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일부 의원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통일안보외교팀 구성을 두고 "주사파가 모두 장악했다"며 신판 색깔론 공세를 폈다. 이를 두고 당 내외에서는 구태의연한 정치행태를 여전히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구정치 행태의 청산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한나라당 미래연대 소속 의원들은 이들 의원들의 발언에 대한 반박성명을 발표하는 등 당 내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원창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30일 의원총회 비공개회의에서 윤영관, 서동만, 이종석 위원을 지목,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통일외교안보팀은 주사파가 모두 장악했다"며 색깔론 공세를 폈다. 이 의원은 이어 "DJ 정권 5년이 그러했듯이 좌파적 정권이 인수한 것으로 주사파로 보이는 외교안보팀에 대해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 의원은 또 "북한이 핵개발을 할 때 현금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 노무현 당선자"라며 "당이 똘똘 뭉쳐 나가야 할 이때에 좌파적 성격이 강한 사람들이 인수했다"고도 했다. 이어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도 이날 열린 최성홍 외교통상부장관에 대한 긴급현안 질의에서 "인수위에 들어간 교수 중에도 주사파들이 대거 참여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원창 의원에 의해 '주사파'로 지목된 인수위 소속 당사자들은 '허무맹랑', '코미디'라는 단어를 써가며 한 마디로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영권 인수위 통일외교안보팀 간사는 "한나라당 의원이 어떤 근거로 이런 허무맹랑한 얘기를 하며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는지 이 의원은 그 근거를 밝혀야 한다"며 "만약에 오늘 중 뚜렷한 근거를 밝히지 않을 경우 회의를 거쳐 법적인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간사는 31일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법적조치 문제는 "좀 더 생각을 해보고 이쪽 분과 위원들과 논의를 한 다음 결정하겠다"며 어제의 입장과는 달리 신중하게 접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종석 위원은 "코미디에 대해서 굳이 반응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일축했다. 이 위원은 "내가 발간한 책을 통해 주사파에 대한 얘기를 충분히 한 바 있다"며 "지도자라는 분들이 근거도 없이 왜곡을 일삼으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노무현 당선자도 31일 오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주사파가 뭔지 모르겠다"며 "연말에 술을 많이 먹고 집에 못들어 가는 분들을 말하느냐"며 이들 의원들의 발언을 비꼬아 비판했다. 노 당선자는 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사람들을 갑자기 주사라고 말하는 사고방식은 분명히 분열적 사고"라고 말했다.
현재 한나라당 미래연대 소속 젊은 의원들은 반박 성명을 내는 등 비판의 목소리를 키워가고 있다. 김영춘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이원창 의원을 발언과 관련 "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지적한 뒤, "북한 전공학자들을 모두 주사파로 모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상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30일 "한마디로 말하면 주사(酒邪)를 부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며 "더 이상 한나라당의 주무기인 색깔론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차려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으며, 장전형 민주당 부대변인은 "지금은 19세기가 아니고 21세기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