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재검표, 한나라당의 '요행'은 없었다

4개 개표구 49만 여장...노무현 65표 줄고 이회창 34표 늘어

등록 2003.01.29 10:48수정 2003.01.31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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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상대로 낸 16대 대통령선거 무표소송과 관련, 27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국 80개 개표구에 대한 재검표 결과 당락에는 전혀 영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광주·전남지역 재검표 대상 투표지는 목포시(12만8천587장)와 화순군(4만5천61장), 광주동구(6만8천511장)와 북구(25만4천406장) 등 4개 개표구 49만6천565장으로 화순과 광주동구와 북구는 광주지방법원에서 목포는 목포지방법원에서 오전 10시부터 진행됐다.

재검표 결과 기대했던 이상징후가 보이지 않음에 따라  자리를 지켜보던 방청석은 맥빠진 분위기였다.
▲재검표 결과 기대했던 이상징후가 보이지 않음에 따라 자리를 지켜보던 방청석은 맥빠진 분위기였다. 이국언
이번 재검표는 한나당의 전자개표 방식에 대한 부정의혹으로 진행되는 만큼 모든 작업이 수작업 방식으로 이뤄졌다.

재검표장이 마련된 광주지방법원 대회의실은 오전 10시 화순지역 총 49개 투표구 4만5천61장에 대한 재검표에 이어 광주동구와 북구 순으로 진행됐다. 재검표장에는 원고측인 한라당 전남도지부 사무처장과 일부 지구당위원장 등 관계자 20명이 직접 참관하며 열의를 보였으며 피고인측이 된 선관위 관계자 20명도 사상초유의 대선 재검표에 참관인 처지에서 재검표에 참여했다.

방청석 맥 풀린 분위기

현장에는 원고와 피고측 참관인과 법원관계자 등 130여명이 10개조로 나눠 각 투표구별로 동시에 재검표에 들어갔다. 재검표 증거 보전을 위해 현장에는 한나라당측의 이의제기가 있는 표에 대해 일일이 비디오 촬영에 나섰으며 담당판사는 이번 재검표에 몰려있는 정치적 관심을 의식하듯 이의가 제기된 투표용지에 대해 철저히 살피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민주당원들의 모습은 일체 없고 재검표가 시작되면서 카메라기자 마저 일찍 자리를 떠 방청석은 재검표 현장과는 달리 썰렁한 분위기였다. 한나라당 관계자 10여명만이 결과를 주시하며 초조하게 재검표를 지켜봤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별다른 이상징후가 나타나지 않자 방청객의 긴장된 분위기는 없는 상태였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재검표를 마친 투표구의 검표 결과용지가 선관위 관계자에 보고되자 결과를 보기 위해 자리를 옮기기도 했으나 거의 모든 투표구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자 일부는 방청석을 나갔다 들어오기도 했다.

이날 가장 먼저 이뤄진 화순군 재검표에서는 일부 투표구에 이의가 제기돼 한나당 관계자들이 바짝 신경을 곤두세웠으나 미미한 착오로 후보자간 득표수가 일부 증감하는 정도에 그쳤다.


화순 5투표구에서는 노무현 후보 유효표 중 투표구위원장의 도장이 없다는 김형철 한나라당 도지부 관계자의 이의제기가 있었으나 통상 선거에서는 전체 투표지 수에 차이가 없으면 유효로 처리됨에 따라 유효 처리키로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아무 이상이 없을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논란을 삼고 있는 개표기에 대해서는 "투표지를 단순하게 후보자별로 분류하는 '투표지 분류기'로 밖에 사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무현 후보 일부 표 줄어들기도

화순군 부재자투표 재검표에서는 노무현후보 유효표 중 2표가 이회창 후보 1표와 권영길 후보 1표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회창 후보는 53표에서 1표 늘어난 54표 노무현 후보는 1323표에서 2표가 줄어 2321표, 권영길 후보는 20표에서 21표로 최종 확인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표 차이에 오류가 나타나는 것은 집계 분류기에서 판단이 보류된 표들은 수개표를 통해 유·무효를 가리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일부 표 해석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표 차이에 오류가 나타나는 것은 집계 분류기에서 판단이 보류된 표들은 수개표를 통해 유·무효를 가리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일부 표 해석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국언
춘향면 제3투표구에서는 노무현후보 유효 투표중 1표가 1번과 2번 후보자의 중간선에 기표됐다는 한나라당의 이의제기로 판정보류로 분류되었고 화순 제13투표구에서는 미 분류된 노무현 표에 이회창후보 유효표 1표가 혼입되어 있고 노무현 후보 유효표중 1표가 무효표로 처리되어 이회창 후보는 83표에서 84표로 노무현 후보는 2236표에서 2표 줄어든 2234표로 판정되기도 했다.

선관위 한 관계자는 "애초 결과와 약간 차이를 보이는 것은 한나당측 참관인들이 노후보 표로 분류됐던 투표지 가운데 기표가 흐리게 됐거나 다른 후보의 기표란과 약간 겹친 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의 제기한 것을 법원측이 수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일부 투표구에서는 실계수 과정에서의 오류로 오히려 노무현 후보의 표가 늘어나기도 했다. 화순 제6투표구에서는 투표구위원장의 도장이 없는 유효표를 실 계수 과정에서의 오류로 누락시킨 것이 확인돼 노무현 후보는 2406표에서 2표 늘어난 2408표로 판정되기도 했다.

"벌벌 떨어 어디 가서 말도 못할 판이다"

방청석에서 만난 한나라당 도지부 여성부장은 "별 사고가 없다면 잘 된 일 아니겠냐"면서 "이번 재검표는 차기 전자개표기의 의혹을 없앤다는 차원"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었다. 그는 "처음으로 전자개표기를 도입하는 것인 만큼 국민적 신뢰를 위해서도 재검표는 필요한 일이다"고 설명했다.

결과를 지켜보다 대회의실 밖으로 나온 하우식 한나라당 화순지구당 부위원장은 부정의혹에 대해 "몇 표 정도는 착오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애써 초연해 했다. 그는 "여기서는 벌벌 떨어 우리는 어디 가서 말도 제대로 못할 판이다"며 "몰표가 나온 판에 무슨 부정이야 있겠느냐"고 말을 돌렸다. 하지만 그는 "호남에서는 부정이 없어도 다른 곳에서는 부정이 많을 것"이라며 재검표에 대한 기대를 아직 놓지 않고 있었다.

사상초유의 대선 재검표 소식에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홍헌표(34·운남동)씨는 "엄청난 경비와 인력을 들여 낭비하고 있다"며 "미친 짓"이라고 한나라당을 쏴 붙였다. 이미 지나간 일이라 관심도 없었다는 그는 "지금이 어느 때인데 옛날 구 시대와 같이 부정선거가 이뤄질 수 있겠느냐"며 냉소를 보냈다. 장혜숙(33)씨는 "한나라당은 결과에 승복하는 것부터 배워야 한다"며 "한나라당은 국민의 정서가 어디에 있는 것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재검표 최종 집계결과 광주·전남 4개 개표구의 경우 노무현 후보는 65표가 줄어든데 반해 이회창 후보 34표 이한동 후보 2표 권영길 후보 2표 김길수 후보 1표가 각각 늘어났으며 39표는 판정보류로 나타났다. 한편, 사상초유의 이번 재검표 소동에 6억 8천만원 정도가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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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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