고 보면 서울지방신문에 불과하다. 기사를 보면 서울 중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기사를 주로 취급한다. 50~60면을 발행하는 과점 중앙지도 지방뉴스에 할애하는 지면은 도나 광역시를 단위로 1개면에 불과하다.

농업기사는 농민들이 집단행동에나 나서야 다루는 정도이다. 지방에서 대형사고-사건이 나더라도 간단하게 처리해 버린다. 지방주민의 관심사를 심층적으로 다루는 기사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유신독재와 신군부가 중앙지의 지방 취재망을 대폭 감축하여 주요 도시에 1~2명의 주재기자를 두도록 통제했다. 그후 언론환경이 크게 바뀌었으나 중앙지들은 증면-부수경쟁에만 몰두하고 있지 지방 취재망을 거의 확충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중앙지들이 지방기사의 상당량을 연합뉴스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지방신문의 보도내용을 그대로 베껴서 다음 날 보도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지방독자의 90% 가량이 중앙지를 구독하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가 정착되지 못하는 이유는 지방지가 발달하지 못한 데 있다.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대부분의 지방주민들은 누가 그 지방에 출마했는지 모르고 투표한 셈이다. 지방지를 읽지 않으니 누가 출마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중앙지는 현실적으로 1만명이 넘는 입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기는 커녕 소개할 능력도 없다. 그러니 지방자치가 발달하기 어려운 것이다.

신문시장의 독과점은 여론시장의 독과점을 의미한다. 신문시장의 독과점은 다양한 여론형성을 차단하여 성숙한 민주사회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회구조는 다양화-다원화하는데 보수성향의 과점신문들이 획일적인 사고와 일방적인 여론을 강요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과점3사의 소유구조가 사주1인의 지배체제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과점신문은 편향적 보도행태를 보이는 한편 소외계층-소외지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특히 지방별로 안고 있는 사회적-경제적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다. 한마디로 여론시장의 독과점은 족벌신문 사주의 가치관이 여론지배의 형태로 나타나서 국가운영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시장환경에서 지방지가 생존력을 발휘하기는 지극히 어렵다. 따라서 특단의 조치가 시급하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을 요청하기 이전에 지방사가 연대하여 시장질서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 신문고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신문협회의 의지부족으로 사실상 사문화됐다.

신문을 보는 대가로 발신자 표시 전화기, 장식용 수족관, 자전거와 같은 고가의 경품을 주고 신문도 여려 달 공짜로 준다. 월 1만2000원 짜리 상품을 파는데 판촉비를 이처럼 막대하게 투입하니 자본열위의 신문들이 존립하기란 불가능하다.

현재와 같은 시장상황을 방치하면 자본열위의 신문은 고사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따라서 지방사들이 언론운동 차원에서 연대하여 독점-거대자본의 약탈적 횡포에 맞서 투쟁해야 한다. 각사가 보도-논평을 통해 불공정거래를 고발하며 싸워야 살아 남는다. 정부당국이나 시민단체가 나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해 주도록 기대할 단계를 넘어섰다.

과점3사의 시장침탈이 날로 극성을 부리면서 지난해 3개 지방사가 폐간신청을 냈고 1개사가 폐업신청을 내서 작년말 현재 39개사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일부 지방에서는 신문사들이 난립하여 과당-출혈경쟁을 벌임으로써 경영난이 더욱 악화되어 이 상태가 지속되면 집단도산의 위기에 직면할 우려가 크다.

한국처럼 전국시장을 수도에서 발행하는 소수신문들이 독과점체제를 구축한 나라는 없다. 미국은 1476개 일간지(2000년) 가운데 전국지는 USA 터데이와 경제지인 월 스트리트 저널 등 2개 뿐이다. 뉴욕 타임스나 워싱턴 포스트도 지방지다.

일본은 세계 최대부수를 자랑하는 5대 전국지가 있지만 지방지의 시장점유율이 38.4%(1996년)에 이른다. 프랑스는 1950년대만 해도 지방지 점유율이 50%대였으나 1998년 그 비율이 71.2%로 높아졌다. 독일은 408개 일간지 중에서 401개가 지방지이고 시장점유율도 93.1%(2000년)에 달한다.

영국은 타블로이도 판형의 대중지를 제외한 전국지는 5개이고 지방지는 88개로서 시장점유율도 66.6%(2000년)를 유지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지방지가 전체 발행부수에서 72.0%를 차지하고 있다.

지방지들이 고사위기에 놓이자 한국기자협회가 지난 4월 지방신문육성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간담회, 토론회를 잇따라 열면서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와 별도로 강원도민일보가 중심이 되어 지방지들이 특별법 제정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하는 한편 지방신문 상설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도 신문기업의 집중으로 인한 여론독과점을 막기 위해 신문시장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한편 영세신문을 육성하기 위해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내용이 논의의 초점이 되고 있으나 어떤 정부지원도 편집권 독립과 투명경영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찮아 논의가 더 구체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16만부 이하를 판매하는 중소신문을 대상으로 기자교육, 인쇄기 교체, 사옥 마련 비용을 저리로 융자해 주고 있다. 또 세금감면, 정부보조, 여신보증을 실시하며 시장점유 상한선을 20%으로 제한하고 있다. 프랑스는 정부가 발행부수가 25만부 이하이고 광고수익이 전체수익의 25% 이하인 일간지에 대해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1개 신문이 전국적으로 20%, 특정지역에서 50% 이상의 시장을 점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비영리신문, 영세신문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광고수주가 부진한 2급 신문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대상은 유가지 8만부 이하, 광고게재율 50%이하, 특정인 지분한도 1/3이내, 발행부수 공개, 회계내용 공개 등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지방자치의 정착과 지방경제 활성화는 지방언론의 발달과 직결된다. 따라서 지방신문들은 언론개혁-정치개혁 차원에서 대통령 선거보도에 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에서는 중앙집중을 억제하고 지방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확고한 정치철학을 갖은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도록 지방신문들이 노력해야 한다. 지방신문이 연대하여 정당 입후보자한테서 지방신문을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받아 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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