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장애인복지관 대안찾기에 의견 다양

비대위, 15년 독점 '수탁기관 변경'이 우선 … 노조·학부모 "투명한 운영에 주체돼야"

등록 2003.01.30 13:10수정 2003.01.3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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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시립 장애인복지관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당사자들이 반발한데다 시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아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한편 이번 장애인복지관 사태 해결과 관련 다양한 입장들이 제시되고 있다.

이번 장애인복지관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장애인단체들은 착잡한 심정을 넘어 이번 문제를 기화로 그동안 복지관 이용에서 정작 외면 받아 온 자신들이 직접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누구를 위한 복지관이고 무엇을 위한 복지관인가"  장애인 관련단체들은 주객이 전도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복지관이고 무엇을 위한 복지관인가" 장애인 관련단체들은 주객이 전도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국언
광주장애인총연합회는 소속 34개 장애인단체로 '광주장애인복지관 사태수습과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정병문)를 구성 이번 사태해결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비대위는 지난 13일 박광태 시장과 면담을 가진 데 이어 23일 2차 기자회견을 열고 파행 당사자의 '조기사퇴'와 '수탁기관 변경'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비대위는 이번 복지관 사태에 대해 "15년 동안 재활협회에 수탁을 맡기면서 내재된 온갖 비리가 이번 일로 표출된 것"이라며 수탁기관 변경이 사태해결의 관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는 23일 기자회견에서 "광주시가 사태해결에 적극적이지 않고 눈치보기만을 거듭하고 있다"며 시의 무사안일을 성토하고 나섰다. 비대위는 또 시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조용히 무마하려고 한다며 "현 광주시장과 친한 언론사 회장 출신인 재활협회장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고 한발 더 강하게 나섰다.

문제의 핵심은 15년 독점의 재활협회

비대위는 이번 복지관 문제가 마치 장애인단체 내분인양 비쳐지고 있는 것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비대위에 따르면 복지관 운영권을 쥐고 있는 재활협회는 장애인단체가 아니라 '장애인 사업을 펼쳐 온 단체일 뿐' 이라며 장애인단체와는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비대위는 이번 파행의 핵심은 광주장애인재활협회(회장 전진한)라며 당사자들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비대위는 기자회견에서 "장애인 복지를 위한 논리보다는 이익논리에 치우쳐 파행을 계속하고 있다"며 장애인복지관을 비리의 온상으로 만든 재활협회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아울러 비대위는 재활협회가 수익사업을 위해 장애인단체를 팔고 있는 것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재활협회는 광주 지하철 개통에 맞춰 광고권을 따 낼 목적으로 최근 사업본부를 꾸리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 관계자는 재활협회가 이 사업과 관련, 협회 전 회장과 임성욱 복지관장이 최근 모종의 타협안을 제시해 관련단체들의 분노를 사고있다고 밝혔다.

한편 비대위는 이번 파행에는 당사자들의 권력다툼에 주변이 휩쓸린 점도 있다고 보고 재활협회장, 장애인복지관, 체육관 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비대위는 대규모의 집회는 물론 복지관 점거농성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사태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재활협회 전진한 회장은 "이번 복지관 문제는 관장 퇴진을 요구하는 쪽과 지키려고 하는 쪽간에 내분으로 생긴 일"이라며 재활협회로 책임을 돌리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 퇴진요구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자체적으로 논의를 해 봐야 할 문제"라며 "수탁 권한은 광주시에 있으므로 시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하철이 있는 도시는 장애인관련 단체에서 신문 가판대 등을 많이 맡고 있어 추진해 볼까 했는데 이번에 복지관 문제로 오해도 있어 않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장애인복지시설 노동자의 고심


