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더 걷는다고 부자가 사라지나?"

20억 이상 재산 상속, 법으로 금지하자

등록 2002.11.15 11:52수정 2002.11.1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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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조 9670억 원, 한 통계조사에 나타난 한국 최고부자 30인의 재산이다. 그것도 '객관적으로 추정가능한 액수'만 산정했을 때 이만큼이다. 드러나지 않은 가·차명 재산을 다 합치면 얼마나 될까?

국가 예산의 13.5%에 달하는 거금 15조, 최고부자 1인당 평균재산은 4989억 원. 월급 200만원 받는 노동자가 한푼도 쓰지 않고 꼬박 2만 년을 넘게 모아야 가능한 돈이다. 직업조차 없이 방황하는 실업자와 정리해고자들에겐 꿈조차 꿀 수 없을 정도의 재산이다.

모 당 후보는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 부의 불균형을 해소하자고 한다. 세금 잘 내는 부자가 '존경'받을 수 있게 하자고 한다. 그러나 노동자 고혈로 수조 원 재산을 불린 사람, 노동자의 배에 식칼을 들이대며 부자가 된 사람, 원금보다 많은 이자로 배 채운 사채업자, 땅과 집 가지고 장난쳐서 집 없는 서민을 울리는 투기꾼을, 세금 좀 더 낸다고 과연 존경할 수 있을까.

소수가 너무 많이 가진 것이 문제다. 돈이 돈을 버는 것이 문제다. 재산이 많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문제다. 끼니를 때우지 못하는 결식아동이 16만 명이 넘는데, 정리해고로 거리를 헤매는 노동자가 수십만 명인데, 전세값 없어 전전긍긍하는 도시 서민이 수백만 명인데, 몇몇의 부자들은 많이 가졌다는 이유만으로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소득'을 보장받는다. 그리고 이 소득은 고스란히 대를 물려 이전된다. 삼성 이건희의 아들 이재용과 서민의 아들은 애초부터 출발선이 다르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 이건희 직계가족의 재산은 총 3조1993억이다. 롯데 신격호 가족은 2조 5073억이다. 아들, 딸 모두 수백 억 수천 억의 갑부들이다. 단 두 가족이 1천만 서울시민 1년 예산의 50%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들말고도 갑부는 많다.(100억 이상 상속가능한 42명의 재산 9929억 원, 20억 이상 상속 가능한 390명의 총 재산 2조3512억원, 20억 이상 증여 가능한 224명의 총 재산 2조3661억원, 50억 이상 75명의 재산 1조 8759억원 - 2000년 기준 국세청 자료).

세습되는 부, 구조적인 빈부격차의 확대재생산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사회당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20억 이상 자산의 상속·증여를 금지하는 고액상속금지법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20억 이상을 상속할 시 국가로 재산을 귀속하고, 고액 자산가의 소유구조를 정기적으로 파악하고 관리해 편법적인 '부의 세습'을 완전히 차단한다는 것. 이를 통해 소유에 따른 '현대판 신분제'를 뿌리뽑자고 주장한다.

재산이 100억 이상이면 평생을 써도 재산이 줄지 않는다고 한다. 돈이 돈을 낳기 때문이다. 한번 부자이면 자자손손 영원한 부자로 살아가는 세상, 부의 편중과 세습은 세대를 이어 반복되고 빈부격차는 개선되지 않는다. 한번 부자가 영원한 부자이듯이 한번 가난한 사람은 좀처럼 부자가 될 수 없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는 '부'를 사회로 환수하자. 헌법이 '공공복리를 위해 재산권의 행사를 제한'하고 있듯이, 다수의 '공공복리'를 위해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하자. 대물림되는 '불로소득', 고액의 상속과 증여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빈익빈 부익부, 구조적 불평등을 해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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