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자리에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몇 억 원을 벌어들이려던 천박한 욕심이 무산된 강남의 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헌법 소원'을 들먹거리는가 하면, 우리 사회 최고의 고수입 집단인 의사협회가 '적정 수입을 올리지 못한다'면서 진찰료 수가 인상을 들고 나왔다. '있는 놈들이 더 심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면 딱 좋은 말이다.
지난 29일 강남구청이 안전 진단을 불허해 사실상 재건축 불가판정이 내려진 은마 아파트 재건축 조합 등 주민들이 이에 반발,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발표했다. 일부 주민 사이에서는 대규모 집회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한다.
은마 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안전진단 등 재건축 절차 전체를 관에서 일방적으로 주도하도록 되어 있는 현행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령은 사유재산권과 행복추구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므로 명백히 헌법 위배"이며 "재건축을 통해 열악한 환경단지를 개선하고자 하는 주민 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헌법소원까지 고려한다는 재건축 조합의 강경한 입장이 '환경을 개선하려는 권리를 침해'한 것에 대한 반발이라고 보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더 큰 이유는 바로 '사유재산권 침해', 그러니까 아파트 값 하락에 있다.
은마아파트는 9월 초까지 5억원을 넘나들던 31평이 현재 4억4천∼4억 8천만원 정도로 하락했다. 그러나 올해 초 매매가가 3억5천만∼4억2천만원 수준이었던 점을 생각해보면 아직도 '남는 장사'요, 서울 다른 지역의 같은 평수 아파트 평균 매매가와 비교해도 '엄살'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은마아파트를 비롯한 강남 일대 아파트의 재건축 불허 판정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부동산 값을 하향 안정화하는 분기점이 되리라고 전망한다. 땀 흘려 일한 돈으로 제 집 마련하겠다는 소망에 부풀어있던 서민을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 넣는 부동산 투기, 아파트 값 상승이 최소한의 규제 장치를 갖게 된 것은 누가 뭐래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월급쟁이 생활로는 몇 십년을 벌어도 만져볼까 말까한 엄청난 돈을 몇 개월만에 벌어들이려 했던 당사자들이 개인적인 안타까움을 토로할 수는 있으나, '법적 정당성'을 따지고 드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몰염치'하다.
한편 동네의원의 진찰료가 원가보다 높게 책정됐다는 정부 발표가 있은 지 3일만인 지난 31일에는 의사협회가 "진찰료 수가를 인하하면 의료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동네의원 의사 절반이 '적정한 수입'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원장 의사의 최소 인건비 688만 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년도 진찰료 수가를 최소 15%에서 최대 88%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협회가 전국 105개 의원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의원의 평균 연 총수익은 3억2400만원, 이중 원장 의사 인건비가 연간 8300만원 정도였다. 또 월 순이익이 500만원 이상인 의원이 조사대상의 60%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은 올 한 해 동안 9천억 원 이상의 보험료를 추가 부담했다. 그러나 지출은 예상보다 1조원 이상 증가했다. 이중 의약계의 수입인 급여비 지출은 3,400억 원이 증가했다. 국민 부담 증가로 의약계의 수입이 증가한 셈이다. 그런데도 의사협회는 또다시 수가 인상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의사 집단 내에서는 어떻게 들릴지 모르지만 월 수입이 500만 원이 넘지 않아서 '적정 수입' 확보가 안 된다는 주장은 일반인에게는 '사치스러운 투정'이다.
아무리 '부자 아빠', '능력 있는 남편'이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의 최우선 조건이 되어버린 시대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탐욕'이 떳떳한 주장, 부끄러움 없는 행동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극심해지는 빈부 격차와 상대적 박탈감의 급증, 계층 간 갈등 심화가 가져올 파국을 우려한다면 부자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고통을 어떻게 분담할 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자중하는 자세'다.
덧붙이는 글 | 위 기사는 'www.sp.or.kr'에도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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