이번 장애인복지관 문제에는 비리의혹 이외에도 '복지시설'이란 특수한 사정을 들어 복지관 직원들에게 규정을 무시하고 열악한 근로조건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와 이용자측인 장애아동 학부모들은 복지관 대안찾기에 함께 나서기를 바라고 있다.
▲노조와 이용자측인 장애아동 학부모들은 복지관 대안찾기에 함께 나서기를 바라고 있다. 이국언
노동조합에 따르면 복지관은 지금까지 입사시 4급을 적용받도록 한 보건복지부의 재활시설 운영지침과는 달리 5급을 적용하는가 하면 평직원들에 대해 군 호봉을 적용치 않는 등 규정을 무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퇴직금과 연월차 등에서도 각종 차별을 받아오면서도 막상 자신들은 복지시설이란 점을 의식해 정당한 목소리를 내는 것에 주저해 왔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그동안 복지관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직원들의 대화창구를 막고 기관의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업무수행 과정에 심한 회의감마저 느껴왔다며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을 바라고 있다. 이들의 낮은 근로의욕은 곧 잦은 이직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한편 노조는 최근 교사를 무더기로 해고하는 과정에는 시 당국은 물론 복지관운영위원에 참여하고 있는 몇몇 비대위측 관계자도 이번 무더기 해고조치에 묵인하거나 동조한 것 아닌가 하고 불신감을 표시하고 있다. 복지관 정상화와는 별개로 행여 노조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지 않느냐는 것.

복지관 사태가 이미 자신들의 손을 넘어 확대되자 이들은 최근 진로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단체협상을 맺고자 해도 운영주체가 혼미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번 사태가 복지관 운영권을 변경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그동안 자신들이 감내해 온 열악한 근로조건 문제가 큰 문제에 묻혀지고 있는 것에 우려를 갖고 있다.

아울러 향후 복지관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서는 일선에서 복무하고 있는 자신들도 운영의 한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되기를 바라고 있다.

학부모, "복지관 대안찾기에 같이 나서자"

지난 12월초 광주시청 게시판에는 교사의 잦은 교체를 보다 못한 한 학부모의 애끓는 하소연이 올라왔다.

누가 우리를 내 모는가

누가 우리를 내 모는가!
피눈물 나는 세상살이
자식과 함께하는 세상살이
소설 한권 쓰고도 부족한데
누가 우리 두 눈에
뜨건 눈물 흐르게 하는가!

맘 편하게 한 순간도 자식 끈 놓지 못하며
아이 들쳐업고 달려 왔건만
누가 우리 가슴에 피멍울 들게 하는가!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아지리라
등줄기에 땀방울 돋우며 뛰어왔건만
누가 우리 아이들에게서
선생님을 앗아가는가!

희망 한 가닥에 목을 메고 미친 듯 달려왔건만
이제와 선생님을 바꿔쳐 가며
무어라고 말 못하는 아이들에게 둘러친단 말인가!
자식보다 하루 먼저 살다가고픈
이 어미들의 마음을
왜 모른단 말인가!"

더 이상은 침묵하지 말며
더 이상은 혼자가지 말며
더 이상은 기대하지 말라고
누가 우리를 내 모는가!
누가 우리에게
제 목소리 가지라고
함께 가라고
누가 우리를 내 버려두지 않는가!

(장애아동의 학부모가 광주시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
이번 복지관 사태에 가장 가슴을 졸이고 있는 사람들은 특수교육 치료과정에 아이들을 맡겨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학부모들이다.

학부모들은 복지관 사태해결에 나선 비대위가 시설 이용자인 자신들의 목소리도 대변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공식적인 부모회 대표가 있으면서도 자신들과 대화를 기피하고 있는데 대해 불신감을 표시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 때문에 어디서 말도 못하고 사는데 복지관에서도 소외 받고 있다"며 "지친 것도 지친 것이지만 이번 일로 마음 상한 것이 더 크다"고 상실감을 전했다.

아울러 이들은 수탁기관 변경을 촉구하며 장애인단체들이 직접 사태해결에 나서는데 기대를 보이면서도 항구적인 정상화를 위해서는 위탁기관 변경에 그치지 않고 이용자 대표·노조·장애인단체·학계전문가·시민단체 등이 복지관의 투명한 운영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일로 난생 처음 시청을 쫒아 다녔다는 한 학부모는 "위탁기관에 맡겨두고 나 몰라라하는 시가 더 큰 문제"라며 관망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시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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