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변할 것... 기업도 변해달라"

노 당선자, 경제 5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밝혀

등록 2002.12.31 17:14수정 2003.01.0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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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31일 오후 세종로 종합청사 별관에서 경제5단체장과 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31일 "재벌정책이나 기업구조조정 정책은 현재의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시행과정에서 이완됐다거나 문제가 있다고 지적되는 것이 있다면 점검하고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당선자는 이날 오후 2시 세종로 정부청사 별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전경련 회장 등 경제계 5단체장과 가진 간담회에서 "거듭 말하지만 충격적인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불가피하게 변경할 경우에도 타당성이나 충격의 정도를 충분히 검증하고 신중히 시행할 것"이라고 말해 경제 개혁의 추진의사를 보였다.

차기 정부에 대한 노동계의 기대심리가 커져 노사관계가 불안하다는 재계의 지적에 그는 "노사관계에 대해서는 갈등과 사회적 비용이 가장 적게 들도록 해나갈 것"이라며 "노동자들도 변해갈 것이니 기업들도 변화를 수용해달라"고 당부했다.

7% 경제성장 추진 논란과 관련해 그는 "당장 내년이나 내후년에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겠다는 뜻이 아니다"면서 "여성 노동력 활용, 노사 분규에 따른 갈등과 사회적 손실 축소, 투명한 시장시스템의 구축 등을 살려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잠재 성장력을 키우고 성장기반을 다져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김각중 회장은 "단기적인 이익을 너무 기대하지 말고 정부건 기업이건 과학기술 투자를 늘여야 한다"며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지적했고,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창성 회장은 "주5일 근무제는 중소기업에 대한 시행시기를 좀더 늦추고 금융세제 등의 지원을 보완해 주면 현재의 법안에 대해서 협조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협동중앙회 김영수 회장은 "중소기업의 제일 큰 걱정은 인력난"이라며 "중소기업 인력지원 특별법(가칭)을 조기 제정해 달라"며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조직이 너무 많고 업무의 중복도 많아 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보였다.

대한상공회의소 박용성 회장은 "수도권 집중 해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데 그에 대한 방안으로 지방의 고등학교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말했고, 무역협회 김재철 회장은 "한-칠레 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과의 FTA 자유무역협정도 적극적으로 체결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후 재계 단체장과 마주한 노 당선자가 먼저 "이번 대선에서 편하지 않으셨으니까"라며 말을 꺼내자, 참석한 회장들은 웃거나 수긍하는 분위기였다고 이낙연 대변인이 전했다.

이 자리에서 노 당선자는 또 "정치가 이렇게 바뀌고 있듯이 다른 분야도 이렇게 합리적으로 바뀔 수 있도록 도와달라"면서 기업들의 변화를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들 5개 경제계 단체장을 비롯해 임채정 인수위원장, 김진표 부위원장, 정세균 민주당 정책위 의장, 신계륜 당선자 비서실장,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 등 모두 11명이 참석했다.

다음은 각 경제단체장과 노 당선자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이다.

김각중 전경련 회장 : 국가경쟁력의 핵심은 과학기술이다. 과학 기술 발전을 위한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져야한다. 단기적인 이익을 너무 기대하지 말고 정부건 기업이건 과학기술 투자를 늘여야 한다.

김창성 경총 회장 : 노동계의 기대심리가 자칫 불안요인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주5일 근무제는 중소기업에 대한 시행시기를 좀더 늦추고 금융세제 등의 지원을 보완해 주신다면 국회에 나와있는 법안에 대해서 협조할 용의가 있다. 노사 모두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합리적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해달라.

김영수 중기협 회장 :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흔히 자금난, 판매난, 기술난으로 말하지만 제일 큰 걱정은 인력난이다. 외국인 근로자 제도를 개선하고 외국인 산업연수생들이 내년 4월부터 귀국하는데 따른 대책을 마련하는 등 중소기업 인력지원 특별법(가칭)을 조기 제정해달라.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조직이 너무 많고 업무의 중복도 많다. 정리가 필요하다.

김재철 무역협회 회장 : 외국기업이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완화해달라. 한-칠레 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과의 FTA 자유무역협정도 적극적으로 체결되어야한다. 부처간 이기주의, 전시행정으로 인한 국가자원 낭비 막아달라. 동북아 중심국가 구상을 다듬고 시행해나갈 총괄 관리기구를 도는 것이 어떤가.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 지난번 당선자가 기업구조조정 기조에 변화가 없다고 말하고 5+3원칙도 유지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적절했다. 수도권 집중 해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그에 대한 방안으로 지방의 고등학교에 많은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그 방법이 될 수 있다. 광양 고등학교가 좋은 성공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 당선자 : 과학기술 발전에 각별히 관심을 갖겠다. 김각중 회장님의 말씀을 잘 새기겠다.

