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며느리의 설맞이

등록 2003.01.29 13:58수정 2003.01.29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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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장손에 독자이다 보니 아내 되는 나는 자연히 형님이고 동서가 없다. 그야말로 홀홀단신인 데, 다른 날은 외며느리라는 것에 별다르게 생각해 본적이 없는 데 곧 다가올 구정이니 추석 같은 명절을 앞두고는 다른 생각들을 해보게 된다. 만약, 나한테 형님이나 작은 동서들이 있었으면 어떠했을까 하고 말이다.

주의 사람들의 말을 들어 보면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다 장점, 단점이 있으니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고 오히려 혼자인 것을 편하게 생각하라고 조언까지 해 준다. 육체적으로 좀 힘이 들어도 마음만은 편할 것이라는 것이다.


같이 하면서 문제도 생길 수 있고 이래저래 눈치보고 신경 쓰면 더 고달플 수도 있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리라. 그래도 오순도순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며 하는 일은 노동이 아니라 즐거운 놀이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무슨 일을 할 바에는 즐거운 생각을 가지고 하는 게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한테 좋을 테니 말이다.

맏며느리에 외며느리로 몇 해를 살아오지만, 매년 명절을 앞두고 느끼는 부담감이나 두려움 같은 일종의 " 명절 증후군"은 아직도 나타나고 있다. 달력에 명절이 끼여 있는 날은 괜히 그 날만이 날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말이다.

명절이 일주일 코앞으로 다가오고 하루하루 지나갈 때마다 멀쩡했던 몸이 이상이 생긴 듯 몸살 기운에 두통까지 일 때마다 괜히 남편을 원망도 해 본다. 그리고 외며느리에 설움에 대해서도 토로해 보지만, 어디 그게 남편의 문제일까 싶어 나중에는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그나마 아직은 몇 해 전에 혼자가 되신 시어머니는 젊으신 편이라 모든 것을 나한테 맡기지는 않는다. 이것저것 그때마다 일러 주실 때도 있고, 손수 혼자만 하실 때도 있다. 남편 또한 멀찍이 앉아 신문이나 텔레비전만 보는 게 아니라 만두 속 재료를 만들어 준다거나 하다 못해 애들이 방해되지 않게 잘 놀아준다.

그리고 언제나 많은 양의 뒷설거지는 남편 몫이다. 만두 속의 재료를 만들 때나 맨손으로 설거지를 하는 남편을 시어머니가 봐도 그때만큼은 뭐라 하지 않고 외려 대견스러운 눈치이다.


처음 시집 와서 겪은 명절에 비하면 그래도 많이 호전됐다고 볼 수 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리고 올 구정은 다른 여느 해보다 남편 거래처나 친구들이 보내 온 설맞이 선물이 많아 살림에 큰 보탬이 되고 있으니 반가워할 일이다.

이 땅의 한 사람의 며느리로서 바람이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이 더 이상은 여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일하고 즐길 수 있는 정겨운 잔치마당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명절 증후군이란 말도 사라지는 마음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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