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 '칼럼'
베르베르의 <쥐의 똥구멍을...> '표절' 논란

'안티조선' 사이트 [우리모두]서 네티즌들 논쟁 벌여

등록 2002.08.31 09:17수정 2002.09.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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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선일보 8월30일자 김광일 칼럼.

조선일보 8월30일자 김광일 칼럼.

<조선일보>의 지면의 '트렌드&아젠다'라는 칼럼에서 현란하고 현학적인 기교의 글을 선보이고 있는 김광일 논설위원의 30일자 <현대판 '소년 십자군'>이 한 유명 외국작가의 글을 상당 부분 표절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안티조선 사이트인 우리모두(urimodu.com) 쟁점토론방에 아이디 '흠......'이 올린 글을 보면 김광일 논설위원의 칼럼 상당 부분이 작가 베르베르의 글 한 부분을 그대로 표절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사실 30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김 위원의 <현대판 '소년 십자군'> 칼럼을 보면 글의 흐름이 중간중간 부자연스럽게 끊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13세기 소년십자군의 이야기 중간 중간에 느닷없이 현재의 이야기를 끼워넣어 '포퓰리즘'이니,'약탈충동','~를 무지무지하게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의 억지스런 의미의 연결을 시도한다. 표절 원문에 자신의 생각을 끼워넣은 탓일 것이다.

어쨌든 결국 김광일씨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자발적 여러 팬클럽이나 서포터즈(아마 노사모를 특히 지칭하는 듯함)의 맹신과 어리석음을 비웃어주고 조롱하는 데에 있는 듯하지만, 오히려 이 칼럼은 소년십자군들을 노예로 팔아먹은 사악한 '시칠리아인'의 모습에 사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오도하는 <조선일보>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키고야 만다.

끝으로 김씨는 '누가 너에게 해를 끼치거든 앙갚음을 하려 애쓰지 말고, 그저 강가에 앉아 기다려라. 머지않아 그 사람의 시체가 떠내려가는 것을 보게 될지니'라는 중국 속담(?)을 인용하며, 다들 '~를 무지무지하게 좋아하는 사람'같은 쓸모없는 어리석은 짓하지 말고 입닥치고 가만 있기를 권유한다.

소년십자군은 맹신과 광기가 빚어낸 비극적인 역사적 사건이다.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발상이 억압된 '주류'와 '독점'의 시대가 어떠한 폐해를 낳게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조선일보>는 자신의 안보상업주의와 언론권력에의 맹신에 비판과 질책을 가해주는 안티조선 단체와 시민들을 배척할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낄 필요가 있다. 이렇게 표절한 것도 친절히 지적해 주지 않는가?


다음은 안티조선 사이트 '우리모두'에 아이디'흠......'이 인용한 베르베르의 글과 김광일 논설위원의 글이다.

- 소년 십자군 -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쥐의 똥구멍을 꿰멘 여공 - 51쪽>



소년들이 주축이 된 최초의 십자군 원정은 1212년에 있었다. < 어른들과 귀족들은 예루살렘을 해방시키는데 실패했다. 그것은 그들의 정신이 순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리고, 그래서 순수하다>라는 논리를 펴면서 하릴없이 빈둥거리던 젊은이들이 십자군원정을 조직하겠다고 나섰다.

그 충동적인 움직임은 주로 신성로마제국에서 일어났다. 그리하여 일군의 소년들이 신성로마제국을 떠나 성지를 향하여 출발했다. 그러나 그들은 지도하나 변변히 갖추지 않았다. 그들은 남쪽을 향해 가고있으면서도 자기들이 동쪽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론 강 유역을 따라 내려갔다. 그들 무리는 수천을 헤아릴 만큼 수가 점점 불어났다. 그들은 도중에 마을이 나타나면 농부들의 식량을 약탈했다.

어느 마을에서 주민들에게 길을 물었더니 곧 바다에 당도하게 될 거라고 했다. 소년들은 바다를 어떻게 건널 것인가를 걱정하지 않았다. 모세에게 기적이 일어났듯이, 자기들이 예루살렘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바다가 자기들에게 길을 열어주리라 확신했던 것이다. 그들이 다다른 항구는 마르세이유였다. 바다는 그들에게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며칠을 항구에서 기다렸지만 헛일이었다.

그러던 차에, 시칠리아 사람 둘이 나타나서 예루살렘까지 배로 데려다 주겠다고 그들에게 제안했다. 소년들은 기적이 일어난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적이 아니었다. 그 두 시칠리아 사람은 튀니지의 어떤 해적단과 짜고 소년들을 모두 예루살렘이 아니라 튀니지로 데려갔다. 거기서 소년들은 모두 헐값에 노예로 팔렸다.

