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현금지원 당시 상황상 불가피
절차상 문제 있지만 남북평화 기여"

전문가-일부 네티즌 의견, 일각에서는 '도덕성' 문제 제기

등록 2003.01.31 16:51수정 2003.01.3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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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마이뉴스>가 특종 보도한 '현대상선 2200억원 대북지원설'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대북문제 전문가들과 일부 네티즌들은 "평화 정착에 기여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2000년 당시 남북관계가 얼어붙어 있었고 서로 대화의 창구가 없었던 점을 감안, 대북 현금지원이 남북한 관계개선에 기여했으므로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더라도 폭넓게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네티즌들도 대체로 이러한 시각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해 '대북 4000억원 비밀 현금지원설'이 불거졌을 당시 DJ정부가 이를 강하게 부인했던 점을 들어 국민을 속였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현금 지원이 국민의 동의 없이 비밀리에 이뤄진 점에 대해 DJ정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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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대북 현금 '비밀지원', 당시 상황상 불가피"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대상선을 통한 대북 현금지원이 "정당한 방법이 아니었고 투명하게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결과적으로 보면 그것이 남북 관계 개선에 좋은 결과를 가져왔으며, 당시 정치와 남북관계 상황에서는 (정부도)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이해한다"고 밝혔다.

전 선임연구원은 "당시 남북관계는 이전 해에 있었던 차관급회담이 깨지는 등 좋지 않은 상황이었고, 대화 창구도 없었으며 어떻게든 물꼬를 텄어야 했다"며 "미국도 반후세인 세력, 반알카에다 세력과 거래하듯이 그 돈이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쓰였다면 국민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국가가 공식적으로 남북교류협력기금 등의 절차를 밟고 준 게 아니기 때문에 다소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당시 남북관계는 막혀있었고 (현금지원은)소위 '제공을 통한 북한 변화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며 "그것이 지금과 같은 남북관계 진전으로 이어졌다면 절차상의 문제가 있어도 큰 틀에서 봐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도 "이번 일과 조금 사례는 다르지만, 서독도 1982년 위기 때 동독과 대화를 하면서 동독이 원하는 장기저리차관을 허용해줬다"며 "북한에 돈이 가서 남북대화와 평화정착 등 좋은데 쓰이고, 정상회담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면 국가 통치권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 아니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대북지원설' 의혹이 점점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DJ정부가 국민들에게 반드시 명확한 해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애초에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는데 이번에 사실이 드러난 것은 도덕적인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고 절차상의 문제도 지적받을 수 있다"며 "DJ정부는 매를 맞더라도 국민에게 정확한 경위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DJ정부는 빨리 검찰 조사를 시작해 보수세력이 공세를 펼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하며, 차기 정부에도 부담을 주지 않도록 청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티즌 의견, "돈 줘서 평화 얻는다면 이해"-"국민 설득 않고 기만"

한편 네티즌들은 대체로 이번 사태를 전문가들과 비슷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국민을 설득하지 않고 뒷구멍으로 돈을 보내는 것이 민주주의냐"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의 관련 기사에 '동북아 중심국'이라는 ID로 글을 남긴 한 네티즌은 "평화가 한 걸음 다가선다면 2억 달러가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2억 달러 주고 적어도 우리는 -5년 동안은 약간의 부침도 있었지만- 북한의 침략에 대한 걱정을 크게 덜었고,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한 눈도 뜨게 해 주었다"며 "현 미국 부시정권의 영원한 북한 고립전략에 따라 북한 김정일의 잘못된 판단에 따른 핵위기가 있을 뿐 한반도에서 평화는 이미 크게 정착 되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약과다'라는 ID를 쓰는 네티즌도 '북한 동포에게 2억 달러 준거 잘한 거다'라는 글을 통해 "이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동포애로 받아들일 만 하다"며 "10억 달러를 주고라도 이런 평화를 얻을 수 있다면 그쪽으로 나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라는 의견을 남겼다.

'일류정치'라는 네티즌은 "얼마를 주고 왜 주었느니 입에 거품 무는 것은 정말 웃기는 짓"이라며 "막말로 잘사는 형제중 한사람이 형편 어려운 형제에게 돈 좀 주는 것이 뭐 잘못인가"라고 반문했다.

반면 대북 현금지원의 절차나 김대중 정부의 도덕성을 비판하는 따가운 목소리도 그치지 않고 있다.

'분석가'라는 네티즌은 '북한에 비밀 현금지원… 참 너무하다'는 글에서 김대중 정부가 국민에 대한 설득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현금지원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대가로 주어진 것이며, 현금이 어디에 쓰일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을 조목조목 들며 맹렬히 비판했다.

'장준하'라는 ID를 쓰는 네티즌도 "북에 대한 지원에 반대하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공론의 장에서 국민적 합의를 거치지 않고 최소한 동의를 얻으려는 노력도 없이 김정일 정권에 뇌물 바치듯 몰래 송금하는 모양새는 분명히 문제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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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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