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그를 빼놓고는 한국 정치를 설명할 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찍이 30년 전부터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으며, 몇 번의 영광과 엄청난 탄압 속에서 개인이라기 보다는 핍박받는 민중, 호남 지역의 상징으로 기능하게 된 그에 대한 감정은 극단적인 호감과 적대감이 교차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사실 지난 대선은 "김대중이냐 아니냐"를 놓고 치열하게 맞부닥쳤던, 또 누가 반 김대중 진영의 대표 주자냐를 두고 다툼이 벌어졌던 선거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에 대한 양극단의 평가는 물과 기름만큼이나 섞일 수 없는 것으로 한쪽에서는 그가 대통령만 되면 전과는 완전히 다른 희망찬 시대가 열릴 줄로 믿었고 다른 쪽에서는 나라가 완전히 망할 뿐 아니라 빨갱이 소굴이 되리라 생각했으나 그가 대통령이 된 후에도 양쪽 모두가 생각했던 만큼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요는 대통령 한 사람이 바꿀 수 있는 부분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복잡해진 현대 사회에 대통령이 모든 일을 할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는 법. 결국 대통령을 새로 뽑는 것보다는 대통령 주변의 인물들과 국가를 운영하는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요체라고 할 수 있으나, 그 당시 신한국당과 국민회의 혹은 지금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책 차이는 말만 조금 다를 뿐 전혀 없다 시피하며 정부의 요직을 잡았던 사람들 역시 일부 대통령 측근을 제외하고는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이렇게 되니 결국 정책보다는 인물을, 그나마도 지역/학벌 등을 보고 뽑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정계에서 추진되고 있는 신당 논의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오직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합종연횡과 이합집산, 지역감정 등으로 점철되어 있는 듯 보여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신당 아니라 뉴 밀레니엄 슈퍼 초 울트라 하이퍼 신당을 만들어도 그 구성원은 옛날 그 사람들이고 몇 명 참신한 사람이 끼여도 얼마 가지 않아 함께 타락할 따름이다.
그것은 민정당이 민자, 신한국당을 거쳐 한나라당으로 바뀌고 평민당이 신민, 민주, 국민회의를 거쳐 새천년민주당이 되어도 그 본질은 전혀 변하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다.
이왕 몇 십억, 몇 백억이 드는 신당 창당을 할 바에 조금 부담스럽고 어려운 길이지만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하고 시스템을 바꾸는 데에, 정책 중심의 정당으로 거듭나는 데에 투자하는 것이 국민의 바람에 부응하여 궁극적으로 정권을 얻는 길이라 생각한다.
더욱이 국민의 정부 5년간 정치가 파행이었던 것도 정계 구도가 오직 DJ/반DJ(혹은 호남/영남)로 나뉘어 정형근씨부터 김문수씨까지 혹은 권정달씨부터 이태복씨까지 허화평씨부터 장기표씨까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들이 한 당에 섞여 있었기에 기인한 바 큰데 지금 추진되고 있는 정계개편도 다른 이유는 별로 없이 오직 이회창/반 이회창 혹은 거기에 덧붙여 "반창비노" 이런 스타일의 신당창당으로 이질적인 인사들을 한 당에 섞어 놓는다면 앞으로 5년간의 정치도 알만한 수준이 될 것이다.
국민들의 바람은 당 이름 바꾸고 몇 명 영입하는 정도가 아니라 근본적인 개혁이라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것이 노풍과 정풍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 역시도 인물의 인기와 참신함에 기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의미 없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유권자들도 그 나물에 그 밥인 현 정계 지형을 바꾸기 위해 인터넷 등을 통해 정치권에 압력을 행사하거나, 그게 어려울 것 같으면 아예 기성 정치가 아닌 제3의 대안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진보정당이나, 인터넷정당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오직, 정권획득과 선거승리를 위해 원칙을 깨는 모습은 이제 보고 싶지 않다. "이번 한번만"이라는 말에 속은 지도 제법 오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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