조선일보 8월30일자 [트렌드&아젠다] 현대판 ‘소년十字軍’

소년들이 주축이 된 최초의 십자군 원정은 1212년에 있었다. 소년들의 명분은 단순했다. “어른들과 귀족들은 예루살렘을 해방시키는 데 실패했다. 정신이 순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리고, 그래서 순수하다….” 그들은 곧바로 규합했다. 대개는 할일없이 빈둥거리던 젊은이들이 십자군 원정을 조직하겠다고 나섰다.

그 충동적 움직임은 주로 신성 로마제국에서 일어났다. 일군의 소년들이 신성 로마제국을 떠나 성지(聖地)를 향해 출발했다. 그러나 그들은 변변한 지도(地圖) 하나 갖추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남쪽을 향해 가고 있으면서도 동쪽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무리는 수천을 헤아릴 만큼 점점 불어났다. 도중에 마을이 나타나면 농부들의 식량을 약탈했다.

‘용기’는 깃발처럼 펄럭였고, ‘정의’는 강물처럼 흘렀다. 그 순진한 피는 800년이 흐른 오늘날까지 동서양 할 것 없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주로 포퓰리즘(populism·대중영합주의)에 결탁해야 하는 스크린계, 스포츠계, 그리고 정계 주변에 스스로 순수하다고 믿는 ‘순정한 가슴’들이 조직되고 있다. 연령은 10대부터 노령까지 다양하지만 마음만은 소년이라고 믿는 사람들이다. 인터넷은 그들을 묶는 아교풀이자, 소식을 주고받는 비둘기(傳書鳩)가 되고 있다. 서포터스 팬클럽은 우후죽순처럼 도처에 피어나고 있다.

그들은 웃고 있다. 누가 뭐래도 평화주의자들이다. 그렇지만 가끔은 800년 전 소년십자군 때부터 잠복한 ‘약탈충동’이 표면에 부상한다. ‘순정한 가슴’들은 도덕적 고지를 선점했다고 믿기에 그들과 패션이나 패러다임이 다른 부류를 ‘부도덕한 자’로 단죄하고 침탈하기도 한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문제는 나라를 위로 끌든 밑으로 밀치든 그들이 “항상 옳다”고 믿는 데 있다. 그들은 다양화된 사회의 산물이면서도 상대방의 다양성을 쉽게 인정 못하는 이중 잣대에 갇혀 있다. 본인들은 어디까지나 ‘~를 무지무지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순정 덩어리인 것이다.

1212년 당시 소년십자군들이 어느 마을에서 주민에게 길을 물었더니 곧 바다에 당도하게 될 거라고 했다. 소년들은 바다를 어떻게 건널 것인가를 걱정하지 않았다. 모세에게 기적이 일어났듯이, 자기들이 예루살렘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바다가 길을 열어주리라고 확신했던 것이다. 그들이 다다른 항구는 마르세유였다. 바다는 그들에게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며칠을 항구에서 기다렸지만 헛일이었다. 그러던 차에 시칠리아 사람 둘이 나타나 예루살렘까지 배로 데려다 주겠다고 제안했다. 소년들은 기적이 일어난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두 시칠리아 사람들은 해적단과 짜고 소년들을 예루살렘이 아니라 튀니지로 데려갔다. 거기에서 소년들은 모두 헐값에 노예로 팔려갔다.

이처럼 헛되이 모세를 기다리는 전통도 800년이 흐른 오늘날까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가짜 모세’도 아직껏 죽지 않았다. 해적단들도 여러 가지 다른 모습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를 무지무지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소속된 현대판 소년십자군들은 정치에 속고 스포츠에 팔려갈지도 모른다. 발등에 입이라도 맞출 듯이 마음을 바치고 있겠지만 정치스타 뒤에 도사린 거대 정파들의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권욕이, 그리고 스포츠스타 뒤에 빨판을 뻗치고 있는 거대 자본의 냉혹한 상업주의가 소년십자군을 울릴지 모른다.

이들은 기적의 예루살렘이 멀지 않았다고, 그래서 곧 ‘우리들의 세상’이 올 것이라고 서로에게 최면을 걸겠지만 ‘가짜 모세’가 지팡이로 내려치는 바다는 결코 갈라지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차라리 이런 중국속담을 믿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누가 너에게 해를 끼치거든 앙갚음을 하려 애쓰지 말고, 그저 강가에 앉아 기다려라. 머지않아 그 사람의 시체가 떠내려가는 것을 보게 될지니.’( 김광일/논설위원 kiki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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