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사 산사음악회 정률 스님 소리 공양 김우출
| | | 청정도량 청량사 | | | | 경북 봉화에는 이름 그대로 청량(淸凉)함과 고귀함을 간직한 청량산이 있다. 거대(巨大)하고 빽빽한 기암괴석(奇巖怪石)으로 이루어진 열 두 봉우리가 나그네의 눈길을 잡는다. 그 연화봉 기슭 한 가운데에 천년 고찰(古刹) 청량사가 자리잡고 있다.
연꽃처럼 둘러쳐진 꽃술 자리에 자리잡은 청량사는 신라 문무왕 3년(663)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송광사 16국사의 끝 스님인 고봉선사(1351-1428)에 의해 중창된 절이다.
창건 당시 승당동 33개의 부속건물을 갖추었던 대사찰로 봉우리마다 자리잡은 암자에서는 스님들의 독경(讀經) 소리가 청량산을 가득 메웠다고 한다. 하지만 조선 불교를 억압한 주자학자들에 의해 절은 피폐하게 되어 현재는 청량사와 부속건물인 응진전만 남아있다.
청량산은 외형과 달리 안으로 들어서면 기묘(奇妙)한 바위의 절경(絶景)이 이어지고 암벽 사이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수목(樹木)들이 경이감(驚異感)을 자아낸다. 생명이 깨어나는 봄, 녹음이 우거져 화창한 여름, 붉은 색으로 물드는 햇살이 영롱한 가을, 그리고 바위마다 쌓이는 하얀 눈 속 어느 것 하나도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www.cheongryangsa.org) | | | | |
경상북도 봉화 청량산 청량사에서 지난해에 이어 두 번 째 산사음악회를 갖는다고 했다. 작년에 장사익, 안치환, 한경애 등의 가수가 왔었고, 산사에서의 자연무대가 너무 좋았다고 했다. 아주 일찍 가지 않으면 자리를 잡을 수 없다고 해서 영주에서 오후 세 시에 출발을 했다. 거기까지 한 시간이면 갈 수 있을 텐데 일곱 시에 시작한다면 세 시간을 어떻게 기다리느냐고 했더니, 일찍 가도 볼거리가 많다고 해서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주말에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하늘은 무척 맑게 개어 있었다. 이미 오후 3시에 식전행사로 '육법공양(六法供養)'이 있었다고 했다. '육법공양'이란 신라시대부터 행해온 전통예법으로 여섯 가지 신성한 공양물을 부처님께 올리는 의식을 말한다. 이 여섯 가지 공양물은 향, 등, 차, 꽃, 과일, 쌀이 보편적으로 쓰이며 이중에서 차와 꽃 공양은 별도의 문화예술 장르인 다도(茶道)와 불교 꽃꽂이로 발전되기도 했다.
이 육법공양 의식의 절정인 각 공양물을 올리는 순서는 부처님을 찬탄하고 불자의 발원을 담은 게송(偈頌)이 범패(梵唄)로 불려지는데, 최근에는 이 게송을 우리말로 번역해 국악가락에 얹어 부름으로써 참가한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마음을 모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 청량사 산사음악회를 하나의 상품으로 뽑은 관광열차까지 왔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마 올해도 그렇게 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교통 경찰들이 차량을 통제하여 일찌감치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부지런히 걸어 올라갔더니 공연 장소에 도착했다. 이미 앞자리에 앉아 있던 K양(27)에게 이 행사를 어떻게 알고 왔느냐고 물었더니 일행 중의 하나가 작년에 와서 봤는데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며, 올해는 인사동 조계사 근처에 포스터가 붙은걸 보고 새벽 6시에 집을 나섰다고 했다.
