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에게 바란다

분배를 위한 교육

등록 2002.12.31 22:51수정 2003.01.0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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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냐 분배냐?" "진보냐 보수냐?" 오랫동안 많은 학자와 정치가 그리고 시민에게 풀리지 않는 화두가 되어왔던 물음이다. 물론, 둘 중의 하나만이 정답이다라고 이분법으로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어느 것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인가가 그 사회의 제도와 사회구성원의 삶을 결정하는 커다란 요소가 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선출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성장보다는 분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수위원회에 포진된 학자들 중에도 진보적인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정치인 몇몇을 바꾼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교육은 아이들을 통해 미래를 바꾸는 일이다"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이제 우리교육을 바꾸자. 그 동안 우리교육은 분배보다는 성장에 치중하여 왔다고 생각한다. 평등보다는 끝없는 경쟁을 통한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역할에 머물러 왔다는 생각이다. "인간 사회에 경쟁이 없을 수는 없지 않냐?"라는 물음이 존재한다. 물론 인간사회에 경쟁이 완전히 소멸될 수는 없다는 것 인정한다. 또한 경쟁의 필요성도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교육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쟁은 필요 없는 것이기도 하려니와 경쟁이라 부르기 곤란할 정도로 불평등한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학문의 성취보다는 이름 있는 학교의 졸업장에 의미를 두는 경쟁 어렵사리 들어간 명문대 학생들도 전공공부보다는 고시공부에 매달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가 있다. 지금 중등교육의 학업성취도에 학부모의 경제력은 그 어떤 것보다 많은 영향을 끼친다. 학생 개개인의 능력이나 노력보다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서 결정되는 성적이 과연 경쟁이라 부를 수 있나?

우리의 실업교육을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방 중소도시 실업계 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근무하고 있는 학교가 특수한 경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담임을 맡고 있는 아이들의 부모님 중에 대졸자가 한 명도 없다.

학교에 납부해야하는 경비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경제적 여유를 가진 가정이 30%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이 정상인가? 하는 물음이 든다. 과연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서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물론 인문계 학교와 실업계 학교가 수직적인 서열을 이루는 것 또한 잘못된 것이다.

얼마전 실업계 학생들을 위한 특례입학을 실시하겠다는 기사를 접했다. 대학입학에 특전을 부여하는 것으로 무너지는 실업교육을 일으켜 세울 수 없다.

이런 현실을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이기에 이번 대선에서의 민노당의 공약에 눈길이 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리라. 의료와 교육의 공공성 강화만이 가난의 대물림을 종식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인 것이다. 민주당의 교육 부분 공약은 공공성강화 측면에서 취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의 대물림보다 더 시급히 사라져야 할 것이 가난의 대물림이다.

교육을 국가에서 책임져야 한다. 전면 실시가 어렵다면 적어도 실업계 만이라도 무상교육이 실시되어야한다. 수업료만이 아니라 기타 소요비용 일체를 지원해야한다. 궁극적으로는 능력과 적성 필요에 적합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가야겠지만 일단 소외받은 실업계 학생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말자.

제발 이번 정권에서 우리에게 만연된 출세지향의 불평등한 경쟁보다는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는 공평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학교교육의 토대를 마련해 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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