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 시내의 모습. 페허에 굴하지 않고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우리는 부족한 시간을 감안하여 일정을 계획대로 진행하면서 이동 중에만 카불의 모습을 살펴보기로 했다. 시내에는 유엔과 관련된 NGO 차량들이 눈에 많이 띄고, 눈에 띄는 건물 또한 유엔기구나 외국의 대사관 간판이 많다. 주로 샤르 이 노우와 와지르 아크바르 칸이라는 곳에 많이 몰려 있는데 그 곳 사이에 펼쳐 있는 도심 공원이 있어 놀란다. 이런 상황에 도심 공원이 유지되고 있다니.
도심 한 복판에서도 고개를 15도만 들어 사방을 둘러보면 산 중턱에 판자 집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그 안에는 화장실도 없고, 상하수도도 없어 온통 분뇨와 쓰레기로 넘치니 다가오는 여름이 걱정된다. 도심에서 걸어서 불과 10분 내외의 거리가 이렇다. 도심 안을 보면 큰 건물은 대부분 파괴되었지만 그래도 그걸 재사용하거나 조금 수리해서 사용하고 있다. 도로는 좁지만 그에 비해 차량은 많아 교통 체중이 심각하여 마비 수준이다. 당장에 나는 불편하더라도 살려고 발버둥치는 그들의 모습에 마냥 흐뭇하다.
지금 세계에서 원조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나라는 그렇게 많지 않다. 원조라는 것이 단순히 한 나라가 가난하다고 해서 해주는 것은 아니다. 원조는 정부의 능력이 한계에 부닥침으로서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에 있는 나라에 대해서 해주는 것이 상례이다.
그렇게 볼 때 원조 대상으로 분류될 수 있는 나라로는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 에이즈의 공포에 떨고 있는 남부 아프리카의 몇몇 나라 그리고 전쟁의 폐허 위에 신음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등을 들 수 있다. 그 가운데 북한은 우리 민족이자 우리 형제이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많은 원조들이 국가적 차원에서든 NGO 차원에서든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남부 아프리카의 몇몇 나라는 안타깝지만 우리로서는 힘이 부침을 느낀다.
거리도 멀고, 의료 보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축적된 노하우도 부족하고 그들과의 문화적 동질감도 그리 많지 않아 한국 사회에서 그들에 대한 관심을 끌기가 매우 어렵다. 그런데 아프가니스탄은 조금 다르다.
아프가니스탄은 지리적으로 우리와 가까운데다 문화적으로 같은 아시아인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동질감을 가지고 있다. 그들과 우리는 불교를 통해서도 문화 전통을 상당히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들이 우리를 다른 어느 나라보다 더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그들이 우리가 전쟁 폐허를 짧은 기간 내에 그리고 완벽하게 복구하여 경제적 기적을 이룬 신화의 나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우리가 복구에서 개발로 나아가는 아프가니스탄을 돕는 주역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이다. 한국 사회 안에도 원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은 수도 없이 많다. IMF 사태를 극복하였다 하지만 홈리스들은 여전하다. 아직도 소년소녀 가장들은 파괴된 가족의 짐을 모두 진 채 허덕이고 있다. 그들을 돕는 일이 더 우선적이라는 논리에 대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한 가지, 부족하지만 그들에게는 정부도 있고 시민 단체도 있고 의로운 손길들이 끊이지 않아 그나마 최악의 상태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에 비해 아프간 사람들의 상황은 자립 복구하기에는 거의 절망적이다. 그런데 그들이 살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이 사실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바로 우리가 그들을 도와야 한다는 일에.
우리 상황은 최근에는 많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그 정도나 방법에 있어서는 초보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림픽은 10위권 안에 들면서도 해외 원조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지를 못하다. 유엔에서는 한국을 급부상하는 원조국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그 성과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더군다나 우리는 한국 전쟁으로 인해 많은 외국으로부터 원조를 받았다. 우리가 이렇게 일어서기에는 우리의 근면함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음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그것도 그들의 원조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겠는가. 국제 정치적 차원에서는 물론이고 도덕적 차원에서도 우리는 세계의 이웃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원조는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가능하다. 첫째는 아프가니스탄의 기반 시설 복구에 대한 것이다. 도로 건설, 전기 시설 확충, 댐 건설 등을 들 수 있는데 그 비용이 막대하여 현재 우리의 여력으로서는 어려운 부분이다.
둘째로는 아프가니스탄의 경제 구조가 자본주의 경제 체제로 전환하여 확실하게 자리 잡는데 필요한 비용을 대는 것이다. 이 또한 현재의 우리 실정으로는 기대하기가 어렵다. 이 두 분야는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우리가 기여를 할 수 있는 분야는 세 번째의 인적 자원 육성과 긴급 복구 지원에 관해서일 것이다.
우리는 특히 학교 교육이나 직업 훈련 교육에 있어서 우리는 원조 수혜국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긴급 지원에 관해서도 한국 사회는 상당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매우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원조는 두 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하나는 정부를 통한 원조이고 또 하나는 비정부 기구 즉 NGO를 통한 원조이다. 아프가니스탄 정부에서는 세계 각국의 NGO들에게 NGO를 통해 원조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아프가니스탄 정부로 창구를 일원화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중복 투자를 막아야 하는 점도 고려하고 체계적인 관리를 해야 하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에 반대하고 싶지는 않지만 세계 각국의 NGO들은 그들 공무원 사회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NGO들은 NGO를 통한 원조 방법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정부는 정부대로 하고, NGO는 또 NGO대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에서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정부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정부 공무원들을 교육시킨다거나, 직업 학교를 세우는데 필요한 체계나 관련 법규를 정비해주거나 구호 물자를 보급해주는 일을 맡고 있다. 그리고 NGO들은 정부에서 하기 어려운 부분에 뛰어들어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다. 그들은 오지에 들어 가 기아 구제, 초등 교육, 식량 증산, 식수 보급 시설 확충 등의 일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일은 정부보다는 일에 더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NGO가 맡는 게 더 낫다. 특히 그들은 현지 접근에 강점이 있고 주민과의 일체감 조성에 큰 역할을 할 수 있고, 현장에서 사후 관리를 철저하게 하기 때문에 그들이 매일의 생활 속에서 실제로 필요로 하는 절실한 문제에 바로 접근할 수 있어 더욱 안성맞춤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희망을 본다. 지금 그들은 폐허 속에서 우리의 원조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 세계는 아프가니스탄을 잊어 가고 있다. 미국이 행한 만행이 몇 년 사이에 옛날 이야기로 되어 버렸다.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 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래도 그들을 벌써 잊기에는 그들의 상황이 너무나 절박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이라크 폭격이라도 발생한다면 세계의 이목은 이라크로 몰릴 것이다. 그런데 파키스탄, 이란, 타지키스탄 등으로 피난간 난민들이 서서히 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본국은 아직 그들을 맞이할 채비를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지금이 바로 우리가 그들을 원조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 돈 1만원이면 어린이 한 사람 한 달 식량이 해결된다. 23년간의 전쟁과 4년간의 가뭄 속에서 그들은 좌절하지 않고 일어서고 있다. 우리의 작은 정성이 그들에게는 거대한 희망이 됨을 잊지 말자. 세상이 아직 살만함을 우리가 한 번 보여 주자.
덧붙이는 글 | 2003년 1월 9일부터 21일까지 일정으로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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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사 전공의 역사학자. 역사를 분석하는 역사학자로서의 삶도 중요하지만, 역사에 참여하여 역사를 서술하는 역사가로서의 삶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현재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이자 해고자생계비지원을 위한 만원의연대 운영위원장 및 5.18기념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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