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한국> 창간 27주년 기념 가을호 신인상 소식

독서의 계절에 영혼을 어루만져줄 문학잡지 한 권을

검토 완료

박성훈(lord777p)등록 2002.10.10 12:12
독서의 계절을 맞이하였다. 풍요함과 쓸쓸함을 함께 가진 가을이기에 문학과 예술의 아름다움은 인간의 영혼을 어루만져 줄 것이라 생각하면서 문학가에 잡지 한 권쯤을 소개할까 한다.

한국 순수문학지의 맥을 잇고 있으며 한국문학의 대들보의 역할을 자부하는 <문예한국>에서는 창간 27주년을 기념하여 2002년 가을호(통권 92호 /제28권 제3호/등록 번호 바376호)에 강문출 김이상 박성훈 심재섭 조옥희씨의 신인상 당선 시를 상재(上梓) 하였다.

◆신인상 당선자 강문출 시인의 작품은 <내가 나이 들어간다는 것을 깨달을 때는> 외에 '사엽곡(思葉曲)'과 '기도'와 '산행(山行)' 등이 있다. 강문출 시인은 1953년 경남 기장에서 출생하여 동아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하였고 현재 일성 산업 대표로 있다.

*심사평-성춘복 임종성 소한진

시인은 존재나 사물을 의식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존재와 사물과의 교섭은 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계로 개선이 된다. 이 때 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계의 개선은 단순한 외형이 아닌 의미의 심화나 확장을 가져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의미의 심화나 확장은 진부한 일상 속에 묻혀 잠들고 있는 우리의 영혼이 새로이 깨어있을 때 가능하게 된다.

여기서 시인은 세계와의 새로운 관계를 회복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존재의 사물 앞에서 누구나 정직하게 되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의 해답은 항시 자기 생의 방식에 주어진다. 그래서 그것의 자리를 옮기는 일은 시인의 유일한 특권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와 연관시켜 볼 때 강문출씨의 "내가 나이 들어간다는 것을 깨달을 때" 외에 몇 편의 시작품들은 인간의 존재와 사물과의 진지한 교섭이 잘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의 몸으로 세월을 보내고, 또 몸으로 세월이 지나간 흔적을 기억하는 일은 때때로 어떤 섭섭함을 남기거나 기쁨, 덧없음을 유발하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한 편의 서정시를 쓰는 사람은 내면적 인간이 되어 자기 앞의 생애를 밟고 지나가는 냉정하게 돌아서는 시간을 붙잡고 말없는 숱한 울림의 말을 하소연하는 자기 소진의 과정을 겪어야 하는 문제적 개인이 아닌가 한다.

생에 대한 진정한 자세와 미적 세계의 추구가 잘 결합되어 빛나는 시인의 길로 나서기를 기대해 보며 밝은 정진을 바란다.

*당선 소감

(생략)...세월이 흐르면서 때로는 길 아닌 길로 가는 나를 보며 깜짝 놀라게 되고 그러다 이게 아닌데 싶어 스스로 채찍을 해 본다는 것이 이런 흔적을 남기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집착은 미망(迷妄)이라 했는데, 늦은 나이에 이런 글을 쓰는 것조차 쓸데없는 몸짓인지 모르겠다.

당선의 감사에 앞서 설익은 속내를 내보인다는데 대한 두려움을 금치 못하면서도 그 뜻이 정진에 있음을 생각하니 각오가 새로워진다. 이렇게 이끌어 주신 임 선생님, 또 격려해 주신 류 교수님께 감사 드리며, 끝으로 설익은 나의 작은 몸짓이 사랑하는 내 가족과 내가 아는 많은 분들에게 따스한 체온으로 다가갔으면 한다.

◆신인상 당선자 김이상 시인의 작품은 <오산당(梧山堂)에서> 외에 '귀면암(鬼面巖)'과 '봄이 지나면'과 '오세암의 별' 등이 있다.
김이상 시인은 1945년 경남 지주에서 출생하여 부산 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동아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현재 부산 금정 고등학교 교감으로 재직하고 있다.

*심사평-황금찬 이해웅 소한진
이번 가을호에 신인상 당선작으로 김이상씨의 시를 선정한다. 시의 일반적 방법론을 두 가지로 보았을 때 하나는 일상적 사물을 바로 깊이 보는 방법이요, 또 하나는 비틀어서 보는 방법이라 하겠다. 전자를 사실주의적인 시라 한다면 후자는 반사실주의적인 시라 하겠다. 이럴 경우 김이상씨의 시는 전자에 속한다.

"오산당에서"라는 시는 "산꾼의 집과 오산당은 쪽문 하나로 자유였다./목만 길게 빼면 청량사 부처님도 웃고 있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는 이미 시가 무엇인지를 터득하고 시를 쓰고 있는 사람이다.
설익은 기교나 수식 따위는 그에게는 금물이다. 그저 물이 흐르듯,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듯한 시적 구사력에 도저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세속에 살면서도 그것과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시인 자신의 초연한 생활 자세가 오산당(梧山堂) 주인의 삶에 접합되면서 새로운 경지를 창출해 내고 있다.

