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루사가 전국을 휩쓸고 간지 한 달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 간 정부와 자원봉사자들의 계속적인 복구 노력으로 현재 강릉·삼척 등 강원 영동과 경북·충북 수해지역의 모든 학교는 정상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집이 유실된 수해지역 고3 학생들은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는데 있어 여전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28일 오전, 강릉 명륜고등학교에서는 유실된 운동장 배수시설 복구 작업으로 인해 포크레인을 동원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고3 수험생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교실에서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지만 수해로 집을 잃은 학생들은 집안 걱정으로 집중이 되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수해로 집이 완전 침수된 이 학교 3학년 김승기(19)군은 "외가로 옮겨서 공부는 하고 있지만, 아직도 무너진 집안 정리를 하고 계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공사소음 때문에 공부하는데 집중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집이 파손돼 임시 컨테이너 시설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같은 반 김강남(19)군은 "방과 후 집으로 돌아가면 TV 소리와 각종 소음으로 공부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3학년 주임 정길화 교사는 "수해 직후 한동안 학생들이 산만한 분위기였으나 지금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해의 충격에서 벗어나 입시에 전념하고 있다" 며 현재의 학교 분위기에 대해 설명하였다. 하지만 "가옥의 피해가 심해 집에서 생활할 수 없는 일부 학생들의 경우 임시로 기숙사나 친척집,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개인 학습에 지장이 많다"며 학생들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이 학교에서는 수재로 집이 완파되거나 일부 파손된 학생들을 조사하여 교직원들과 학생들의 성금 모금으로 만들어진 530만원을 피해 학생들의 가정에 지급하고, 민간단체의 지원을 받은 참고서를 교재가 유실된 학생들에게 배분해 학습에 차질이 없도록 배려하고 있다.
한편 교육부에서는 교납금 면제와 중식대 보조대상자를 조사하는 등 지원대책을 마련중이나 현재는 학교 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원도교육청 중등부 관계자는 "학생들이 학습에 지장이 없도록 학교 보수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교재가 부족해 학업에 지장을 받는 일이 없도록 민간단체 등에서 충분히 지원한 상태" 라고 밝혔다.
또한 "현재로서는 피해지역 수험생들만을 위한 특별한 지원책이 없는 상태이고, 심한 피해를 입은 고3 학생들의 심적인 고통까지는 덜어주지 못해 안타깝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간 수해지역의 복구를 위해 정부에서는 아낌없는 지원을 다했다. 하지만 큰 피해를 입고 집안과 입시 두 가지를 신경 써야 하는 수험생들의 고충까지는 해결해 주지 못했다.
최근 수해지역에 대한 관심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금전적 혜택보다는 이웃과 사회가 보여주는 따뜻한 관심에서 학생들은 더 큰 힘을 얻는 것 같다"는 명륜고 3학년 주임교사의 말처럼 그들이 아픔을 딛고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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