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연구원 인터넷 누리집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우리 말 말법과 띄어쓰기, 맞춤법을 잘 모르겠거나 헷갈릴 때 물어 보고 대답을 얻는 게시판이 있습니다. 요 며칠 사이 이곳 게시판에서 `잔디깎이'와 `성냥팔이' 띄어쓰기를 여쭌 분이 계십니다. 국립국어연구원 쪽에서는 그 물음을 읽고 이렇게 대꾸합니다.
"잔디를 깎는 도구이므로 '깎이'로 쓰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사전에 올라 있지 않으므로 '잔디 깎이'와 같이 띄어 쓰셔야 합니다."
우리가 쓰는 많은 말 가운데 사전에 오르지 않은 말은 아주 많습니다. 즐겨 먹는 `국'과 `찌개'를 생각해 보세요. 사전에 오른 국과 찌개가 있지만 오르지 않은 국과 찌개가 훨씬 많습니다. 멋있는 사람은 멋쟁이, 시멘트 바르는 사람은 미장이입니다. 이렇게 `-장이'와 `-쟁이'를 붙여서 쓰는 말도 수없이 많지만 그 많은 말 가운데 사전에 오르지 못한 말이 무척 많아요. 하지만 우리는 `-장이'와 `-쟁이'가 붙은 말은 자연스레 붙여서 쓰면 되는 줄 압니다. `-국'과 `-찌개'를 붙인 말도 붙여서 써야 하는 줄 알고요.
"잔디를 깎는 연장"과 "성냥을 파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 연필깎이
├ 손톱깎이
├ 수염깎이 <- 면도기
└ 털깎이
┌ 껌팔이
├ 날품팔이
├ 달품팔이
└ 품팔이
우리는 이미 `-깎이'와 `-팔이'를 뒤에 붙여서 "무엇을 깎는 연장"과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말 씀씀이를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제대로 담지 않았을 뿐이에요.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어떤 일을 해내는 솜씨가 있는 사람을 가리킬 때 뒤에 `-장이'를 붙이고, 어떤 성격을 지닌 사람을 가리킬 때 말 뒤에 `-쟁이'를 붙여요. `-깎이'는 "무엇을 깎는 연장"을 가리킬 때, `-팔이'는 "무엇을 파는 사람"을 가리킬 때 붙이면 좋지 않을까요? 이처럼 쓰면 우리 말 살림을 북돋울 수 있어요. 띄어쓰기가 헷갈리다며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되고요.
하지만 우리나라 국립국어연구원은 `잔디깎이'나 `성냥팔이'를 한 낱말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만든 <표준국어대사전(1999년, 두산동아)>에 실리지 않았다면서요. 오로지 그 까닭 하나만을 들면서 `잔디 깎이'로 띄고 `성냥 팔이'로 띄라고만 말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과 국립국어연구원이 지닌 모순이 참 많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이 사전에서 싣지 않은 말을 다루는 방법이에요. 어떻게 띄거나 붙여야 할지 헷갈리는 말은 국립국어연구원에 물어 봐야만 알 수 있어요. 더불어 우리 스스로 우리 토박이말을 살찌우고 키워나갈 기틀을 마련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한글 맞춤법을 공부해서 한글 맞춤법을 제대로 써야 합니다. 한글 맞춤법을 익히고도 규칙 적용이 까다롭고 애매하고 다 달라서 헷갈리거나 잘못 쓰면 안 됩니다. 헷갈리고 어수선해서 국립국어연구원으로 물어 보고 대답을 기다린다면 얼마나 효율성이 떨어지고 `국가 생산력'에도 안 좋겠습니까.
해마다 `국어사용능력' 성적이 떨어진다죠? 한번 생각해 봐요. "우리가 우리 말을 제대로 쓸 줄 모른다"는 결과가 나오는 까닭 가운데 하나는 까다롭고 규칙이 없는 정부 맞춤법 탓이 아닐까요? 우리가 좀더 쉽게 말을 쓰고 새롭게 말을 지어낼 때 알맞은 틀을 세우는 일을 국립국어연구원에서 게을리하기에 우리 말 앞날이 무척 걱정스러운 게 아닐는지요?
덧붙이는 글 | 책상물림 맞춤법에서 말을 쓰는 국민을 생각하는 맞춤법으로 달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올립니다. 국립국어연구원 `묻고 답하기' 게시판 주소는 http://www.korean.go.kr/bbs/qna.html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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