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시위 분별없이 막는 경찰

지하철역도 못다니게 막아.. 누구를 위한 경찰인가?

등록 2002.12.31 20:56수정 2003.01.0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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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5시 부터 8시까지 세종로 사거리 앞에서 열린 촛불시위에 참가했다. 그곳에는 남녀노소 구분없이, 인산인해를 이루며 장갑차에 밟혀 죽은 두 여학생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데 동참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약간은 실망스러운 '촛불시위 자제' 발언이후, 100만 시민 동참을 내세우며 열린 2002년의 마지막 시위에서 경찰은 광화문과 미대사관 일대에 경찰 2만 가까이 동원하며 시위대의 미 대사관 진입을 사전에 봉쇄하려는 듯이 철통같은 방비를 하고 있었다.

감정적으로 변할 수 있는 시위대를 막기 위해 미 대사관을 비롯한 외국 공관을 보호하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고 하지만 광화문 지하도를 막아 5호선을 타고 시위에 참가하려는 시민들을 막아선 것은 과잉방비라고 할 수 있다.

화난 시민들이 욕을 하며 밀어붙이자, 경찰을 몇 겹으로 세워 지하도를 막았다. 광화문 앞 세종로는 경찰버스로 막아 놓고, 시위가 벌어진 세종로 사거리 앞은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빠져나오기가 힘들었다.

시위의 과격화를 막고, 외국 공관의 보호를 위해 경찰이 배치된 것은 타당하다고 보여지나, 광화문 지하도를 막아, 정당하게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방해한 것이다.

광화문 지하도를 통제한 경찰 덕분에 필자는 5호선 광화문역 대신, 밀집한 사람들 사이를 힘들게 지나다니며 1호선 종각역까지 30분 이상 걸어가야 했다. 시위에서 화염병과 쇠파이프, 짱돌이 사라진 지가 언젠데, 아직도 경찰을 대규모로 풀어대 시민에게 불편을 주어야 하겠는가? 막았으면 갈 길이라도 알려주지, '모른다. 알아서 찾아라' 이런 식이니 시민수준은 21세기지만, 동원된 경찰에게는 미안하지만 아직 80년대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씁쓸하다.

돌아오는 길에 내일과 모레 일자의 조중동 사설과 기사에서 이 사건을 어떻게 다룰지 필자는 상당히 궁금하게 생각했다. 아마 무시하거나 부정적 어조로 쓰겠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새해에는 한미관계가 평등으로 나아가기를 기원하고 새로 대통령이 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국민여론에 부합하는 대미정책을 이끌어주기를 바란다. 오마이뉴스 독자여러분에게도 새해 복 많이 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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