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산자락에 인간이 낸 생채기

[현장 르포] 속리산 국립공원 인근 대야산 채석 현장

등록 2002.09.29 17:47수정 2002.09.3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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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 놓은 이놈의 돌은 신선 되어서 깍두기나 담아 먹어야지."
"채식이 하고 싶으면 감나무 뽑아서 김치도 담아 먹고..."

신선놀음 다름 아니다. 더욱이 산줄기 잘리고 속살 같이 허연 기반암이 드러난 곳에서 이런 호기를 부리는 이들도 있다. 속리산 국립공원의 한 자락인 대야산 골재 채굴을 막기 위해 주민들이 결성한 '석산 개발 저지 주민대책위원회' 사람들이 그들이다. 올해 초부터 석산을 개발하려는 삼송석재(주)와 주민이 대립하고 있는 싸움의 근원지를 가보았다.

청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속리산 국립공원 안의 화양동 행 버스에 올랐다. 시간이 흐르고 계곡을 지난다. 울창한 산림이나 흐르는 물은 국립공원의 한 모습답다. 하지만 가는 길 곳곳에 '주민 생존권 위협하는 석산개발 중단하라'라는 플래카드가 보인다.

수확철의 들판 너머로 속리산국립공원 중 채석 되었던 대야산 자락이 보인다
▲수확철의 들판 너머로 속리산국립공원 중 채석 되었던 대야산 자락이 보인다 한국교원대신문사
버스 탄 지 한 시간 반 정도 되어 충북 괴산군 청천면의 송면 지역에 들어섰다. 산간분지지만 비교적 너른 들판에는 누런 색의 고개 숙인 벼들이 수확철을 알리고 있다. 그런데 들판 너머 병풍처럼 이어진 산맥의 한쪽 산허리가 허옇게 패인 경관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갈수록 자국은 분명해진다. '이곳이 과연 국립공원이 맞나'라는 생각이 지나간다.

이평리 석산개발저지 주민 대책위원회 회원들, 왼쪽부터 부위원장 박종선, 사무국장 김의열, 대외협력담당 김성열, 예수회 신부 김성환
▲이평리 석산개발저지 주민 대책위원회 회원들, 왼쪽부터 부위원장 박종선, 사무국장 김의열, 대외협력담당 김성열, 예수회 신부 김성환 한국교원대신문사
대책위 사람들과 만나기로 한 이평리에서 버스에 내리니 손 흔드는 사람들이 있다. 대책위 사무국장 김의열, 대외협력 담당 김성열, 가톨릭 예수회 김성환 신부가 그들이다. 시골이라 앉아 이야기할 곳도 마땅치 않다며 미안해한다. 외려 농번기인데 마중나온 것이 고맙다. 길 옆 상점의 평상에 앉아 막걸리 한 사발을 앞에 두고 궁금한 이야기를 묻고 듣는다.

"농사일 하랴 석산개발 반대 운동하랴 힘들지 않아요?"
"바쁘지. 기자들이 매번 이렇게 불러내니까"라며 웃음을 터뜨리는데, 말솜씨와 기지가 보통이 아니다. 이야기 도중 대책위 부위원장인 박종선씨와 교사를 하다 귀향한 김용달씨도 자리를 함께 했다.

그들은 주민들을 상대로 고소를 밥먹듯이 하는 업체를 성토한다. "아 글쎄 지프 트럭 올라가는 걸 오가며 지켜보고 있던 사람도 업무방해로 고소했다니까."

실제로 주민 19명을 상대로 21건의 고소를 했다고 하니 혀를 찰 만하다. 지난 8월에는 업체의 중장비 진입을 막는 충돌이 있을 때 참여했던, 농활온 학생 2명도 고소를 해서 경찰에 출두 조사를 하러 내려와야 한단다. 김성열씨는 "그러고 보니 업체가 매번 고소할 때마다 내가 끼었네"라며 멋쩍어 한다.

골재 채굴업체인 삼송석재는 1988년부터 10년 동안 대야산 자락에서 화강석을 채석해왔다. 1998년에는 사업 기간이 만료되어 업체가 사업 연장을 신청했고 괴산군에서 거부하였다. 이에 업체가 행정소송을 벌인 끝에 승소하여 올 초 채석을 재개하려 하였다. 이를 안 지역 주민들이 일어섰고 채석을 위해 중장비의 진입을 막는 과정에서 상호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업체는 주민들을 업무 방해로 고소했고, 주민들은 업체를 허가난 면적보다 8천㎡를 더 개발했다며 산림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 7월 업체의 고소로 주민 3명이 구속되었다가 불구속 기소되어 공판을 기다리고 있고, 주민 15명이 3억 원의 재산을 가압류 당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면 주민들이나 가족들이 걱정하지 않아요?"
"걱정은 되도, 나쁜 일 하는 것 아니니까 지지해주는 입장입니다."

대책위 회원 중 김성열씨와 김용달씨와 같이 채석 현장으로 향했다. 산 속의 비포장 길은 곳곳에서 토양이 유실되어 있고, 지나는 개천마다 다리도 없이 보기 흉한 철근 시멘트로 메워져 있었다. 겨우 겨우 채석 현장에 닿았다.

전면에서 바라본 채석장 경관
▲전면에서 바라본 채석장 경관 박종희
쌓인 돌무더기가 시야를 가리고, 폭파하고 파헤친 탓에 천연의 모습은 상상이 힘들다.

진입로 오른 편, 화약을 방치해 두었던 창고
▲진입로 오른 편, 화약을 방치해 두었던 창고 한국교원대신문사
입구에는 장갑, 중장비 소모품, 고철이며 업체가 묻어놓은 쓰레기가 씻겨 내린 흙 사이로 보인다. 진입로 우측에 조그만 시멘트 집이 있는데 화약고란다. 예전에 개발중단 되었을 때도 화약이 남아 있었다니 소홀하고 위법적인 개발은 뻔히 짐작이 된다.


사업 재개에 들어갔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는 중단 중이다. 불도저와 채석장 내 오른편을 바라본 모습
▲사업 재개에 들어갔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는 중단 중이다. 불도저와 채석장 내 오른편을 바라본 모습 한국교원대신문사
채석한 곳 위쪽에 올라갔는데 평지만 운동장 넓이는 될 성싶고, 석재를 찾아 땅속까지 파고 내려간 곳에 생긴 웅덩이는 수영장만하다.

석재를 찾아 지하로 파내려가 생긴 호수 앞에서 본 장면
▲석재를 찾아 지하로 파내려가 생긴 호수 앞에서 본 장면 박종희
"업자가 그러더라구, 자기들이 돌 안 캐면 묘비는 어디서 나고 아파트는 어떻게 짓겠느냐고, 그런데 묘비 아파트는 대안이 있는데, 깎아 놓은 산은 아무런 대안이 없잖아. 10년 개발하면 700억 정도 번다더군. 그런데 100년 동안 송이버섯만 따도 그 정도 벌지 않겠어?"

올라온 사람들은 은연중에 "인간이 무섭다. 인간이 무서워"라는 말을 내뱉는다. 그래서 "신토불이라고 아나?"라는 상투적인 물음에도 움찔할 수밖에 없다.

'지금 급선무는 무엇이냐'는 물음에 무엇도 아랑곳 김용달씨는 말한다.


"채석 중단시키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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