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허원근 사건 원점 돌리기

무리한 대질·강압조사, "총기오발 없었다" 결론

등록 2002.10.29 23:21수정 2002.10.30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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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년 허원근 일병의 죽음과 관련, 국방부는 의문사위에 의해 밝혀진 '노아무개 중사의 총기오발'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당시 사건은폐에 가담했던 중대원들의 진술을 주된 근거로 제시함으로써, '허원근 사건이 자살'이라는 이전 군 수사기관의 결론을 그대로 굳히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a 2002년 10월 29일 국방부 특조단 발표현장

2002년 10월 29일 국방부 특조단 발표현장 ⓒ 인권하루소식

국방부 <허 일병 사망사건 특별진상조사단>(단장 정수성 육군 중장, 아래 특조단)은 29일 아침 10시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중간 조사발표를 통해 "중대 내무반에서 새벽에 노OO 중사의 총기오발 상황은 없었다"라고 단정했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의문사위는 당시 노 중사가 새벽 술자리에서 중대장과의 말다툼 끝에 중대장 전령이었던 허 일병에게 화풀이를 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총격을 가했다고 발표했다.

특조단은 "당시 중대 내무반에 있던 9명이 '총기 오발사건은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그 중 노 중사를 포함해) 중대 본부요원 5명의 거짓말 탐지 검사 결과, 총기오발 사고 발생이 없다는 진술에 있어서 진실반응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노 중사가 오발했다'고 증언한 참고인 전아무개 씨의 진술에 대해선 △당시 중대원들과의 대질조사에 일체 불응하고 있고 △의문사위에서의 진술에도 일관성이 없는 등 '허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의문사위는 낮 2시 기자회견을 열어 대질조사의 문제를 지적했다. 전씨는 지금까지 군 동료들과의 관계 등으로 인한 심적인 부담감 때문에 의문사위에서도 다른 중대원들과의 대질을 기피했다. 따라서 대질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전씨의 진술이 허위라고 판단할 근거는 없는 것이다.

또한 18년 전의 기억에 대한 진위 여부를 가리는 방법으로 거짓말 탐지 검사는 부적절하다는 것이 의문사위의 판단이다. 거짓말 탐지 결과에 대해 대검찰청 과학수사과 관계자도 "장담할 수 없다"라며, 18년 전 사건을 거짓으로 증언했을 때 "진실반응이 나올 수도 있고 안 나올 수도 있다"라고 답변했다. 현재 우리나라 법원은 거짓말 탐지 결과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고 있다.

결국 사건의 은폐에 직접적으로 관계된 중대원 9명의 진술이 특조단 발표의 유일한 근거. 이와 관련 의문사위는 "이해관계가 없는 대대관계자 및 소초근무자의 진술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다"며 불신을 표했다. 이어 "(의문사위가) 허원근 사건에 대해 최초 의문을 갖게 된 것은 전OO의 진술이 아니라 오히려 윤OO의 진술을 통해서"였다고 덧붙였다. 윤씨는 당시 14소초 분대장으로, 사건 당일 오전 중대본부원들이 내무반에서 피를 닦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한편, 의문사위의 조사결과를 뒤집기 위해 특조단이 참고인의 진술을 무리하게 번복시키려 한 사실도 드러났다. 의문사위는 참고인 김아무개 씨가 특조단 조사과정에서 사실대로 말하면 (특조단이) 위증하는 것처럼 몰아댔다고 했다. 특조단장이 주재하는 조사 자리에 사건 당시 대대간부들과 20여 명의 조사관들이 배석해, 분위기는 객관적이지 않고 고압적이었다고 최아무개 씨의 이야기도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인권하루소식 2002년 10월 30일자 (제2205호)

덧붙이는 글 인권하루소식 2002년 10월 30일자 (제22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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