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희망돼지 전달식'에 참석한 노무현 후보.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30일 '청와대의 국정 통제력 상실'과 '국가기관 내부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줄서기'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노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 중앙당 후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도청문제나 군사기밀 누설 등 최근 굵직굵직한 의혹 사건들이 유마무야되고 있다"며 "밝힐 것은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후보는 대북지원 4000억원설에 대해서 "될 지도 안 될지도 모를 특검제만 바라보지 말고 검찰이 제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밝혔고, (한나라당의) 기양건설 비자금 문제나 (현대전자) 주가조작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단서와 핵심 관계자의 증언이 있는 만큼 검찰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말고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검찰 수사가 종료된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의혹에 대해서도 노 후보는 "변명만 듣고 끝나는 수사는 수사가 아니라 눈치보기"라며 "변명의 모순을 잘 밝혀서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아야 하는 것이 수사기관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노 후보의 이날 기자간담회는 'DJ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비판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 어제(29일) 밤 선대위 주요 관계자와의 워크숍 이후에 나온 발언으로, 향후 민주당의 선거 전략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의 국정통제력 상실에 대한 지적이나 검찰·국정원 등 주요 국가기관이 (특정 후보에게) 줄을 서거나 눈치를 본다는 의혹에 대한 비판은 'DJ와의 차별화'나 '노무현 홀로서기'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다음은 노무현 후보의 기자간담회 모두 발언과 일문일답이다.
양해를 구하고 말씀드리겠다. 제게 묻고 싶은 말이 많을 텐데, 먼저 집중해서 말씀드리겠다. 오늘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것은, 지금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굵직굵직한 사건에 대해 의혹이 제기돼 있고, 국민들은 의혹이 밝혀지기를 원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의혹들이 흐지부지되거나, 유야무야 덮여가고 있다.
국민들이 의혹을 가지고 있는 사건들이 대체로 대통령 선거나 대선후보와 관련돼 있고, 대선 기간이라는 이유로 의혹을 흐지부지 덮으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후 의혹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으로 국정이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
대통령 후보라는 자리가 특권이 아닌 만큼 국민들이 의혹을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성역 없이 철저히 수사해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국민들도 검증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음 정부에서 의혹사건을 가지고 정략적으로, 정치적으로 공방을 벌이면서 국정이 표류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말고 원칙대로 하자.
그 누구도 자기의 정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될 것을 유야무야 하고 덮으려 한다든지 해서는 국가가 올바로 서지 않는다. 그러므로 밝힐 것들은 철저하게 밝혀나가야 한다.
여러분이 잘 아시겠지만, 몇 가지 제목만 가지고 말씀드린다면, 우선 병역비리수사에 관해서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느냐. 수사를 하다가 말고 중간에 덮어버렸다. 다음에 수사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어정쩡한 결론을 내가지고 완전히 덮어버리겠다는 것이다.
기양건설 비자금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단서들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전혀 수사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한나라당은 공적자금국정조사를 주장하다가 이 문제에 부딪혀서 그런지 흐지부지 덮었다. 기양건설 비자금 문제는 국민들의 피땀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인 만큼 철저히 밝혀야 한다.
최근에 새롭게 제기된 주가조작 문제도 절대로 정치적으로 넘겨서는 안되고, 명확하게 의혹을 밝혀야 한다. 이미 검찰에서 조사한 사건이라고 하지만 당시에는 그 문제에 대한 핵심적인 관계자가 진실을 말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핵심관계자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 이 문제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대북 4000억원 지원설도 대북 지원이 아니라면, 현대 내부에서 불법적으로 자금이 움직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대출자체가 정당했느냐에 대해서도 많은 국민들이 의혹을 가지고 있고, 그 돈을 합법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비합법적으로 사용됐다고 국민들이 거의 믿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대선 기간이라고 해서, 대선후보와 관련되어 있다고 해서, 유야무야 된다면 다음 대통령이 누가 당선되더라도 의혹에 파묻혀 제대로 국정을 수행할 수 없다. 정치적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의혹이 유야무야 돼서는 안 된다.
- 대통령께서도 이런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것인가.
