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의 정권재창출 의지 간과"

정동년 전 남구청장, '광주에서 시민후보는 꿈이었나?' 강연

등록 2002.08.14 14:42수정 2002.08.14 16:07
0
원고료로 응원
a

정동년 전 남구청장, "지역감정은 의식문제가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 ⓒ 차혁렬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이른바 시민후보로 광주광역시장 선거에 출마해 선전했으나 낙선한 정동년 전 남구청장은 광주시민들이 정권교체만큼 정권재창출을 열망하고 있다고 패인을 진단했다.

정동년 전 청장은 13일 오후 '광주에서 시민후보는 꿈이었나?'란 주제의 강연을 통해 "선거기간 동안 열심히 돌아다니면서도 (반응이) 차갑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광주시민들이 '민주당 후보 지지=정권재창출 지지'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권재창출을 포기하고 무소속 후보를 지지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자원봉사자와 선거 치를 생각 말라?


"정권재창출보다 더 큰 가치는 없더라"

정 전 청장은 이날 <참여자치 시민대학-6.13출마자에게 듣는 '한국정치, 지방자치 이렇게 바꾸자'>의 두번째 강사로 나서 "이번 선거는 김대중 대통령의 퇴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권재창출에 대해 정권교체만큼 맹목적인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무소속 출마를 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며 시민들의 정서를 사실상 제대로 읽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정 전 청장은 이같은 시민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오늘날 '호남'이 처한 현실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바로 뿌리깊은 지역차별문제.

정 전 청장은 "지역감정은 의식문제가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라고 전제한 뒤 "호남사람들은 과거 30년 동안 지역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김대중이라는 정치인을 중심으로 단결해 정권교체를 이뤘는데 같은 맥락에서 이제는 본능적으로 정권재창출을 열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청장은 이어 "호남사람들은 과거 DJ와 관련,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면 뭐든 눈감아 줄 수 있다는 생각이었는데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많다"며 "호남사람들이 정권재창출을 위한 대표선수로 처음엔 이인제를 생각했다가 국민경선 때 노무현을 지지했는데 최근에는 급부상하고 있는 정몽준에 대해 호의적인 것도 그런 관점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정치 벽을 허무는 것이 시급한 과제"

a

"단체장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 차혁렬

정 전 청장은 "하지만 올해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을 못하면 지역차별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며 "그렇기 때문에 지역사회가 정권재창출 가능성을 찾아서 더욱 몸부림치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정권재창출이 안될 경우 과거 DJ와 같은 정치 중심도 없는 상황에서 과연 지역사회가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지 고민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럼 시민후보는 정말 꿈이었나? 정 전 청장은 "이번 선거에서 시민후보가 연말 대선과 연계되면서 어려운 선거를 치렀지만 이와 함께 절반이 넘는 유권자들이 아예 정치와 선거에 무관심한 모습을 보인 것도 심각한 문제였다"며 "민주화운동세력과 시민운동세력이 뭔가 잘못된 정치풍토에 경종이라도 울리려고 몸부림이라도 쳐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 전 청장은 "어려울지라도 포기하지는 말아야 한다"면서도 "돈과 조직의 거대한 힘이 지배하는 현실정치의 벽을 허무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정 전 청장은 또 이날 강연에서 "한국정치와 지방자치가 '야만적'일 정도로 독점체제를 이루고 있다"며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 전 청장에 따르면 지방 대 중앙의 예산만 놓고 보더라도 80%를 중앙정부가 장악하는 등 권력의 중앙독점이 심각한 상황인데 지방정부에서는 이와 유사하게 단체장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돼 있다는 것.

정 전 청장은 자신의 구청장 경험에 비춰볼 때 결재과정에서 실무자들에게 소견을 첨부하도록 해도 책임지지 않으려고 구청장에게 결정을 미루는 병폐로 인해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지방자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전 청장은 또 이같은 원인은 왜곡된 자치단체장 배출시스템에서도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바로 치열한 경선과 공천을 통해 고비용 정치구조 속에서 탄생한 단체장이 자신의 권한을 조금도 내놓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정 전 청장은 그러나 "이처럼 중앙정치나 지방정치가 특정개인에게 지나치게 권력이 독점돼 결국 개인의 판단 잘못으로 인해 정치와 행정이 흔들리면서 주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는 위험한 구조, 위험한 사회”라고 지적했다.

정 전 청장은 따라서 "중앙권력부터 지방에 과감하게 이양하고 지방정치에서도 단체장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 <참여자치 시민대학> 3강좌는 8월 22일(목) 오후 7시 광주시 북구 신안동 고려시멘트 빌딩 10층 강당에서 민주당 후보로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했던 김두관 전 남해군수가 “지역주의를 넘어 자치와 분권으로”란 주제로 강연한다.

덧붙이는 글 <참여자치 시민대학> 3강좌는 8월 22일(목) 오후 7시 광주시 북구 신안동 고려시멘트 빌딩 10층 강당에서 민주당 후보로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했던 김두관 전 남해군수가 “지역주의를 넘어 자치와 분권으로”란 주제로 강연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재단법인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 근무하며, 지역이 잘 살수 있는 정보 및 문화산업 발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2. 2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3. 3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4. 4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