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환란은 이미 노태우 정권 때부터 잉태되고 있었던 것이다. 오죽했으면 김영삼 전 대통령도 취임 초에 '부실기업을 인수한 것 같다'고 했겠는가.
그런데 집권초기에 노태우 정권으로부터 물려받은 경제난 극복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던 김영삼 정권도 경제가 약간 호전되자 과잉의욕을 부리게 되었고, 결국은 환란의 원흉으로 몰리고 만다. 임기 내에 '국민소득 1만달러'와 'OECD 가입'을 성취하기 위해 무리를 했던 것이 결국은 환란이라는 경제재앙을 불렀던 것이다.
'서울시정 4개년계획'도 과잉의욕이라는 면에서 김영삼 정권의 위와 같은 정치적 선전구호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자, 그럼 김영삼 정권이 어떻게 환란의 발발을 불렀는지도 한번 따져보자.
환란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가 동시에 진행하면서 일으킨 경제재앙이다. 이 쌍둥이 위기를 불러왔던 것은, 반복하거니와, 김영삼 정권의 '국민소득 1만 달러'와 'OECD 가입'이라는 과잉의욕이었다. 과잉의욕이 경기과열을 부추겼고, 이것이 환란을 불렀다. 국민을 일시적으로 현혹시켰던 꿈 같은 정치선전이 경제재앙을 부른 것이다.
먼저, 외환고갈에 따른 외환위기는 국제수지 적자누적에 따라 발생했다. 1994∼1997년까지 불과 4년 사이의 국제수지 적자가 무려 435억 달러로서, 1990년대 전반 외환보유고의 약 2배에 이르렀으니 외환이 고갈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대규모 국제수지 적자는 수입 급증이 불렀다. 그리고 수입의 급증은 경기과열이 초래했다. 경기과열이 총공급 능력을 초과하는 총수요를 발생시켰으며, 이에 따라 수입이 급증한 것이다. 수출이 비교적 높은 증가율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환란 전 4년 동안의 수출은 연평균 13.4%가 증가했는데, 수입은 그보다 많은 14.6%가 증가했다. 환란이 전개되던 1997년에 수입이 3.8%나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진다.

또한 의욕과잉이 불러온 경기과열은 기업의 투자과잉을 불렀고, 이것이 기업의 수익성과 경영수지를 악화시켰다. 여기에다가 경기과열의 거품이 꺼지면서 경기의 급속한 침체까지 가세하였다. 그래서 1997년에 들어서자 한보, 삼미, 대농, 기아 등 재벌들까지 무너졌고, 금융기관 부실채권이 급증했으며, 금융시스템 위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환란은 의욕과잉에 따른 경기과열에 의해서 발발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대선을 앞두고 각종 장밋빛 정책공약들이 남발되고 있다. 서울시의 '강남북 균형발전계획'이나 '시정 4개년 계획'은 그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일 뿐이다. 이런 정책들이 억지로 시행될 경우에는 우리 경제가 다시 환란이나 환란에 버금갈 경제난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 것임을 나는 이 자리에서 명백하게 밝혀두는 바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21세기경제학연구소(taeri.org)'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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