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한 유감

대체근무제·모병제 논의와 양심적병역거부 이유 본질부터 달라

등록 2002.09.29 13:45수정 2002.10.01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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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의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와 같이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는 이스라엘에서 지난 17일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 213명이 자국의 군대를 점령군으로 규정하고 군 복무를 거부하는 서한을 총리와 국방장관에게 보냈다고 한다.

이들은 서한에서 "이스라엘 군은 전쟁범죄와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현실은 고통과 공포, 그리고 절망을 낳고 팔레스타인 측의 테러 공격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점령은 비도덕적일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시민들의 안전도 해친다"면서 군복무 거부이유를 밝혔다.

지난 12일 국내 입영예정자인 나아무개(26.ㅅ대 4년 휴학)씨와 인권운동사랑방 등 34개 사회단체 모임인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연대회의'는 기자회견을 갖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공개선언'을 했다.

나씨는 발표문을 통해 "전쟁 대신 평화를, 국가에 대한 일방적 복종과 순응 대신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를 원하는 내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고자 한다"며 "대체복무제가 실시될 경우 군대내 인권개선과 사회복지 확충 등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와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스라엘의 병역거부 고등학생들과 비슷한 주장을 말했다.

지난 99년에는 이화여대 총학생회가 '군가산점 폐지와 관련한 헌법재판소 청원'을 제출하였을때 많은 논란이 있었으며, 이화여대 관련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이를 비난하는 글들이 집중적으로 올려져 서버가 다운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번에도 총학생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주장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힌 이화여대에는 발단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지난 번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현행 병역법이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이 제청된 상태에 있고 사회단체들의 가세 등으로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최근의 갑작스런 일은 아니다.

다만, 과거의 양심적 병역거부가 사유가 종교적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의 주장들은 전쟁에 대한 반대,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규제에 대한 거부 등으로 다양화되었다는 데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최근의 이러한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사람 또는 단체에서 주장하는 이유가 과연 사회적으로 용납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결이나 병역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여부 판결여부와는 관련없이 중요한 논리적 양심적 허구가 들어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의 4대 의무를 납세, 국방, 근로, 교육이라고 정의되고 있으며 이중 납세와 국방의 의무는 권리없는 완전한 의무로 분류되고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남자들에 한해서 군의무복무가 해당되지만 이는 국가적인 관점에서 볼때는 공통으로 지출하는 사회적 비용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국민의 포괄적인 의무로 분류가 가능할 것이다.

납세의 의무는 원칙적으로 거부할 수 없지만 대납, 물납, 분납 등 직접적인 금전 이외의 다른 재화로 대체하거나 의무의 이행방법 등에 차등을 두고 있어 상당히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선택의 여지를 두고 있다.


병역의 의무 또한 원칙적으로 거부할 수는 없지만 의무경찰, 공익근무제도 등은 군대와는 다른 개념의 복무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며, 90년대초부터 중소기업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는 병역특례제도, 특정한 직업군에 적용되는 공중보건의나 공익법무관제도와 수년내 시행될 것으로 기대되는 공익법무의 제도 등은 대체근무제도로 분류가 가능하다.

이러한 현실적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및 이에 동의하는 단체들이 요구할 수 있는 것은 대체근무제도의 확대나 모병제의 논의와 같은 본질적인 거부가 아닌 제도의 개선에 한정되어야 하며, 단순히 주장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사회적 대책의 마련에 함께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즉, 양심적 병역거부의 이유로 반전이나 개인의 양심(명분)과 같은 추상적이거나 군대사회의 변화 등에 기여와 같은 각기 어울리지 않는 주장들의 나열로 설명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을 포함한 이에 동의하는 사회 및 학교 단체들은 그들이 주장하는 것의 본질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세무공무원들의 부정축재'나 '세금의 불평등 과세'를 이유로 납세의 의무를 거부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없듯이, 국방의 의무 또한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처럼 '군대가 전쟁의 원인이 된다는 것과 같은 포괄적인 이유나 개인의 의사에 반하기 때문이라는 개인적인 사유'로 거부할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없음은 명백하다.

국가를 구성하는 요소인 영토, 국민, 주권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물리적인 군대뿐만이 아니라 경제력이라는 무형의 군대까지도 포함되고 있다는 것은 인류 역사 이래로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인식되고 있고, 병역거부를 주장하거나 동의하는 단체들 또한 이행하는 방법은 다를지라도 국가 또는 사회의 구성원에게 부여된 의무에서 떠날 수 없음은 명백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이에 동의하는 단체들은 병역의무를 마친 사람들일수록 이들이 주장하는 양심적 병역거부 이유에 대해 거부감을 많이 나타내고 있는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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