그에게 시법이란 따로 없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지금까지의 습작과정을 통해 나름대로의 새로운 시법을 만들어 놓고 있다. 오늘날 시들이 가고 있는 이즘이나 서양방법들에서 묻어온 흔적들을 지우고 오로지 자기의 심성에 맞는 시의 길에 들어섬으로서 또 하나의 시의 이정표를 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그의 최근작들에서 보는 강점은 계속 유지 발전되어 가야할 부분들이지만 간혹 지나치게 서술적으로 흘러 시의 위의를 떨어뜨리는 일은 항시 경계해야할 것이다. 그의 시에 대한 집념이 능히 큰그릇을 채우리라 확신한다.

*당선소감
시를 가르치고 시인들이나 시작품들을 여러 모로 뜯어보고 나름대로 잘 잘못을 따져보는 일을 한지도 벌써 30여 년이 되었다. 그러나 이따금 쓴 내 작품들에 대해서는 세상에 내 놓아도 괜찮은지 항상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계곡의 물소리에 너무 반해 물소리의 오묘함을 형상화해놓고 보면 계곡의 물소리와는 거리가 멀었고, 큰 고민 속에 빠진 내 마음을 작품으로 옮겨 놓고 보면 벌써 고민과는 한참의 거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용기를 한번 내 보았다.

어정쩡한 길을 가는 나에게 용기를 북돋우어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 시에 대한 공부도 좀 많이 하고, 자신 있게 좋은 시를 써 달라는 채찍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하겠다.

◆신인상 당선자 박성훈 시인의 작품은 [물이 가는 길은 불이 가는 길이다] 외에 [가을 밤바람]과 [빙판 길]과 [인생은] 등의 작품으로 입상하였다.
박성훈 시인은 1949년 경북 봉화 화천에서 출생하여 안양대학교 신학대학을 졸업하였고 미국 베다니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석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총회 목회연구원에서 수사학위를 취득하였고 현재 안면도 기독교연합회장으로 '태안 문학회 회원'으로 농어촌희망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심사평-김경린 지요하 소한진
처음 그를 대한 것은 태안군 홈 사이트의 '열린 마당'에서였다. 게시판에 오르는 그의 시들과 산문들을 읽으면서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하 일부생략) 그의 고른 작품 중에서 다음 4편을 뽑았다.

"물이 가는 길은 불이 가는 길이다"는 세상의 궁극적인 이치와 조화를 물과 불이라는 대립적이고 상극적인 사물을 통해 명쾌하게 적시함으로서 지혜의 세계를 힘껏 열어 보이는 수작이다.

"가을밤바람"은 어느덧 인생의 가을로 접어든 시인의 심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도 느껴지는데 거기에 걸맞은 조금은 애상적이기도 한 서정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빙판 길"은 겨울철 자동차 운행 중에 있은, 누구에게나 흔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언뜻 보면 단순한 예기 같지만, 그런 현실적인 상황을 통해 그는 전반적인 인생문제를 통찰하고 있다. 여기에서 시의 상징성과 은유의 미학은 성립이 된다.

"인생은"은 앞의 작품과 일맥상통하는 작품이면서도 좀더 '겸허'쪽으로 다가가 있다. 허무에 대한 깊은 성찰을 깔고 있으면서도 거기에서 희망을 보며 인생의 궁극적인 길을 제시하고자 하는 의지가 남다르게 느껴진다.(이하 생략)

*당선소감
아직도 아침은 오지 않았다. 누가 아침을 보았는가? 아침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직 아침을 보지 못하였다하여 미친 사람이라고 하겠는가, 천만에 말씀이다. 왜냐하면 비슷하게 미친 사람은 봤지만, 완전하게 미친 사람은 아직 보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누가 아침을 보았다고 한다면 그건 순전히 잘 못 본 것이나 다름이 없다.

아직까지 한번도 아침은 우리에게 온 적이 없으니까, 흰옷을 입은 무리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나팔소리를 들었다고들 야단인데 그들은 못 먹을 것을 먹었나보다. 그런다고 아침이 오는가, 차라리 아침을 만드는 것이 낫지 않을까?

이제는 사람도 맘대로 만들어내고, 신(神)도 맘대로 만들어내고, 천국도 맘대로 만들어낸다고 하니까, 아침을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차라리 미쳐 버린다면 좋을 텐데, 그것이 엿장수 맘대로 되는 일인가. 터널 같은 긴긴 밤에 하늘 저 멀리, 금빛 깨알같은 아침이 가물가물 보인다.

