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의 휴대를 막지않는 평양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12>

등록 2002.08.03 14:48수정 2002.08.0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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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을 방문할 때나 금강산을 갈 때면 항상 휴대폰을 북측에 맡겨야 한다.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하지만 휴대폰이 평양이나 금강산 지역의 전파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7월 20일부터 23일까지 평양을 방문했을 때 달라진 것을 느꼈다. 고려호텔에 짐을 풀었는데, 가방에 휴대폰이 그대로 있는 것이다. 순안공항에서 휴대폰을 수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알았다.

2000년 10월에 노동당 창건 55돌 행사에 참관하기 위해 42명이 평양을 방문했다. 그때 우리 일행 가운데 한사람이 휴대폰을 맡기지 않고 숙소로 왔다. 그때 겪었던 소동과 비교해보면 정말 깜짝 놀랄만한 일이다.

북측 인사들에게 왜 그런지 이유를 물었는데, 이제는 휴대폰을 맡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평양에서도 지금 일부지역에서 시험적으로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올 하반기에는 북측에서도 공식적으로 휴대폰을 사용할 것이란다. 휴대폰 사용을 위한 기반시설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 더 이상 확인할 수 없었지만, 흥미로운 변화인 것만은 분명하다.

한겨레신문은 ‘변화에 들어선 북한’이라는 연재를 통해서 북한의 경제개혁 조치 이후 북한 사회가 변하고 있는 모습을 소개하였다. 8월 3일치에서는 ‘경제개혁 핵심은 IT산업’이라는 제목으로 북한을 방문한 사람들의 말을 빌어서 정보화에 대한 북한의 분위기를 소개하였다.

휴대폰을 갖고 들어가게 되었으며, 신의주에서는 중국 휴대전화로 통화를 할 수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평양에 휴대전화가 보급된다면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크게 바꿀 것이다. 2001년 8월에 평양에서 열린 민족통일대축전 때 작은 소동에 민첩하게 대하지 못했다. 바로 우리측 방북단 사이에 충분한 연락수단이 없었고, 마찬가지로 북측 관계자들하고 신속하게 연락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겨레신문이 전하는 북한의 변화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컴퓨터와 인터넷의 보급이다.

이는 필자가 지난 7월에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확인했다. 평양시내에 있는 소년학생궁전에는 하루 6000여명의 어린이를 수용해서 수영, 농구, 태권도, 서예, 음악, 공연 등 등 각종 취미활동을 한다.


북측 안내원은 희망하는 어린이라면 누구나 소년학생궁전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이 컴퓨터 교육을 받는 곳도 구경할 수 있었다. 북측안내원에 따르면 컴퓨터 교육은 다른 교육과는 달리 희망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전국에서 영재를 선발하여 컴퓨터 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정보화에 대한 북한의 관심 정도를 알 수 있었다.


북한의 변화는 우리 언론의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변화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치적 잣대가 저마다 다르다. 무엇이 변화인지에 대한 논란이 무성하다. 하지만 최근 상황에서 확실한 것은 북한주민들의 생활이 변화하고 있고, 앞으로 더 크게 변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에서 7월부터 임금과 물가를 인상하고,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하는 등 경제개선조치를 취하였다. 당연히 우리 언론도 이를 주목하였다. 사실 북한의 변화는 놀랄 만하다. 최근 북한에서 취하고 있는 조치에 대해서 ‘해방 후 토지개혁만큼 중대’ 하다고 북한관리가 말했다.(연합뉴스, 2002.07.30)

북한의 경제조치로 시간이 지나면 북한 주민들의 가정생활과 사회생활 등 일상생활도 크게 변할 것이다. 생활비로 물건을 구입하고 주택이용료도 내야하기 때문에 벌써부터 가정경제를 어떻게 꾸려야할 것인지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다.

사회단체들도 독립채산제로 인해서 실리를 많이 확보한 단체와 그렇지 못한 단체로 나뉘어질 것이다. 실리를 확보하지 못한 단체들은 주민들에게 인기가 떨어질 것이고, 실리를 많이 확보한 단체들로 회원이 몰리는 현상도 발생할 것이다.

단체들 사이에 경쟁도 늘어날 것이고, 실리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개인의 창발성도 더 많이 발휘될 것이며, 그만큼 인간 욕망의 크기도 커질 것이다. 북한 사람들은 앞으로는 열심히 일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생활수준이 달라질 것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a 김창수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정책실장

김창수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정책실장

한겨레신문이 연재하고 있는 ‘변화에 들어선 북한’이라는 연재물이 눈에 띈 것은 북한의 경제개선조치가 알려진 이후 북한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의 경제조치 이후 주민생활이 바뀌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의 신문들이 이런 점에 주목해서 앞으로 북한주민들의 생활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생생하게 알 수 있는 알찬 정보들을 독자들에게 제공해주기를 기대한다. 북한 주민들의 삶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은 남북 동포들 사이에 있는 마음의 장벽을 그만큼 허물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2002년 대선을 앞둔 시기, 신문의 편파·불공정·왜곡보도에 대한 감시운동을 위해 각계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민주화운동의 대표세대인 3,40대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희망네트워크'(www.hopenet.or.kr)의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는 매주 화, 목, 토 격일간격의 모니터링 칼럼을 이어가고 있다.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에는 남북문제 전문가 김창수씨를 비롯해 김택수 변호사, 권오성 목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최민희 사무총장, 문학평론가 김명인씨,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 홍세화씨, 권오성 목사, 중앙일보 문화부장을 지낸 방인철씨, 소설가 정도상씨, 한서대 이용성 교수, 대학생 오승훈씨, 한홍구 교수 등 각계 전문가가 함께 하며 일반 독자 1인의 기고를 포함한다.

독자로서 필진에 참여하고자하는 분들의 기고와 ‘최고-최악의 기사’에 대한 의견은 희망네트워크 홈페이지(www.hopenet.or.kr)「독자참여」란이나 dreamje@freechal.com을 이용.- 편집자주

덧붙이는 글 2002년 대선을 앞둔 시기, 신문의 편파·불공정·왜곡보도에 대한 감시운동을 위해 각계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민주화운동의 대표세대인 3,40대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희망네트워크'(www.hopenet.or.kr)의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는 매주 화, 목, 토 격일간격의 모니터링 칼럼을 이어가고 있다.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에는 남북문제 전문가 김창수씨를 비롯해 김택수 변호사, 권오성 목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최민희 사무총장, 문학평론가 김명인씨,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 홍세화씨, 권오성 목사, 중앙일보 문화부장을 지낸 방인철씨, 소설가 정도상씨, 한서대 이용성 교수, 대학생 오승훈씨, 한홍구 교수 등 각계 전문가가 함께 하며 일반 독자 1인의 기고를 포함한다.

독자로서 필진에 참여하고자하는 분들의 기고와 ‘최고-최악의 기사’에 대한 의견은 희망네트워크 홈페이지(www.hopenet.or.kr)「독자참여」란이나 dreamje@freechal.com을 이용.-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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