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등록 2003.01.28 19:09수정 2003.01.3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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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불가능이란 단어는 통하지 않는다.

지금 시각이 새벽 2시를 넘었는데도 50살이 넘은 아내는 거실에서 학교 숙제를 하기 위하여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나는 아내가 너무 무리하게 심혈을 기울여 공부를 하다 혹시 건강을 해치게 되지를 않을까 염려가 되어 '여보 이제 제발 그만 하고 들어와 자요' 하고 말을 해보지만 오히려 아내는 '염려하지 말고 먼저 주무세요' 하는 말을 남기고 계속해서 공부를 하고있다.


그러고 보니 아내가 늦깎이 공부로 중학교를 다니기 시작 한지도 어느 결에 일년이 다 되어오고 있다. 나의 아내가 다니고 있는 일성여자중고등학교는 청소년 시절 부득이한 사정으로 배움의 길을 멈춰야 했던 여성들이 배움에 필요성을 인식하고 늦깍이 공부를 시작을 하여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인정하여 길을 열어준 중학교이다. 나의 아내가 다니고 있는 중학교는 그러고 보면 대다수의 학생들이 주부들로서 51세인 나의 아내가 아마 중간 연령층에 속하는 학생이 되는 것 같다.

중학교 3년 과정을 2년에 졸업을 하기 때문에 일반 중학교와 똑같은 법정 수업일수를 채워서 공부를 하기 위해선 여름방학, 겨울방학, 봄방학 때도 명색으로만 며칠간 방학이라는 이름으로 때울 뿐 실질적으로는 벌써 1월 15일부터 개학하여 학교를 다니고 있다. 단 몇일간의 방학 기간중에도 숙제는 역시 일반 중학교와 조금도 다르지 않게 많이 내주고 있기 때문에 말은 몇 일간의 방학이라 하지만 방학 숙제에 치여 아내는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지난 겨울 방학 때의 일이다. 아내가 학교 방학 숙제로 서대문형무소 견학을 하고 감상문을 써 오랜다고 나에게 함께 동행 해줄 것을 간청을 한다. 나는 아들 애들이 중학시절 고궁이나 미술관 같은 곳을 다녀와야 할 때 숙제를 돕기 위하여 아이들과 몇 번의 동행을 한 적은 있었지만 이제는 손자를 둔 아내의 방학숙제를 돕기 위하여 동행하여 서대문 형무소를 찾아가는 나의 심정은 어떻게 생각을 하면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고 또 어떻게 생각을 하면 더 보람이 있는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며 아내와 함께 서대문 형무소를 찾아 갔다.

나도 솔직히 청소년 시절부터 이곳을 지나다니며 서대문 형무소를 바라본 적은 있었지만 정작 형무소를 관람 해본 적은 없었기에 아내뿐이 아니라 나에게도 역사적으로 큰 공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서대문 형무소에 도착했다.

마침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각처에서 모여든 중학생 단체 관람 생들과 일반인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줄에 섞여 대충 전시장을 관람을 하고 있는데 아내의 관람 모습은 단체로 관람을 온 일반인이나 중고등학생들보다 몇 배나 더 진지했다. 수첩을 꺼내어 꼼꼼하게 메모를 하고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나에게 질문을 하던지 아니면 안내 도우미 분들에게 끈질기게 질문을 하며 관람을 하고 있다.


이러한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너무나 형식적으로 역사의 현장을 성의 없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관람을 하고 있구나 하고 반성을 하며 아내와 보조를 맞춰 관람을 하다보니 우리 민족이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고통받던 역사의 아픔을 새로운 시각에서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부부의 서대문 형무소 관람은 끝이 나고 집에 돌아오던 즉시 나는 그곳에서 사진으로 찍은 역사의 현장사진을 컴퓨터에서 뽑아보니 감회가 새롭다. 아내는 내가 촬영한 사진을 살펴보며 자신이 현장에서 기록한 메모를 참고해 감상문을 쓰기 위하여 밤을 새다시피 하여 가까스로 완성, 워드를 쳐 사진자료를 첨부해 학교에 방학숙제로 제출했다.


그리고 일주일여가 지난 후 아내는 오후 9시가 다되어 집에 돌아온다. 평소 같았으면 지친 몸으로 파죽음이 되어 돌아오던 아내가 생기 발랄한 모습으로 돌아와 씩-웃으며 여보 나 오늘 좋은 일 있다 하고 말을 한다. 나는 속으로 아마 주부들끼리 학교 끝나고 떡볶기나 아니면 누가 한턱을 쏴서 저녁을 먹고 왔나보다 하고 생각을 하며 '한 잔들 하셨어요?' 하고 반문을 하니 아내의 말은 방학숙제로 해간 서대문 형무소 관람기가 우수상을 받게되었다고 자랑을 하며 학급 간부들이 한턱을 내라고 해서 자기가 저녁을 사고 왔다고 겸연쩍게 웃음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 1학년 말 때도 공부를 잘했다고 학교에서 우수상을 받았다고 하며 학부형이며 남편인 나에게 달랑 한 장의 상장을 내놓는 것을 보고도 나는 수고했어요 하는 격려의 말 한 마디도 못해주고 더 열심히 노력하여 고등학교 때는 장학생이 되라는 말로 아내에게 한마디 말을 던진 것이 아내에게 얼마나 부담이 되었을까 생각을 하니 큰 후회가 된다.

인정머리 없는 남편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자극을 받아서인지 아내는 요즘 들어 시험 때도 아닌데도 보통새벽 2-3시를 넘겨가며 정신없이 공부를 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52세의 나이도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일에 저렇게 혼신의 힘과 노력과 정신을 바쳐 집중적으로 공부를 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나에 마음은 일면 애처롭기 짝이 없으며 또한 자랑스럽기도 하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일에 아내에는 아마 나이 정도는 그냥 한낱 나이테 정도로만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한번도 힘들다거나 후회를 하는 내색이 없다. 나는 이러한 아내의 강인한 모습을 바라보며 누가 여자들을 약하다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하고 반문을 하게 된다.

'하지만 여보! 도영이 할머니! 제발 몸 생각하면서 공부를 하도록 해요. 지금 우리 부부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있다면 부귀 영화 돈 명예 보다도 가장 소중한 것은 당신의 건강이 우선이랍니다. 당신의 건강에 무리가 있다면 아마 당신이 그렇게 힘들여 소중하게 생각하는 공부의 꿈도 이룰 수가 없답니다. 제발 열심히 공부는 하되 자신의 건강을 생각하며 적당히 해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어느덧 아내는 지난 2002년 11월에 자랑스런 중학교 2학년이 되어 이제 곧 3월이 오면 아내에게 1학년 후배들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또 내년 이맘때면 나는 사랑하는 자식들과 손자 아이의 가슴에 한아름의 꽃다발을 안고 영광스런 아내의 늦깎이 중학교 졸업식장에 참석을 하여 진심으로 아내에게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축하의 포옹을 하여 줄 것을 마음에 준비를 한다.

덧붙이는 글 | 학교 홈페이지http://www.ajummaschool.com/ 
전화 연락처 02-716-0069 일성여자 중학교, 02-704-7402 양원 주부학교

덧붙이는 글 학교 홈페이지http://www.ajummaschool.com/ 
전화 연락처 02-716-0069 일성여자 중학교, 02-704-7402 양원 주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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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서예가로 활동중이며 틈날때 마다 등산을 하며 산행기를 쓰며 이런저런 사람들의 사람사는 이야기와 웃음이 함께하는 세상 이야기를 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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