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 주민들의 속앓이

불공정한 임대아파트 관련 법률에 속수무책

등록 2003.01.03 06:57수정 2003.01.0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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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임대아파트인 광주광역시 서구 금호동의 호반리젠시빌 3차아파트 주민들은 여러모로 심경이 복잡하다.

임대아파트 건설회사측에서 5%의 임대료 인상을 고시하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30만원이 넘는 임대료와 고율의 연체료를 부가할 것이라는 통지를 했기 때문이다.

민법과 주택임대차 특별보호법에 의해 세입자가 과도한 전세금 인상분에 시달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변 시세의 급격한 변동이 있을 경우에 한해서 5%의 범위 내에서 증감을 청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시세 변동을 회사에서 판단하여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강제한 것이다.

주민들은 이에 반발하여, 임차인 대표자회를 구성하고 반대를 표명하면서 인상분 납부를 거부하고 서구청 측에 조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생각해 본다고만 이야기할 뿐 묵묵부답이다.

그렇다고 주민들로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임차인 대표자회는 분양아파트의 주민 자치회와는 달리 아파트 운영이나 기타 문제에 대해서 회사측과 단지 협의만 할 수 있을 뿐이지, 모든 결정권은 회사측에 준 법규 때문이다. 조정위원회가 있다고 하지만, 거부하는 회사측의 일방적인 행위를 방지할 법적구속력 있는 장치가 없는 것이다.

걱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1가구당 초기분양가가 9300여만원인데, 근저당권 6500만원을 국민은행에 최우선 순위의 설정을 해주고 5천만원씩의 담보대출을 회사가 받은 것이다. 입주자에게 한마디 상의도 없었던 것은 물론이다.

위 아파트의 공식적인 임대보증금이 4300만원이지만, 월임대료를 내지 않는 조건으로 1680만원을 전환임대보증금이란 명목으로 회사측이 받아서 사실상 임대보증금은 5980만원이 되었고, 이번 인상분까지 포함하면 6195만원이 국민은행에 설정해준 근저당권보다 후순위의 임대보증금이 된 셈인 것이며, 매년 인상될 경우 약 7천만원의 임대보증금이 되는데,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된 아파트에 보증금만 올려주는 불안한 마음이 되는 것이다.

회사측이 국민은행 대출금을 갚지 않기 위해서, 시세변동이 별로 없는 광주광역시 부동산시장의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거나, 국민은행 측에 돈을 갚지 않아서 경매에 넘어갈 경우 고스란히 돈을 날릴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참고로,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주변 유사한 평수의 분양아파트 최근 시세는 9500만원에서 1억500만원 사이이며, 광주광역시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는 추세이다. 또, 아파트의 경우 경매시 7-80% 가격에 결정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매월 내야 하는 30여만원의 임대료 부담을 입주자들의 편익을 위해 덜어준 것이며, 분양가 문제는 4년 뒤의 일일 뿐이며, 분양가가 높거나, 국민은행 대출이 문제라면, 분양받지 않고 이사가면 된다는 반응이다. 또, 임대료 인상은 분양시에 임대인이 부담할 목돈 부담을 줄여주며, 최근의 주택난 때문에 벌어지는 불법 전대차를 막는다면서 임차인 대표회의와 평행선을 그으며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호반리젠시빌 3차아파트와 같은 사례는 임대아파트가 밀집한 서구 풍암지구와 금호지구에서 흔하게 있는 일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경우, 회사측에 유리한 쪽으로 합의되거나, 소송까지 벌인 한 임대아파트의 경우, 재판부가 3.5% 인상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현행 법규정상으로는 회사측의 행위에 별다른 문제가 없거나 임차인을 보호할 규정이 취약한 까닭이다.

이밖에도 건설회사의 부도나 파산시, 주택임대차 특별보호법보다 파산법이 먼저 적용되는 것에서 오는 보증금 날리기 등 현행법규상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불리한 요소는 참으로 많다.

원래 정부에서 국민주택기금을 저리로 융자해주면서 건설회사들이 임대아파트를 짓도록 독려한 법안이나 정책의 취지는 집없는 서민들을 보호하고 싼 가격에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취지이다. 그러나, 임차인대표회에게 아무런 결정권도 없고 입주민 보호에 취약한 임대주택 관련 법규는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서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편, 광주광역시의 경우 임대아파트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서 위와 같은 사례는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보여진다. 또, 대통령 당선자는 더 많은 임대아파트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대아파트의 공급도 좋지만, 본래의 법취지에 맞게 집 없는 서민들이 대형 건설회사의 무리한 담보대출, 일방적인 임대료 인상고지나 과다한 분양가 설정 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빠른 법개정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임대아파트의 시세가 주변아파트 시세보다 월등히 값싼 수도권과 자칫 시세보다 비싸게 분양받을 수 있는 지방의 특성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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