그 뿐이 아니다. 지난 6월 월드컵 때 도심지에 붉은 악마들이 모이는 모습을 TV에서 빨리 비추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지금 무대 정면 높은 곳에 자리잡고 내려다보고 있으니 마치 그 때처럼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여드는 모습이 끝이 없다. 작년에 떡과 팸플릿을 나누어주던 사람들이 나중에는 모자랐다면서 7천명이 왔다는 말이 있는데, 올해는 만 명이 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간혹 연주자들이 악기 조율을 하거나 가수들이 목청을 푸는 모습이 보였다.
드디어 6시 50분이 되자, 약속대로 공연을 시작했다. '산문(山門)을 열고'라는 제목으로 안동 용수사에서 수행하고 계신다는 하유 스님의 법고(法鼓)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지자, 영화 '서편제'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진 배우 오정해의 사회로 2002년 제2회 청량사 산사음악회가 시작되었다.

▲청량사 산사음악회 관객들 김우출
대웅전이고 요사채고 간에 입추의 여지없이 빽빽하게 모여든 관중을 보고, 진행자는 자리가 비탈진 곳이 너무 많으니 위험하게 자꾸 올라오지 마시고, 아래에 평탄한 곳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곳에 안전하게 자리잡고 '빔프로젝트'로 실황 중계되는 화면을 이용해달라고 했다.
먼저 안동대 정숙희 교수가 이끄는 솔뫼무용단이 '꽃잎을 즈려밟고' 라는 제목으로 가을산을 수놓았다. 현란한 조명 불빛은 탑과 나뭇잎들을 꽃으로 피어나게 했으며, 좌우의 바위들이 알라딘의 요술램프에 나오는 거인마냥 크게 솟아 있었다.
정률 스님의 소리공양은 우리들의 귀를 너무나 평화롭게 해주었다. 장삼자락을 바람에 휘날리며 뱉아내는 맑은 음률은 멀리 청주에서 이 공연을 보러 올라온 딸의 마음을 사로잡을만 했다. 스님께서는 출가하기 전에 성악을 공부하신 것인지, 스님이 되고나서 성악을 시작하신 것인지 궁금하다는 딸의 질문에 어느 쪽인들 그게 무슨 상관이 있냐면서 현실적으로는 양편이 다 가능하다고 해 주었다.
'태하연'이라는 어린이의 시조창 순서였다. 장고와 대금을 반주로 끊어질 듯 이어지는 시조창은 어른들도 어렵다는 그런 숨고르기가 신기에 가깝다는 느낌이었다. 다음으로는 '두드락'이라는 타악기 그룹이 펼치는 '신명의 소리여행'이 시작되었고, '신촌블루스'의 엄인호, 정경화가 '심연으로의 초대'라는 제목으로 '골목길', '아쉬움' 등을 선보였다. 사회자인 오정해가 서편제라는 영화에서 불렀던 '아리랑'을 맛뵈기로 들려주었고, 청량사 주지스님인 지현 스님의 인사를 기점으로 산문(山門)은 마치 나이트클럽을 옮겨놓은 듯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최소리와 자유인'은 '소리를 본다'라는 제목으로 신들린 소리를 보여주었다. 일찍이 그룹 '백두산'에서 드럼주자로 활약했던 최소리는 소리연구를 위해 입산 경력까지 있는 분이라고 했다. 요사채 앞에는 스님과 수녀님들이 손뼉을 치면서 장단을 따라하고 있었고, 장삼과 가사를 휘날리면서 스님 한 분의 열광적인 춤이 이어지자, 조명을 보던 기사가 대웅전 앞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었다.
"이렇게 스님들이 수도하는 청정도량에서 광란의 밤을 보내고,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자면 부처님도 돌아앉았을 텐데 어쩌지?" 하는 내 말을 듣고 아내는 "부처님도 이 정도는 '아그들아, 스트레스 잘 풀었냐?' 하고 귀엽게 봐 주신다"고 했다.

▲스님과 함께 보고 있는 수녀님들 김우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ttp://www.yjinews.com/에서도 볼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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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영주고등학교, 선영여고 교사. 한국작가회의 회원. 대경작가회의, 영주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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