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하는 집, 망하는 집의 조건

등록 2003.01.29 10:59수정 2003.01.2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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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리 동네에는 우리 가족들이 즐겨찾는 식당 두 곳이 있습니다. 한 집은 손칼국수 전문점이고, 다른 한 곳은 수제비 전문점이죠.

그중 손칼국수 전문점은 4~5년쯤 전부터 장사를 해온 곳입니다. 그 집 아저씨가 무슨 사업인가를 하다가 도저히 전망이 보이질 않아서 궁리 끝에 창업을 한 곳이라고 하더군요. 바지락으로 국물을 내고, 손으로 잘 반죽을 해 쫄깃쫄깃한 면발이 일품인 손칼국수만을 단일메뉴로 삼고 있죠.


덤으로 어지간한 사람은 1인분을 채 다 먹기조차 힘들 정도로 푸짐하게 차려내는 양을 통해 넉넉한 인심도 엿볼 수 있어 좋구요. 덕분에 이곳에선 어른 3명이서 2인분을 시킨다든가 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죠.

우연한 기회에 그 곳 손칼국수 전문점 주인 아저씨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나름대로 장사철학이 단단한 분이더군요. 늘 처음 시작할 때의 그 마음으로 장사를 하려 애쓰고 있고, 특히 주재료 가운데 하나인 바지락 같은 것은 절대 아끼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기 아는 사람 가운데 하나가 직장을 잃은 뒤 이곳 손칼국수 전문점이 장사가 잘된다는 소문을 듣고서는 비법을 전수해 달라 간청을 해 알려준 적이 있는데, 처음 몇 달간은 장사가 매우 번창하더니만 불과 얼마 못가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더라는 겁니다.

이상해서 그 원인을 조사해 봤더니, 장사가 번창하는 것과 반비례해 그 집 주방의 바지락 사용량은 점차 감소했다더군요. 아마도 재료 사용량을 줄여 이익을 좀더 극대화 하려는 욕심이 그 원인인 듯 했는데, 그 같은 욕심이 결국은 손님들로 하여금 발길을 끊도롣 만들고 만 것이죠.

그러면서 그 곳 손칼국수 전문점 주인 아저씨는 말하기를 “누구든 처음 마음 먹은대로만 꾸준히 행한다면 그 분야에서 분명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먹고 사는 일조차 힘들어 손칼국수 장사를 시작했는데, 장사가 잘돼 먹고 살고도 많이 남을만큼 됐으니 더 이상은 욕심내지 않겠다”고 하시더군요.


우리 가족들이 즐겨찾는 동네 식당 가운데 다른 하나인 수제비 전문점은 최근에 문을 연 곳입니다. 수제비에다가 낙지 한 마리씩을 집어넣는 독특한 요리법으로 처음 눈길을 끌더니만, 쫄깃한 수제비와 얼큰한 국물맛, 여기 곁들인 매콤달싹한 비빔밥 등으로 미각을 자극하는 곳이죠.

내 경우 워낙 얼큰한 맛을 좋아하는 까닭에 손칼국수 쪽보다는 이 수제비 전문점 쪽을 선호하는 편인데, 최근 두어 번 정도 이곳을 찾았다가 그만 너무 실망스러웠던 나머지 앞으론 발길을 끊어야겠단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너무 얄팍한 장사 속 때문입니다. 처음 문을 연 지 얼마 안됐을 때까지는 앞서 말한 손칼국수 전문점과 마찬가지로 그 양이 머릿수보다 좀 모자라게 시켜도 될만큼 넉넉하더니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줄기 시작하다가 급기야는 3인분 양이 장사 초기의 2인분보다도 적게 나오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더군요.

뭐 음식이라는 게 공연히 많이만 차려내서 남기는 것보다야 남기지 않을만큼 적당히 차려내는 편이 더 현명한 것이긴 하지만, 이건 좀 너무 얄팍하다는 느낌이 들면서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더군요. 눈에 확연히 보이는 것이 이러할진대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또 어떤 변화가 벌어지고 있을까 의심이 들기도 하구요.

그런 마음으로 지켜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곳 수제비 전문점은 초창기와는 달리 최근 들어서는 손님들의 수가 많이 줄어든 듯 하더군요.

이렇게 문을 연 지 4~5년쯤 된 우리 동네 손칼국수 전문점과 최근 새로 문을 연 수제비 전문점 두 곳을 보며 나는 사람 사는 이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눈 앞의 작은 이익에 연연하다 보면 자칫 큰 낭패를 보기 쉬우므로, 좀 꾸준히 누가 알아주거나 말거나 초심을 지키며 열심히 하다 보면 결국 좋은 결과를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나 할까요?

제 딴에는 제법 머리를 굴려 남을 속임으로써 얼마간의 이득을 얻어낸다고 생각할 지 몰라도, 결국 그 칼은 부메랑이 되어 스스로를 해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세상은 결코 그렇게 만만하지 않으며, 자신이 다른 누구보다 더 똑똑하다고 믿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도 없음을 우리는 깨달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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