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다면

정수일의 <이슬람문명>, 이슬람에 대한 '앎의 기쁨'

등록 2002.11.30 15:25수정 2002.12.0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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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에 대한 지나친 무지에 부끄러움을 느끼며

9.11테러 이후 이슬람에 대한 책이 그야말로 홍수를 이루며 출판되고 있다. 이슬람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이 커졌고 출판계는 발빠르게 대응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출판된 책들을 보노라면 지나치게 테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치 '빈 라덴' 과 '알 카에다'만이 이슬람의 전부인 양 비춰지고 있다. 이슬람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의 확산보다는 오히려 테러나 일삼는 폭력적인 세력이라는 편견이 더욱 확산되지나 않을지 우려가 됐다.

나는 이슬람에 대해서 정말 제대로 알고 싶었다. 테러 전까지 나도 보통 사람들이 가져왔던 것처럼 막연하게 생각해왔고 우리에겐 너무나 먼 나라 이야기쯤으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테러를 계기로 이슬람에 대해서 다시 보게 됐고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됐다.

지난 겨울 다녀온 인도에서 이슬람 문화를 조금이나마 접할 수 있었다. 파키스탄과 분리되면서 인도에는 힌두교 신자가 대부분이지만 이슬람교 신자도 존재하고 있었다. 이슬람 건축물의 대표격인 타지마할을 보면서 나는 너무나 흥분했었다. 타지마할을 비롯한 이슬람 건축물들은 정말 아름다운 자태 그 자체였다.

이슬람교 신자들과 그들의 문화를 조금이나마 접해보면서 나는 이슬람에 대해서 내가 너무나 무지하다는 데에 많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좋고 싫고 착하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런 의식을 가질 수도 없을 만큼 나는 너무나 무지했다. 아는 것이 있어야 좋아하든가 싫어하든가 할 것 아닌가?

무하마드 깐수를 아시나요?


<이슬람>(청아출판사)을 읽으면서 이슬람에 대해서 개괄적으로 이해했다. 종교, 정치, 문화, 분쟁 등 너무나 포괄적인 내용을 다루었기에 다소 산만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일목요연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많은 이야기를 하려다보니깐 결국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결론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슬람에 대해서 알고는 싶지만 어렵다. 과연 무엇이길래?

터키 여행을 준비하며 <터키>(리수)를 읽었다. 동서문명의 교차점이자 한때 대제국을 일궜던 오스만투르크의 후예인 터키는 어찌보면 슬픈 나라이다. 유럽인지 아랍인지 알쏭달쏭한 이 나라는 EU 진입의 문에서 일단 좌절했다.


<터키>는 터키라는 국가에 대해서 정말 잘 다룬 책이 아닌가 싶다. 아나톨리아 반도, 이스탄불을 비롯한 각 도시이야기, 터키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비롯해서 마치 터키를 다녀온 것처럼 재밌게 알 수 있었다. 국민의 95%가 이슬람교를 믿는 만큼 이슬람 국가로 봐야 하지만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고 서양화를 이룬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정통 이슬람 국가로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이슬람교를 넘어서 아랍권을 아우르는 이슬람문명에 대한 계속적인 갈증을 느끼던 중 신문 서평 코너에서 정수일의 <이슬람문명>(창작과비평사) 에 대한 소개를 보고선 눈이 확 트였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저자인 정수일이라는 사람부터가 주목의 대상이었다. 무하마드 깐수라는 이름으로 아랍인 행세를 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간첩활동을 한 것으로 한때 크게 보도됐었다. 결국 그는 '무하마드 깐수'가 아니라 '정수일'임이 밝혀졌고 대학교수에서 국가보안법 위반자로 구속되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졌었다.

그런 그가 복역을 마치고 돌아오며 왕성한 저작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활발한 연구를 바탕으로 이슬람과 관련된 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슬람문명>은 그 중에서도 핵심이 아닐까 싶다.

이슬람은 결코 '한손에는 칼, 한손에는 코란'을 말하지 않았다

a 정수일 作 <이슬람문명>

정수일 作 <이슬람문명>

앎의 즐거움을 위해 이 책을 집어들었지만 사실 쉬운 도전이 아니었다. 일단 낯선 아랍어와 종교에 대한 배경 이해가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이슬람에 대한 목마름에 대한 해답으로서는 정말 탁월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넓은 판형은 탁 트인 시원한 느낌을 줬고 모두 컬러로 갖춰진 사진들은 이해를 도왔다. 다양한 그림과 사진들을 통해서 쉽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종교에 대한 해설은 너무나 차분하게 이루어졌다. 전혀 어색함을 느끼지 못할 만큼 저자는 차근차근하게 이슬람교의 출현부터 교조 무하마드, 코란이라고 알려진 <꾸르안>에 대한 소개, 종교적 의무이기도 한 6신 5행에 대해서 알려줬다.

단순한 종교를 넘어선 거대한 문명인 만큼 이슬람 문명의 정치관, 경제관, 사회문명에 대해서도 노학자의 집념 어린 친절한 소개는 계속됐다. 그는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이런 문명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영어의 몸으로 갇혀 있으면서 말이다.

우리가 보통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코란' 쯤으로 알고 있는 이슬람이 과연 얼마나 잘못 알려진 것인지를 이 책을 통렬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이슬람문명은 결코 테러나 일삼는 과격한 '악의 축'쯤이 아니라 문명사에 거대한 물줄기 중 하나였다.

이슬람문명은 서구에 비해 훨씬 앞선 것이었고 이런 우월함을 바탕으로 르네상스를 사실상 촉진시킨 매개체였다. 아라비아 숫자라는 말을 늘 쓰면서도 우리는 그것이 '테러나 하는' 아랍권과는 별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왜곡된 서양 중심의 문화 속에서 이슬람은 수없이 왜곡 당했고 무시 당했다. 그들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고 세계는 그들을 계속적으로 코너로 몰았다. 테러는 소수 과격파들의 목소리 표출 방법 중 하나였는데 서구는 오히려 이를 이슬람의 전부인 양 더욱 몰아붙이고 있다.

저자가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 - 사랑, 평화, 화합

저자가 이야기하는 중심은 '테러'가 아니다. 저자는 이슬람문명을 이야기하며 사랑, 평화 그리고 화합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슬람문명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을 바로잡아주면서 이슬람은 결코 과격하고 호전적인 것이 아니라 관용적이고 융통성 있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사실 이슬람을 배척하거나 무시할 자격조차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막연히 알고 있는 서구 위주의 사고를 바탕으로 무턱대고 그들을 '악의축'으로 몰아세울 수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들에 대해서 너무나 무지몽매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저자는 이 책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말한 것이 우리가 이슬람을 알아야 되는 이유였다.

이 책을 읽으며 그토록 목마르게 알고 싶었던 이슬람에 대해서 눈이 확 떠지는 기분이다.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을 바라본다면 세상을 다시 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종교의 특성상 서구와 대립하고 충돌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을 아우르고 함께 공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나도 이 의견에 동조한다.

우리가 그들과 대화하고 평화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결국 '앎'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에 대해 아주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는 데에서 큰 행복을 느끼며 내게 이런 행복을 안겨준 저자에게 너무나 감사하다.

이슬람문명

정수일 지음,
창비,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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