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의 두산본사 사옥. 공희정
지난달 28일 이후 시작된 ‘참여연대와 두산 사이의 총성 없는 전쟁’이 2라운드에 접어든 순간이다.
참여연대가 지난 6일 서울 증권거래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제기한 의혹은 크게 네가지.
우선, (주)두산이 지난 99년 7월에 BW를 발행한 자체에 대한 것이다. 자본 유치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배주주 일가가 신주인수권만을 얻기 위해 사전에 미리 예정해두고서 발행된 것이 아닌가하는 점이다. 한마디로 ‘짜고 친 고스톱’이라는 것이다.
당시 BW는 발행되자마자 신주인수권과 사채가 분리됐고, 박용곤과 박용성 등 지배주주 일가 32명이 전체물량의 68.7%에 달하는 신주인수권만을 발행 직후인 7월 19일에 취득한 것이 참여연대의 공시자료 확인으로 밝혀졌다.
참여연대는 이어서 “박용성 회장이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BW를 붙여주면 회사채를 인수하겠다고 해서 발행했다’는 해명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들 지배주주 일가는 실질적인 자금조달에는 기여하지 않고 신주인수권만을 인수해, 지배권 확장과 상속만을 노린 것이 아닌가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두산 3세들은 왜 이 신주인수권을 대량으로 사들였을까. 참여연대는 이들이 4세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한 편법적인 수단으로 신주인수권을 이용했다고 보고 있다.
참여연대가 공시자료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두산 지배주주 3세들은 신주인수권을 취득한 지 한달 반 만에 4세들에게 신주인수권 849,387주를 넘겼다. 특히 3세에서 4세로 넘어간 신주인수권의 거래내역이 들어있는 주식보유 변동보고서에는 신주인수권 거래 가격이 적혀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4세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해 신주인수권을 취득한 것 이외에 달리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참여연대쪽 반응이다.
미공개 정보 가지고 있던 두산, 소액주주들 몰래 주식 팔아치워?
세 번째는 (주)두산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 의혹이다. (주)두산은 BW 발행 당시 신주인수권에 부여된 행사가격 조정 조항(Refixing Clause)을 공시하지 않았다. 신주인수권의 행사 가격은 주가가 떨어지면 아래로 내려가기만 돼 있고, 일단 낮아진 행사가는 주가가 올라도 변하지 않는 특혜성 조건이다. 공시가 안됐으니 소액주주들은 알 리가 없었다.
이같이 주가에 미칠 영향이 큰 중요한 내부 정보는 알리지도 않은 채 (주)두산은 대신 BW를 발행해 해외자금을 조달한다는 ‘굿 뉴스’만을 알렸다. 특혜조건이 붙은 ‘나쁜 뉴스’는 알려지지 않았고, 이 사이에 (주) 두산은 자사주 909,630주를 집중적으로 장내에 팔아치웠다. 이 같은 내용을 모르는 소액주주들은 시장에 나온 주식을 사들였고, 이후 주식가격은 계속 떨어졌다. 소액주주들의 막대한 피해가 이어졌다.

▲참여연대가 제기한 두산의 편법주식증여 거래도.
네 번째로 (주)두산의 불성실 공시 의혹이다. BW에 들어있는 행사가격 조정 조항이라는 옵션 규정은 BW 발행에 있어서 중요한 공시대상이라는 것이 참여연대쪽 입장이다. 하지만 두산 쪽은 이 같은 내용을 의도적으로 일반 투자자들이 알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밖에 이번 두산의 BW 발행과정에서 지배주주들이 가져간 신주인수권 이외에 분리된 사채권을 누가 가지고 갔느냐도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더구나 특혜성 조건이 붙은 신주인수권이 없는 사채권을 99년 당시 불안한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이를 그냥 인수할 만한 사람이나 단체가 누가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두산그룹 계열사나 관계사가 이 사채권을 인수하는데 나섰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참여연대,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은 “두산의 이같은 BW발행과 자사주 매각과정은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에 해당한다고 본다”면서 “금융감독원의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고, (참여연대도) 법적 대응책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두산과의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각종 공시자료를 통해서 박 회장의 해명은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고, 각종 불법적인 의혹에 대해 감독기관의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두산 쪽은 참여연대의 이 같은 주장에 당혹해 하고 있다. 그러면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발행됐다’는 입장만을 반복하고 있다. 그동안 조사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던 금융감독원도 참여연대의 등에 떠밀려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달 그쪽(참여연대)에서 문제를 제기한 이후 내부적으로 자료를 수집 중에 있었다”면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조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두산그룹의 김진 상무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BW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발행됐다”면서 더 이상의 언급 자체를 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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