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추장 불고기도 감지덕지지!"

우리 부부 아직 신혼 맞나 봅니다

등록 2002.11.14 20:30수정 2002.11.1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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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귀한 집에서 자란 남편은 대학 들어와 술자리에서 술안주로 김치찌개를 먹게 되면서 김치를 먹게 됐을 만큼 입이 짧습니다.

시어머니 말씀으로는 남편이 몸이 약한데다가 모유까지 적어서 먹고 싶어하는 것만 먹일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군요. 어려서는 비싼 분유, 좀 자라서는 쇠고기에 소세지, 맛살같이 반 아이들이 부러워하는 반찬만 싸 주셨다고 고백하시더군요.


그래서인지 남편은 지금도 김치나 매운탕, 양념 진한 음식은 잘 못 먹습니다. 먹긴 하는데 맛을 잘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대신 고기 맛, 그것도 쇠고기 맛은 귀신같이 평가합니다. 고기 육수가 많이 배어 나와야 하는데 좀 퍽퍽하다, 지방질이 너무 많다, 너무 두껍게 썰었다, 너무 작게 잘랐다, 많이 익혔다, 좋은 고기다, 그저 그렇다 등등 말이 많아집니다.

또 고기 맛을 아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양념한 고기는 취급을 안 하고, 쌈장이나 고추장같이 진한 양념에 고기쌈을 싸 먹는 것도 싫어합니다. 핏기만 가실 만큼 살풋 익힌 고기를 참기름에 소금을 약간 친 기름장에 살짝 찍어서 먹는 게 제 맛이라고 늘 말합니다. 그렇지만 사실 이것도 남편이 집에서 독립하기 전 호강할 때 얘기지요.

남편과 저는 둘 다 사회단체에서 활동을 합니다. 결혼한 지 1년이 좀 지났는데 빠듯한 생활비에 고기 한 번 먹기가 겁이 납니다. 2세 계획이 늦어지는 것도 사실 이 빠듯한 가계 경제 때문이지요.

아무튼 결혼 1주년 되던 날 저희는 진짜 큰 맘 먹고 고기집에서 소등심을 시켜 먹었습니다. 그리 비싼 집도 아니고 진짜 딱 2인분만 시켰는데도 어찌나 가슴이 떨리던지요. 저는 부러 몇 점 먹기도 전에 속이 좋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등심이라면 사죽을 못 쓰는 남편도 "괜히 안 먹고 그러지 마, 나도 많이 안 먹어"하더니 갑자기 픽 웃으면서 "우리 꼭 러브스토리 찍는 거 같다" 하더군요.

남편과 제가 요즘 발견한 대체식은 돼지고추장불고기입니다. 돼지고기 불고기 감은 한 근에 3천원이 안 됩니다. 양파, 파, 아무튼 온갖 야채에 고추장을 잔뜩 넣어서 맵게 양념을 하면 한 근이래도 두 사람 몇 끼 반찬으로는 충분합니다(게다가 양념을 진하게 할수록 많이 먹지 못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고추장도, 김치도 아직은 제대로 맛을 모른다는 남편이지만 '후라이팬에 볶는 것보다 석쇠에 얹어서 직접 불에 구으면 고기맛이 더 난다'면서 제게 흐뭇하게 말합니다.


"양념한 고기도 맛있다, 그치?"

저희가 아직도 신혼은 신혼인가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얼마 전 우리 부부는 빠듯한 가계부에 몇 달 동안 큰 '빵꾸'가 날 것을 감수하고, 그나마 즐기던 돼지고추장불고기도 포기할 수 있다는 '비장한' 각오로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한 정당 후보에게 각자의 이름으로 저희 딴에는 거금의 정치자금을 후원한 것입니다. 이런 일에 죽이 잘 맞는 남편을 만나게 된 것이 저는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방송에서도 잘 보여주지 않고 아마 그리 높은 득표를 할 것 같지도 않은 그는 '돈보다 사람이 귀한 세상'을 외치는 사회당의 대통령 후보 김영규입니다.

덧붙이는 글 얼마 전 우리 부부는 빠듯한 가계부에 몇 달 동안 큰 '빵꾸'가 날 것을 감수하고, 그나마 즐기던 돼지고추장불고기도 포기할 수 있다는 '비장한' 각오로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한 정당 후보에게 각자의 이름으로 저희 딴에는 거금의 정치자금을 후원한 것입니다. 이런 일에 죽이 잘 맞는 남편을 만나게 된 것이 저는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방송에서도 잘 보여주지 않고 아마 그리 높은 득표를 할 것 같지도 않은 그는 '돈보다 사람이 귀한 세상'을 외치는 사회당의 대통령 후보 김영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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