수억만 개의 별무리들에 둘러 쌓여서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은실 가닥이 눈앞에 펄럭거리는 연유이다. 눈여겨보아 주신 「문예한국」심사위원님들께 감사한다. 내게 날실 가닥을 잡도록 챙겨 주신 「태안문학」의 지요하 회장님과 회원문우 여러분께도---

◆신인상 당선자 심재섭 시인은 [길 잃은 세상]외에 '아버지의 모습'과 '老兵의 고샅길'과 '벼랑끝의 소나무'등의 작품으로 입상하였다.
심재섭 시인은 1939년 경남 마산 풍리 출생으로 마산상고를 졸업하고 해군 부사관으로 입대하여 32년의 군복무에서 전역하였으며 신포신협 상무를 역임하였고 '경남 문학관 문예대학'을 수학하였다.

*심사평-김원중 김홍식 소한진
한세상을 살면서 인간은 무수한 경험과 고뇌를 만나고, 나이가 들면 저들은 '기억의 차고'에서 의식의 표현 위로 떠올라 문득문득 '정신적 반추의 대상'이 되어 우리를 슬프게도 즐겁게도 한다. 천하를 팔아 부와 명예를 쌓아도 스스로 팔아 한줌의 '가치 있는 내면적 자산'을 획득한다는 일은 지난한 일이다.

심재섭씨의 몇 편의 시는 곧 저 '가치 있는, 정신적 자산'을 얻기 위하여 노력하는 흔적이 곳곳에 묻어있다. 그것이 [길 잃은 세상에서]는 "하늘보다 높이 뜬 해와 달도/자연 속에 지은 죄/한세상 지은 죄를,/땅속 깊이 물고 있다/라는 죄의식으로 나타난다. 이상과 같은 사고와 '자기 성찰의 과정'은 심재섭 씨가 장차 보다'우수한 시인'으로 등장하리라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의 시는 세상의 어떤 부와 명예보다도, 헛된 집착보다도 '가치 있는 작업의 소신'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정진하기를 바라면서 심사평을 대신하는 것이다.

*당선소감
메마른 토양에 씨를 뿌려 수 세월이 갔는데 헛된 걸음만은 아니었다. 풀잎에 맺힌 아침 이슬처럼 반짝이다가 햇빛 따라 바람 따라 지고 마니, 밤새 뒤척이지만, 헛된 시간만은 아니었다. 저무는 날에 밤길을 비추는 등불을 만나니, 소중하기 이를 때 없다.

문학의 길에, 문인의 길에 조심스럽게 입문하도록 안내해 주신 김사백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부딪치는 세상 소리를 귀에 담아 '작은 텃밭'이라도 열심히 가꾸어 볼 생각이다. 유동서의 후의를 잊지 않을 작정이다.

◆신인상 당선자 조옥희 시인은 [그 자리에]외에 '돌 안산'과 해질 녘'과 '산다는 것은'과 '꿈'등의 작품으로 입상하였다. 조옥희 씨는 평택출생으로 '천안여류시동인'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심사평-안수환 소한진
조옥희씨의 [그 자리에]의 외에 4편을 추천한다. 그의 시에는 생략이 있다. 이 생략은 말을 아낀다는 뜻에서도 그렇지만 삶의 신중함을 나타내는 체온과 결부될 때 더 큰 신뢰를 얻는다. 즉 여운을 동반한 절약일 때 그렇다는 말이다.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의 시에는 또 슬픔이 있다. 슬픔은 삶을 깊게 만든다. 시의 행간에 베어 있는 눈동자가 눈물을 흘릴 때 낱말에 대한 시인의 외경심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이 마음을 제외한 시적 표현의 수다스런 기교는 부끄러움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시인의 [그 자리에]는 선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죽음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침착할 뿐 아니라 따뜻하고도 고요하다. 당부드릴 말씀이 딱 하나 있다. 즉, "다시 허공에 흩어진 말들/깊은 숨 소리" 이와 같은 절제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청력이 있다면, 예사로운 경험을 통해서라도 시적 감응의 밀도를 통해 더 높일 수 있는 시력을 확보해야할 것이다.
표현에 있어서 지나친 절제는 시를 가난하게 만든다는 점도 아울러 주목하기 바란다.(생략)

*당선소감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시가 너무 좋아서 늦은 나이에 겁, 없이 문학에 뛰어들어 서투른 언어를 끌어안고 많은 밤을 지새우며 몸부림칩니다. 잠시 방황도 했지만 글을 쓰지 않고선 도저히 내 인생을 가꾸어갈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모든 사물을 겸손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아름다운 삶을 후회 없이 보내겠습니다. 얼어붙은 가슴을 녹여 시적 감각을 불어넣어 주신 이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곁에서 묵묵히 지켜봐 준 남편과 아들 영명이와 문학을 함께 하는 '천안여류시동인'들과 지도교수님과 기쁨을 나누겠습니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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