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청소년들이 효순· 미선에게

희망을 일구어낸 동두천 청소년들의 촛불시위

등록 2002.12.31 22:07수정 2003.01.0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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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지역 청소년들이 시내를 행진하며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 박신웅

지난 50년이 넘는 기간동안 미군의 주둔 때문에 가장 많은 고통을 받으며 '기지촌'이라는 오명을 받아온 동두천에서 청소년들 주최로 고 신효순, 심민선 양을 추모하기 위한 촛불행사가 열렸다.

한반도 최대규모의 미군이 자리잡고 있는 동두천, 암울한 도시, 희망이 없는 도시, 기지촌 이라는 오명을 달고 사는 이 지역에서 올 한해를 마감하는 날 청소년들이 모여서 이 지역의 새로운 희망을 싹 튀우기 시작했다.

31일 오후 4시 동두천 터미널 앞에 삼삼오오 세일러 하얀 칼라에 회색 스커트를 입은 여고생들과 남학생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 학생들은 잠깐 멈짓, 주위의 눈치를 살피다 집회하는 사람들 사이로 쏘옥 들어간다. 감히 어른들도 나서지 못해던 일을 자신들의 힘으로 짧은 시간안에 해낸 것이다.

이날 동두천터미널 앞에는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심미선 살인사건 동두천지역청소년 대책위' 주최로 열린 촛불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200여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행사장 주변에는 대형태극기가 걸려있었고, 효순이, 미선이가 미군 장갑차에 압사당한 후에 찍힌 처참한 시신의 사진들과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학생들이 서 있었다.

이날 열린 촛불행사는 지난 26일부터 27까지 경기도 용인에서 열린 학생회장 수련회에 참석했던 동두천지역 5개 고등학교 학생회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준비됐다.

이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최근에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촛불시위에 대한 화제를 꺼냈고 우리 지역에서도 촛불시위를 전개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렇게 해서 모아진 결의를 통해 행사를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보영여고 정시은(2학년) 학생회장은 "행사준비를 위해 자신들이 가입되는 포탈 사이트의 카페나, 홈페이지, 학교게시판, 시내에서 홍보를 하며 촛불시위에 대한 행사를 알렸다"며 "기대했던 것보다 적은 학생들이 나왔지만 여기 나온 학생들이 너무나 소중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학생대표로 나온 중앙고등학교 김석현(2학년) 학생회장은 자유발언을 통해 "오늘 촛불이 추모의 마음을 담아 하늘에 있는 효순이와 미선이에게 따뜻한 마음을 보여줍시다. 정말로 다시는 이런 끔직한 일이 생기기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저희들만의 소망이 아닌, 여기에 모인 청소년들, 이땅의 국민들. 하늘의 효순이와 미선이가 바라는 소망입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촛불시위에 학생들이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보영여고 학생 20명이 나와 '내가 살아가는 동안'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동안 참여한 학생들의 손에 촛불이 하나둘씩 커지면서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은 숙연해지기 시작했다.

이어 강옥자 학생(2학년·동두천여상 학생회장)이 나와 '하늘나라에서 지켜보고 있을 효순이와 미선이에게'라는 편지를 낭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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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신웅

"미선아, 효순아 우리 가엾은 동생들아 너희를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
너희의 죽음으로 온 나라, 온 국민은 떠들썩해...
혹시나 억울한 죽음이 너희의 넋까지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니니...
이제 우리의 촛불을 보고, 우리의 마음을 보고 편안히 눈감으렴...
하늘에서 만큼은 미선이와 효순이가 행복할 수 있도록 우리 언니 오빠들이 친구들이 노력할게..
아픈 기억 다 잊고 가족들과 친구들과의 좋은 추억만 가지고...가렴
부디 다음 생애는 정말 아름다운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길 빌께..잘가...”


편지를 낭독하면서 강옥자양도 울기 시작했고 촛불시위에 참석한 대다수의 학생들은 효순이, 미선이를 생각하며 울먹였다.

동두천고등학교 서경민(2학년) 양은 "효순이, 미선이가 너무 불쌍하다. 미군이 사실대로 밝히고 처음부터 사과를 했으면 이렇게 커질 일이 아니었어요. 부시대통령이 전화 한 통화로 사과 한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야무지게 부시대통령의 형식적인 사과를 비난했다.

한편 이날 행사를 간접적으로 도와준 동두천 시민연대 김병섭 사무차장은 "어른들이 하지 못한 일을 미래의 동두천을 이끌고 나갈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해주어서 기쁘다 희망이 보인다"며 "청소년들의 이번 촛불시위를 계기로 이제 동두천이 기지촌의 오명이 아닌 새로운 희망이 있는 도시임을 밝히고 싶다"며 벅차 감정을 토로했다.

모든 행사를 끝마친 학생들은 고 신효순, 심미선 양의 영정을 들고 터미널에서부터 서울병원 사거리까지 1km 구간에 걸쳐 시내를 행진하며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적인 촛불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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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순이, 미선이의 영정이 담긴 컵을 손에 꼭들고 촛불을 밝히고 있는 학생 ⓒ 박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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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신웅

덧붙이는 글 | 다음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의 결의문이다.

하나, 우리의 촛불은 반미가 아니라 인권을 향한 외침입니다.
하나, 우리의 촛불은 효순이와 미선이의 멎지 않은 심장입니다.
하나, 우리의 촛불은 오만한 미국을 심판하는 정의의 칼날입니다.
하나, 우리의 촛불은 전국 400만 학생들의 간절한 바람입니다.

위 다짐은 동두천 5천여명의 우리 학생들이 미국을 향한 우리의 목소리입니다.
학생 여러분! 미국의 횡포에, 무참히 짓밝힌 효순이와 미선이의 넋을 기리고 오만한 미국을 심판합시다.
 짓밝힌 주권과 자존심을, 이제 우리 학생들이 되찾을 때입니다.
 학생 여러분! 이제 우리 학생들이 심장에 정의의 불꽃을 피워야 할 때입니다.

2002년12월31일
동두천지역 5천여 학생 일동

덧붙이는 글 다음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의 결의문이다.

하나, 우리의 촛불은 반미가 아니라 인권을 향한 외침입니다.
하나, 우리의 촛불은 효순이와 미선이의 멎지 않은 심장입니다.
하나, 우리의 촛불은 오만한 미국을 심판하는 정의의 칼날입니다.
하나, 우리의 촛불은 전국 400만 학생들의 간절한 바람입니다.

위 다짐은 동두천 5천여명의 우리 학생들이 미국을 향한 우리의 목소리입니다.
학생 여러분! 미국의 횡포에, 무참히 짓밝힌 효순이와 미선이의 넋을 기리고 오만한 미국을 심판합시다.
 짓밝힌 주권과 자존심을, 이제 우리 학생들이 되찾을 때입니다.
 학생 여러분! 이제 우리 학생들이 심장에 정의의 불꽃을 피워야 할 때입니다.

2002년12월31일
동두천지역 5천여 학생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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