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김대업씨를 겁내는 이유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 27>

등록 2002.09.10 10:03수정 2002.09.1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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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거짓말은 열 개의 거짓말을 필요로 한다.
하나의 진실은 그 외의 진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 또 다른 거짓말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우리는 김대업이라는 병역비리 전과자와 이회창이라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거짓말 게임을 보고 있다. 둘 중의 하나는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 반면에 둘 중의 하나는 분명히 진실을 말하고 있다.

어제 한나라당에 의해 '도둑놈' 혹은 '사기꾼'으로 불리우는 김대업씨가 국회 앞에서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채택해달라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는 기사를 여러 신문에서 볼 수 있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마지못해 <연합통신>의 기사를 받았고, <중앙일보>와 <경향신문>은(인터넷을 통해 수차례 검색해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 보았다면 그건 필자의 책임임) 아예 <연합통신> 기사마저도 받지 않았다. 반면에 <한겨레신문>과 <문화일보>는 기자의 실명을 밝힌 기사를 싣고 있었다.

참으로 묘했다. 한나라당은 검찰청사에 몰려가 항의를 하면서도 국회에서 병역비리를 밝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었다. 한편 한나라당에 의해 고발당한 김대업씨는 스스로 국정감사의 증인이 되겠다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여기에서 몇몇 언론의 김대업씨에 대한 태도가 참으로 궁금했다. 지난 8월 13일 <동아일보>의 박성원 기자가 쓴 ''교도소 출신'에 목맨 정치권'이라는 제목의 '기자의 눈'을 보면 그 태도의 일면을 볼 수가 있다.

a 동아일보 8월 14일자 [기자의 눈]

동아일보 8월 14일자 [기자의 눈] ⓒ 동아일보

박성원 기자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사를 쓴 모양이다. 교도소 출신 혹은 국립대학 출신이라는 표현을 사용해가며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럴 듯하게 인용부호를 사용해가며 객관적인 양 포장했지만 사실은 한나라당의 편에 서 있었다. 나아가 <조선일보>를 비롯한 몇몇 신문은 김대업이라는 인물에 대해 전과자라는 사실을 부각시키며 그가 폭로하는 정보의 가치를 과감하게 폄하하는 기사를 수없이 내보냈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만일 김대업씨가 병역비리로 인한 전과 6범의 의무 부사관 출신이 아니었다면 이회창 후보의 두 아들에 대한 병역비리에 대해 털끝 하나라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성실하고 공평무사한 병무청 소속의 공무원이라면 어느 누가 병역 면제의 청탁을 하겠는가? 진실만을 말하는 공무원이라면, 비리에 관한 정보를 거의 갖고 있지 않을 것이다.

병역비리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전과자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보다도 병역비리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갖게 되었다는 역설의 진실을 애써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비리에 관한 정보를 어느 누구보다도 많이 갖고 있는 한 명의 전과자를 후보직 사퇴까지 내걸고 오직 진실만을 얘기한다는 대통령 후보 이회창이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까닭은 무얼까? 아울러 한나라당의 어떤 이유로 김대업씨를 그토록 겁내고 있을까?

바로 여기에 거짓말 게임의 핵심이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지 말고, 만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면, 후보직 사퇴까지 내걸 정도로 진실하다면 김대업씨를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칼럼이나 사설을 <조선일보>나 <동아일보>는 어찌하여 쓰지 않는 것일까?

병역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을 한나라당 스스로 믿을 수 없다고 했으니 이번에는 국회에서 김대업씨의 거짓말을 밝히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해야 정론직필의 언론답지 않을까 생각한다.

a 정도상 소설가

정도상 소설가

그렇지 않다면, 때때로 진실은 거짓말 속에도 있는 법이기에 은연중에 한나라당의 편을 드는 언론은 김대업씨가 무섭고 두려워 침묵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전과자와 대통령 후보의 거짓말 게임에 국회를 동원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한나라당이 김대업씨를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채택하기를 절대로, 절대적으로 불가하다고 목청을 높이면 높일수록 오히려 전과자가 더욱 진실해 보이는 까닭 또한 무엇인가?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 28>은 9월 12일(목) 오승훈씨로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2002년 대선을 앞둔 시기, 신문의 편파·불공정·왜곡보도에 대한 감시운동을 위해 각계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민주화운동의 대표세대인 3,40대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희망네트워크'(www.hopenet.or.kr)의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는 매주 화, 목, 토 격일간격의 모니터링 칼럼을 이어가고 있다.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에는 정도상씨를 비롯해 김택수 변호사, 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창수 민족회의 정책실장,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권오성 목사,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 홍세화씨, 문학평론가 김명인씨, 중앙일보 문화부장을 지낸 방인철씨, 이용성 한서대 교수, 권오성 수도교회 목사, 대학생 오승훈씨, 민언련 사무총장 최민희씨 등 각계 전문가가 함께 하고 있다.

독자로서 필진에 참여하고자하는 분들은 희망네트워크 홈페이지(www.hopenet.or.kr)「독자참여」란이나 dreamje@freechal.com을 이용.- 편집자주

덧붙이는 글 2002년 대선을 앞둔 시기, 신문의 편파·불공정·왜곡보도에 대한 감시운동을 위해 각계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민주화운동의 대표세대인 3,40대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희망네트워크'(www.hopenet.or.kr)의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는 매주 화, 목, 토 격일간격의 모니터링 칼럼을 이어가고 있다.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에는 정도상씨를 비롯해 김택수 변호사, 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창수 민족회의 정책실장,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권오성 목사,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 홍세화씨, 문학평론가 김명인씨, 중앙일보 문화부장을 지낸 방인철씨, 이용성 한서대 교수, 권오성 수도교회 목사, 대학생 오승훈씨, 민언련 사무총장 최민희씨 등 각계 전문가가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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