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는 선물 주는 선물

조건 없는 선물은 행복 나누기

등록 2003.01.31 21:20수정 2003.02.0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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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 직장 상사에게 설날 선물로 가지고 간 것은 오징어 한 축이었다. 직장 동료 4-5명이 돈을 추념하여 설날에 상사의 집으로 함께 들고 가서 눈도장을 찍었다. 위 사람에게 받기보다 주는 일이 그때의 정서였다. 보너스도 없던 시절이라서 오징어 값 나눠 내는 일도 부담스러웠다.

1990년대 직장에서는 부서별 운영비를 모았다가 부서장이 직원들에게 주었던 선물은 추석이면 양말 몇 족, 설이면 고기 몇 근을 나누어 주었다. 부서의 아래 직원들이 상사에게 선물을 들고 오지 않았다. 아마도 그런 상황은 내가 옮겼던 회사의 정서가 서로 다른 탓이었을 것이다. 세월이 달라지면서 양말이나 고기는 구두 표 한 장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회사를 그만 두고 나서는 친척들끼리 선물을 서로 안주기로 서로 부담을 갖지 말자하고서도 마음에 걸렸다. 없는 살림이라서 명절만 되면 오고 가는 것이 없어 늘 마음에 걸린다.


금년에는 아는 이가 자기 일을 도와주어 고맙다며 토종 꿀 한 상자를 준다. 가격표는 5만 원이라고 찍혀 있다. 조건 없이 받은 선물이기에 5만 원 이상의 풍요로움을 나에게 주었다. 받는 순간 나는 이것을 받을 사람은 달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세상을 떠난 H 부장네는 덕소로 이사를 간 뒤로 찾아보지를 못했다. 휴지 묶음과 내가 받은 토종꿀을 챙겼다.

정작 H부장네에 가니, 가족사진 속에서 H 부장은 웃고 있고 부인은 무엇을 하던지 사진 앞에서 " 나, 지금 텔레비전을 볼 게요. 자기는 고통 없는 세상에 가 있으니 편하지요"하는 등 무슨 일을 할 때 마다 죽은 이와 말을 건다고 했다. 찾아오는 이도 없고 아이들은 직장에 나가면 적막강산인 집안에서 온종일 일거리를 만들어 거실 바닥의 틈새의 먼지까지를 파낸다고 했다.

내가 들고 간 선물은 값이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라는 정이다. 요즘 보내는 나날을 H부인은 나의 아내에게 이야기 할 때 눈물을 계속 찍어내는 부인의 눈물에 함께 우리 내외도 가슴으로 운다. 우리 내외가 떠날 때, H의 부인은 김 몇 봉지를 챙겨 준다. 찾아온 손님을 그냥 보내지 못하여 주는 선물을 기쁘게 받았다. 지나치게 큰 선물로 시끄러운 세상 한 구석에는 작은 선물이 오고 가면서 정은 이렇게 쌓여간다. 이러기에 조건을 따지지 않는 순수한 선물은 주면서 즐겁고 받으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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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본부 iso 심사원으로 오마이뉴스 창간 시 부터 글을 써왔다. 모아진 글로 "어머니,제가 당신을 죽였습니다."라는 수필집을 냈고, 혼불 최명희 찾기로 시간 여행을 떠난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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