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과 한국정치

꿀벌같이 땀흘리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정치를 꿈꾸며

등록 2002.09.02 12:43수정 2002.09.02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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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공룡학자 래리 마틴은 "한국은 세계적인 공룡 연구의 보고"라며 감탄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공룡의 화석 발자국 등이 수십 곳에 널려져 있다.

공룡은 6500만년 전 멸종하기 전까지 지구를 지배해온 유일한 존재였다. 수십 미터가 넘는 크기와 수십 톤에 달하는 무게 그리고 대적할 만한 적이 없었던 공룡은 2억년이 넘는 동안 큰 탈없이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다.

이러한 무적의 공룡이 멸종한 원인은 예기치 않은 소행성의 충돌로 말미암아 지구에 빙하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자연적 재앙과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었던 공룡은 멸종하여 화석으로 존재할 뿐이다.

이러한 공룡을 연구하는 목적은 공룡의 멸종에서 교훈을 얻고, 수억년 전 지구의 환경 그리고 생태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인류라는 종(種)이 긴 무리의 영속적인 진화와 진보를 도모키 위함일 것이다.

어쨌거나 공룡의 낙원이었던 우리나라에서 공룡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널려져 있는 공룡 화석과 발자국 등 유적이 제대로 보존돼 공룡관광단지나 환경 및 문화가 어우러지는 공룡투어 등으로 가치있게 활용되길 기대한다.

그런데 공룡화석의 보고인 한국의 정치현실을 바라보다보면 정당 정치연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세계적인 보고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만일 수백년 후 아니 수십년 후 우리 후손 또는 외국의 정치학자들이 오늘날 한국의 정당 정치 현실을 연구하다 보면 래리 마틴의 감탄을 능가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티라노사우루스와 같은 작은 두뇌의 거대 난폭 정당이 있는가 하면, 시조새처럼 조류인지 파충류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정당, 카멜레온처럼 자기 모습을 상황에 따라서 변화시키는 정당과 정치인도 있다.


공룡의 화석을 통해 당시의 환경과 지구생태, 그리고 공룡의 생활방식과 수준을 가늠할 수 있듯 한국의 정당과 정치인을 연구해보면 국민의 수준과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제 영역의 문제가 드러나게 될 것이다.

공룡의 멸망을 자연적 재앙이라는 외적 원인에서만 찾는다면 답은 없다. 영화 <딥 임팩트>처럼 핵무기와 용감한 우주비행사만 준비하면 될 뿐 아닌가?


그러나 내적인 문제 즉 거대공룡은 적이 자신의 꼬리를 물어뜯어도 뇌에 통증이 전달되는 데까지 30초나 걸렸다는 말처럼 공룡은 몸집만 컸지 외부에 대한 도전과 변화에 대한 대처 능력은 턱없이 부족해 수억년의 주인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이제 '한국호(號)'를 경영하고자 꿈꾸는 각 정당의 경우, 밖으로부터의 도전에 제대로 응전을 할 수 있는지 또한 내적인 준비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판단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가 넉달이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5년 동안의 기간을 어떤 집단과 누군가는 집권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흥미롭지만 암담하기도 하다.

관객으로서는 흥미로울 수 있지만 주인으로서는 공룡 멸망의 교훈이 한국 정치의 몰락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 망하는 것은 정치인과 정당만의 몰락이 아니라 한국호 자체의 몰락이다.

공룡의 몰락이 필연일 수밖에 없었다면 공룡의 길이 아닌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정당과 정치세력이 만들어지려면 정치인들에게서가 아니라 유권자, 국민에게서 찾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한때 200만명이라는 국민이 참여해서 뽑아놓은 노무현 후보는 10%대의 인기도 하락이라는 참담함을 겪고 있고, 거대야당의 이회창 후보는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오만하다. 정몽준의 수직 상승은 이카루스의 날개처럼 불안하긴 마찬가지가 아닌가.

공룡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닌 개미와 꿀벌처럼 땀흘리고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들이 참여해야 한다. 1시민 1시민단체 가입하기운동을 벌였던 시민단체들이 1인 1당 가입하기 운동을 한다면 신선할 것이다.

보수 진보를 떠나 세상의 논객들이라는 인텔리와 학자들 역시 정당가입운동을 통해 정치살리기를 해야 한다. 그 당이 한나라당이면 어떻고 민주당 또는 민주노동당이면 어떠한가. 한국정치의 수준을 높이고 존경하는 대통령을 만들어내는 길은 그것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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