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역, 고향찾은 사람들. 김용한
고향은 우리의 마음이며, 쉼터인가 보다. 길고 긴 고생길임에도 그렇게 고향 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한결 뿌듯하고 마냥 설레기만 하는 것을 보면 고향은 우리에게 끊임없는 위안과 휴식을 가져다 주는 곳이라는 것을 떨쳐버릴 수 없다.
대구 도심지와 공원 등은 고유 명절을 지내기 위해 오고 가는 사람들의 발길로 한창 뜰떠 있었고, 역전 주변에는 "고향 잘다녀오십시오"라는 말과 "고향에 오심을 환영합니다"는 글귀의 현수막이 즐비하게 널려 있다. 고속도로는 벌써부터 귀경 전쟁으로 한참 몸살을 앓고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일부 상가는 텅빈 채 휴가중이라는 간판만이 턱하니 지키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고향 가느라 정신이 없는데, 몇몇 사람들은 도리어 고향 가는 사람들의 수송 편의와 안전을 책임지느라 눈코뜰새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표정도 돋보인 하루였다.

▲귀경길에 오를 무료버스 김용한
귀경 표정을 담고자 시내와 공원 등지를 돌아보던 기자는 길거리 한쪽 차고지에서 차량을 열심히 정비하고 청소를 하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버스에는 '설날맞이 무료왕복운행', '고향길 사랑대축제'라는 글귀가 그들에게 다가가 자초지정을 알아보니, 그간 3년간 국민은행에서 추진해온 행사로 다름 아닌 귀성객 무료수송을 위해 무려 8시간∼11시간의 장시간을 운전하여 대구에 도착한 기사들이었다.
기사들은 오는 2월 2일 귀성객 수송을 위해 대구에 배치된 담당 기사들이었다. 기사들은 자신들이 운전할 차량을 점검하며, 차량 청소를 하느라 부산했다.

▲고향이 강원도라는 함영수 기사 김용한
함영수 기사(42세. 파주관광)는 "고향이 강원도라서 외지에서 보내지만, 마음은 항상 고향에 가있다"고 말하였지만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한다는 마음에 못내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운전을 한다고 조상님을 제대로 섬기지 못한 것이 죄송할 따름이다"고 하였다.
반면, 그는 "비록 고향에는 가질 못하지만 안전하게 귀성객을 수송해 주고, 민족 대이동인 대명절에 참여한다는 보람으로 모든 아쉬움을 잊는다"고 하였다.
20여년 동안 차량을 운행해 왔다는 김기호 기사(파주관광)도 "명절을 쇠지못한다는 것이 아쉽지만, 다른 사람들이 편안하게 여행을 하고 고향을 안전하게 찾을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자신들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잊지 않았다.

▲운전경력 20년, 김기호 기사 김용한
또 "기름 값이 올라 차량료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여러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준다는 것에 위안을 받는다"고 하였다.
김씨는 말미에 "가족들한테는 얼굴도 제대로 못 봐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다"는 말을 전하면서 "가장으로서 면목이 없다"는 말이 안타깝게 들려졌다.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귀성객들의 편의를 위해 애쓰는 모습(경찰, 소방관, 기사, 역무원 등)은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역전 주변은 귀성길에 오르려는 사람들의 차량과 고향을 찾는 사람들을 태워가기 위해 길게 늘어선 차량들로 붐볐다. 교통지도를 하느라 밖에서 차량지도를 하는 교통 경찰관을 비롯해 길바닥에 떨어진 휴지를 쓸고있는 청소부, 사이렌을 울리며 긴급출동을 하는 소방관들의 모습이 인상적인 하루였다. 반면, 고향을 찾는 사람들은 마중나온 가족들의 표정에 금새 입가에 웃음꽃이 피었고, 모처럼 찾는 고향길에 피곤함과 지친 여정의 표정도 잠시였다.

▲귀성객 안내, 성원경 일경(좌)과 홍창환 수경 김용한
기자는 또다시 귀경표정을 담고자 고속버스터미널을 찾았다. 그곳에서도 귀경을 돕는 사람들의 표정을 엿볼 수 있었다. 여느 때처럼 한쪽 구석에 귀성객 안내를 하고 있던 홍창환 수경은 "경찰의 경우는 대부분 연고지에 배치되는 경우로 인해 고향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을 하면서 "손님 중에 일부 사람이기는 하지만 수고한다는 말을 하거나, 커피를 건네면서 관심을 보여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하였다.
성원경 일경도 "집에 가고 싶지만... 간혹 외국인들이 찾아와서 길을 묻거나 차편을 묻는 과정에서 고맙다는 말을 건네줄 때 가장 보람을 느꼈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귀성길을 지켜가고 있는 몇몇 사람들의 훈훈한 이야기와 보이지 않는 수고의 손길이 얼마나 우리의 귀경을 편안하고 유익하게 만드는가를 알 수 있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귀경을 돕고, 도움을 주는 손길이 얼마나 값지고 아름다운 일인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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