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는 김민석 철새논란을 보면서

김민석 철새논란은 이제 멈추어져야 한다

등록 2002.12.29 09:18수정 2002.12.2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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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민석씨의 민주당 탈당 후 국민통합21에의 전격적인 입당은 참으로 충격적인 일이었다. 당시 김민석씨에 대한 세간의 평은 여론조사 결과 우위를 보이고 있고, 재벌인 정몽준씨를 선택한 것을 양지를 쫓아가는 철새의 모습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그가 철새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눈치만 살피던 진짜 철새들이 한나라당으로 날아갔고, 단일화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던 노무현 당선자가 단일화를 결심했다. 그리고 국민들은 철새들에 대한 반감으로 노무현 후보에게 더 많은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정몽준씨가 단일후보가 되지는 못했지만, 김민석씨가 원했던대로 단일화를 이루고 승리를 쟁취하여 민주화와 대북 온건 세력의 정권연장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그는 국민통합21측으로부터 트로이의 목마라는 비난을 받고, 민주당 측에서는 배신자란 낙인을 받았다. 게다가 정몽준씨의 노무현 지지철회라는 초유의 사태로 인해 그는 차기 정권에 참여할 기회를 잃었다.

그리고, 국민들은 이제 그를 차세대 리더감 정치인으로 보지 않는다. 그가 어떤 선거에 나오더라도 이번 대선에서의 모습은 상대방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그에게는 씻을 수 없는 정치적 오욕인 것이다.

이처럼 더이상 잃을 것이 없는 상황으로 변한 김민석씨의 홈페이지에 때아닌 철새논란이 재현되고 있는 것은 한편으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며, 한편으로는 그를 공격해서 얻을 수 있는 무엇이 있는가 생각하게 만든다.

최근의 논란은 김민석씨의 이름을 철새라면서 '김민새'로 표기하자 김민석씨 홈페이지 관리자가 새를 석으로 바꾸는 프로그램을 가동시켰고, 이에 반발한 네티즌들이 오히려 더 공격하면서 가열되었고, 철새논란에 불을 붙인 것이다.

이에 대해 몇몇 네티즌들은 김민석씨의 이름을 희화하고, 거친 언어들을 쏟는 일부 네티즌들에 대해 경고를 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그런 현상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일부 네티즌들은 그의 민주화 운동 경력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처럼 철지난 철새논란이 가열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한나라당의 열성지지자들이 노사모를 사칭하여 벌이는 일이라고 지목하기도 한다. 그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것에 대한 분풀이라는 것이다. 또, 국민통합21 지지자들이 그 때문에 정몽준씨가 어렵게 되었기 때문에 벌이는 일이라는 설, 노사모의 열성지지자들이 아직 풀리지 않은 분을 토로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리고 가능성은 있지만, 이미 끝난 선거에 대해 분풀이 수준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악의적인 글도 눈에 띠긴 하지만, 거친 언어에 대한 자중의 목소리도 있으며, 김민석씨에 대한 기대만큼 실망도 컸던 마음이 내재된 그에 대한 관심 표출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런데, 현재 일고있는 김민석 철새논란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미 정치적 약점을 떠안은 사람을 완전히 죽이려는 것만은 아닌듯한 글의 내용들 때문이다. 김민석씨에 대한 비난 글들의 내용 속에는 동교동계에 대한 비난과 386세대와 반미운동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으려는 내용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그의 지역구인 신길동에 사는 40대 주부이며 학생운동 전력이 있는 노사모 회원이라고 밝히면서, 모두가 숨죽인 서슬퍼런 5공화국 당시 미문화원 방화사건을 마치 보여주기식 행동인 것으로 치부하고 미군 사령부에 불질렀어야 된다는 황당한 주장도 하고 있으며, 또 다른 네티즌은 그가 동교동계와 연계된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며 아예 정치권에서 물러날 것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가수 싸이의 새라는 노래를 가사를 바꾸어서 386세대와 김민석을 비난하는 내용을 올리기도 했다.

김민석씨에 대한 비난이 김민석씨에게 한정된 것이 아닌 수준으로 올라가기도 하는 것이다. 그것은 김민석씨에 대한 불만 이상으로 정치적인 목적의 가능성마저도 의심케 하는 수준이기도 하다. 그것은 지난 민주화 세력에 대한 부정과 차세대 정치리더로서의 민주화 세력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심기로 전개될 수도 있는 까닭이다.

또, 김민석씨를 철새로 규정하고 단정짓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청와대도 모르게, 오랜 동지들도 모르게 탈당을 감행할 수 있었겠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비록 그는 자신의 신념에 의해 판단하고 행동에 옮겼다고 이야기 하지만, 그의 탈당에서 비롯된 단일화의 급진전 등은 한번쯤 곱씹어볼 만한 부분이다.

그의 단독적인 판단이고 그의 말대로 승리를 위해서였다면, 그는 대단한 정치감각을 가지고 자신을 희생한 사람이라는 결론인 것이고, 그가 청와대를 비롯한 어떤 정치세력에 의해 권유받고 비밀리에 움직였다면, 그것 역시 엄청난 희생을 담보로 한 모험인 것이다.

그러므로, 김민석 철새논란은 이젠 접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는 대단한 모험을 했고, 외형적으로는 커다란 정치적 부채를 떠안은 아픔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과 그에 대한 비난을 빌미로 확대되는 민주화 세력에 대한 공격은 우리 사회의 미래에 도움이 안되는 까닭이다.

또, 정치적 소신도 중요하고, 당시에 노무현씨를 계속 지켰어야 한다는 당위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희생정신인 까닭이다. 누가 뭐래도 그는 노무현 정권 창출과정에서 가장 많은 것을 잃어가면서 그의 목적을 달성한 사람인 것이다. 냉정하게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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