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혹스런 노무현을 편안케 하라

[주장] 현재의 시도 갈등은 소모적 갈등일 뿐

등록 2003.01.29 12:18수정 2003.02.0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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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입장은 단호했다. 광주전남이 이제까지 경제적으로 차별받아왔다고 해서 '퍼주기식·달래기식' 지원은 새 정부에서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 군사정권 시절에는 노골적인 차별을, 김대중 정부 아래선 역차별을 당해왔다고 생각하는 광주전남 시도민들로선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노무현의 원칙'을 일방적으로 탓하기엔 광주시와 전남도의 갈등양상은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노 당선자마저 토론회에서 직접 언급할 만큼 시도 갈등은 이미 도를 넘어 섰다.

시도통합 문제에서부터 광주전남발전연구원장 선임문제, 사행산업 유치 경쟁과 박람회 유치 경쟁 등 사사건건 대립해온 광주시와 전남도의 갈등거리는 나열하기에도 버거울 정도다. 사업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생산적 갈등이라면 시도민은 즐거운 마음으로 관전하며 응원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시도 갈등은 소모적 갈등일 뿐이다. 실세 의원과 실세 장관 출신이 자치단체장을 맡아서 그런가. 도무지 지역여론의 조언과 질책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동안 지역 언론과 시민사회에서는 시도를 향해 소모적 갈등을 중지하라고 거듭 요구해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도의 갈등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세계적 규모의 박람회를 광주에도 주고 전남에도 주는 '무모한 배려'를 과연 어느 위정자(爲政者)가 할 수 있단 말인가.

끝도 없는 갈등만을 되풀이 하고 있는 광주시와 전남도
▲끝도 없는 갈등만을 되풀이 하고 있는 광주시와 전남도 오마이뉴스 이주빈
노무현 당선자가 "시도 갈등은 중앙정부를 매우 곤혹스럽게 하는 것"이라며 "광주시와 전남도가 결론을 내지 못하면 (양쪽 추진사업) 두 개 다 무산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은 전적으로 타당하다.

얼마전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는 대구경북을 5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 특화발전 전략을 세운 뒤 중앙정부의 지원을 요청키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역발전 전략 수립에 있어서 대구경북은 결국 '한 몸'이라는 상생(相生) 의식과 어떻게 해야 중앙정부의 지원을 얻어낼 수 있는가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 거대 프로젝트였다.


그 보도를 접한 뒤 죽령(竹嶺) 고개 안으로 시선을 돌려 광주전남의 실정을 바라보았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고 있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세간의 표현이 정수리를 맴돌았다. 광주전남도 대구경북처럼 상생의 지역발전 프로젝트를 수립할 순 없는 것인가.

두 말 할 것 없이 실망하고 주저앉아 있기엔 광주전남의 경제적 낙후성은 참담한 지경이다. 아무 득도 없는 시도의 자존심 때문에 광주전남 공동발전의 기회를 놓쳐선 안된다. 답답한 마음을 추스리고 두 자치단체장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광주전남의 경제회생을 위한 상생의 결단을 시도민은 요구하고 있다.


광역행정협의회든 시장·도지사 간담회든 형식은 중요치 않다. 지금 이 시점에선 광주시와 전남도가 '한몸'이란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선 만나라. 그리고 서로의 사업 중 중복되지 않는 사업, 경쟁력 있는 사업을 치밀히 검토해서 선정해달라. 노무현 당선자와 중앙정부가 저간의 사정을 고려해 쉽게 'OK'할 수 있는 그런 사업 말이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 노 당선자가 참석했던 지방순회 토론회 자리로 다시 가보자. 노 당선자는 시도의 갈등에 대해 "곤혹스럽다"는 표현을 했다.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구조를 혜택을 받아야할 당사자들이 만들고 있다는 의미일 게다. 그가 편안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주자. 그 방법은 시장과 도지사를 비롯한 관계 공무원, 시도민 모두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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