노사관계에 대해서는 갈등과 사회적 비용이 가장 적게 들도록 해나가겠다. 노사문제는 공정한 입장에서 갈등과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해 나가겠다. 노동자들도 변해갈 것이다. 기업들도 변화를 수용해달라.

7% 경제성장을 공약했는데, 당장 내년이나 내후년에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선거기간 중에도 여러번 말씀드렸다시피 여성 노동력 활용, 노사 분규에 따른 갈등과 사회적 손실의 축소, 예측가능하고 투명한 시장시스템의 구축, 동북아 시대의 경제적 효과 등을 살려,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잠재 성장력을 키우고 성장기반을 다져나가겠다는 것이 취지다.

재벌정책이나 기업구조조정 정책은 현재의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다만, 시행과정에서 다소 이완됐다거나 문제가 있다고 지적되는 것이 있다면 점검하고 보완하겠다. 거듭 말하지만 충격적 조치는 없을 것이다.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중시하겠다. 불가피하게 변경할 경우에도 타당성이나 충격의 정도를 충분히 검증하고 신중히 시행할 것이다. 각종 규제 등 정부간섭은 최대한 줄이겠다.

내가 첨단 산업을 비교적 강조하고 있지만 전통산업을 소홀히 하겠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전통산업은 전통산업대로 키워 나가야 한다. 전통산업과 첨단산업의 접목, 전통산업 내부의 기술혁신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결코 소홀히 하지 않겠다.

노무현 "내년 사업들 좋은 기회 있기 바랍니다"
김재철 "골프 적자 3억은 그대로 믿기 어려습니다"

이날 오후 2시 세종로 정부청사 별관에 마련된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경제 5단체장과의 공식적인 첫 만남이 이뤄졌다. 다음은 노 당선자와 5단체장간의 본격적인 대화에 앞서 인삿말 격으로 주고받은 발언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노 당선자 : 금년도 이제는 다 끝나셨죠. 옛날에 TV에서 상징적으로 연말이면 증권거래소 납회하는 장면을 썼는데. 종이 날리는 것 말이죠. 그걸 보면 올해가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김창성 : 요즘은 박수로 합니다. 월스트리트도 하고 일본도 하고 세계적으로도 다 합니다.

노 당선자 : 내년 하시는 사업들 좋은 기회 있기를 바랍니다. 내년이 올해보다 경제전망이 어두워서 걱정입니다.

김창성 : 저희들도 걱정입니다.

노 당선자 : 회장님들이 내년 경제가 잘 살아날 좋은 방도를 하나씩 주고가십시오.

김재철 : 수출은 괜찮을 것같습니다. 씀씀이가 커져서 무역수지는 나빠질 것같습니다. 소비재 수입도 너무 많습니다.

노 당선자 : 올해 경상수지가 얼마나 되죠.

정세균 : 수출은 흑자가 105억 달러, 경상수지는 60억 달러가 조금 넘습니다.

김재철 : 여행수지로 적자가 많아 경상수지는 60-70억 달러 정도 됩니다. 교육이 다른 면에서도 부각되고 있지만 유학을 나가기만 하고 오는 사람은 없어서 적자가 큽니다.

노 당선자 : 교육수지 적자라고 해야 되나요. 보통 관광수지라고 하는데 교육부분이 중요한 통계치로 들어서야 되겠습니다.

김창성 : 어린이까지 유학을 나가서 과한 면이 있습니다.

임채정 : 골프도 3억 달러 적자가 났다고 합니다.

김재철 : 골프채를 들고 나간 사람만 보면 그런데 들고 나가지 않는 사람도 있어서 믿을 수 없습니다.

김진표 : 내년도 경상수지는 25-30억 달러 흑자가 예상됩니다.

김재철 : 무역은 반도체가가 오르내리는데 따라서 크게 변하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습니다.

노 당선자 : 오늘은 정부가 장기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 지 경쟁력강화에 꼭 필요한 일이 뭔지 잘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재철 : 3, 5년 후 뭘 어떻게 할 지가 정말 중요합니다. / 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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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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