"지금 도청문제라든지, 지난번에 군 내부에서 나와서는 안될 군사기밀에 해당되는 정보가 누출됐다든지, 검찰의 여러 가지 상황을 봐서, 과연 청와대가 통제력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이미 중요한 국가기관 내부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줄서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 극단적인 눈치보기가 아니냐. 대통령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청와대가 통제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있다.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대북 지원) 4000억원 문제도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것인지.
"계좌추적은 검찰이 아니면 효과적으로 신속하게 해내기 어렵다. 검찰이 이미 고발장을 받아놓은 상태 아니냐. 계좌추적은 충분히 할 명분이 있다. 왜 하지 않는가. 국정조사, 특검제가 논의되더라도 실제로 실시될 때까지는 별개의 문제다. 국정조사나 특검제는 정치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검찰은 정치적 논의와 상관없이 자기 할 일을 또박또박 해나가야 한다.
될지도 안될지도 모르는 특검제를 바라보고, 검찰이 직무유기를 해서 되느냐. 특검제, 국정조사를 통해 철저히 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특검제와 국정조사 실시에 대한 논의가 있다고 자기 할 일을 하지 않고 방치하면 안 된다. 검찰이 자기 할 일은 해야 하는 것이다."
- 병역비리수사 결과도 대통령이 검찰을 통제하지 못한 결과라는 의미인가.
"대통령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여러 부분에서 광범위한 누수가 일어나고 있다. 대단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국가기강이 이래서야 나라운영이 되겠느냐. 도청자료가, 그것이 어떤 의도로 도청을 했는지, 실제도 도청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알 수 없지만, 도청자료가 사적으로 특정 정치인에게 누출되고 있다는 것은 국가기강의 심각한 문제다. 누출조장 정치인은 물론 방치기관의 책임자나 정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 통제가 된다, 안 된다의 문제가 아니라,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국가기강은 마지막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 도청문제에 대해 얘기한 것인가.
"도청문제도 그렇거니와 정보기관, 사정기관에서 개인적으로 정보가 누출되고 있는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모든 것을 정치권들이 만들어 놓은 것 아니냐."
- 검찰 수사도 대통령이 통제하라는 것인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수사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검찰 독립권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용납되지 않지만, 검찰이 일반적으로 모든 수사에서 공정하고, 원칙적인 수사를 하도록 하는 것은 대통령의 책임이다. 특정사건에 대해 수사를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지만 검찰의 이완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임은 누구에게 있고, 누가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일어나고 있는 국가적 현상에 대해 모두들 책임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
- 검찰총장 인사도 해당되나.
"누구를 겨냥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각 당사자들이 잘못하고 있다. 모두들 정략적으로 하고 있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대통령이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어느 정파든 간에 원칙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
- 병역비리수사 결과가 검찰의 정치권에 대한 줄서기라고 말한 것으로 봐도 되느냐.
"눈치보기다. 이런 수사가 어디 있느냐. 변명만 듣고 끝나는 수사는 수사가 아니다. 변명의 모순을 잘 밝혀서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놔야 하는 것이 수사기관의 의무다."
-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것인가.
"일반론으로 모두가 원칙대로 해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 전체적으로 검찰의 이완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얘기할 수 있다고 했는데,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굳이 요구할게 있다면 대통령께서 기강해이 현상에 대해 마지막까지 다잡아야 한다."
- 검찰만 아니라 국정원 등도 해당되는가.
"그렇다. 조사할 것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것은, 대통령께서 해야 할 것은 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얘기다. 대통령후보가 연루돼 있다고, 어느 후보에게 유리하고, 불리하다고 해서, 선거국면에 영향 끼친다고 해서, 국가기관이 자기의 할 일을 회피하거나, 직무를 유기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혐의가 있는 사람이 보호된다면 전국의 범법자들이 모두 대선후보로 나설 경우 어떻게 감당하겠느냐. 대선 후보라도 국가의 기강은 원칙대로 지켜져야 한다는 의미다. 혐의가 있는 사람이 국가를 지도하는 자리에 있게 된다면 나라가 제대로 되겠느냐. 원칙대로 하자는 것이 오늘 얘기의 초점이다. 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은 다른 자리에서 하겠다. 대통령 후보도 애국심을 가져야 하고 모두가 다 책임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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