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비정규직 노조원 탄압 물의

롯데 창원점, 고용업체 통해사직강요에 폭행, 금전 회유 논란

등록 2003.02.27 13:59수정 2003.02.2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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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근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지회를 설립하자 이들을 고용한 인력용역업체가 사직을 강요하며 노조 간부들을 폭행하는가 하면 금전으로 회유하려 해 민주노총 경남일반노조(위원장 전창현)가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띠고 있는 유통업체 노동자들의 이 같은 권리찾기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참정권도 묵살 당해 분노 폭발

이들의 노조가입은 지난해 12월 19일 제16대 대통령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12월 중순께 비정규직 노동자 동모(34)씨 등이 민노총의 협조를 얻어 투표일인 19일을 정규직원들과 똑같이 비정규직 사원들에 대해서도 ‘11시까지 출근 또는 대체휴가 인정’을 롯데백화점 창원점에 요구했다.

그러나 투표일이 임박한 17일까지도 ‘본사의 특별한 지침이 없다’는 백화점 측의 입장 통보에 따라 정상출근을 해야할 판이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롯데백화점 창원점 앞에서 비정규직의 투표시간 부여를 요구하는 규탄시위를 벌이고 기자회견도 가졌다.

이날 롯데측은 출근시간 연장을 언론에 약속했지만 결국 비정규직 사원들에게 선거시간에 대한 배려는 일절 하지 않았다. 참정권마저 박탈당한 비통함이 일부 비정규직 사원들로 하여금 본격적인 권리 찾기에 나서게 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계기로 비정규직 사원 100여명이 민주노총 일반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동모(34)씨를 지회장으로 제모(42)씨를 사무장으로 한 롯데백화점 창원점 비정규직 노조 지회를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 창원점은 “점장이 메일로 투표에 지장이 없도록 하라는 지시를 했으며 투표시간이 6시부터인데 참정권을 박탈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억지”라고 해명했다.

일방적인 해고통보와 차별 복직


이후 용역업체인 ㄱENG는 설날을 코앞에 두고 근로계약기간이 2003년 11월까지로 된 비정규직 노동자 4명을 2월 28일자로 해고하는 내용의 통지서를 당사자도 모르는 사이에 집으로 발송했다는 것.

이에 30여명의 동료들이 ‘롯데백화점 창원점 비정규직에 대한 비열한 해고행위’라는 글이 실린 서명지에 서명하고 용역업체에 사실 규명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업체는 서명자들을 불러 사유서 제출을 강요하는 등 심리적 압박을 가하다가 나중엔 50세 이상 근로자를 구조조정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미 50세를 넘은 상태에서 입사한 만큼 해고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처럼 문제가 확대되자 3명은 다시 복직 통보를 받았으나 1명은 아직도 권고사직을 종용받고 있다는 것이다.

사직강요에 폭행·금전회유

1개월이 넘도록 조합원 탈퇴 기미가 보이지 않자 용역업체의 인사과장이 지난 2일부터 16일까지 머무르면서 노조탈퇴와 사직을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동지회장은 폭행을 당했으며 제사무장에게는 지난 17일 사장이라고 하는 사람이 돈 봉투와 사직서를 함께 내밀며 서명을 강요한 사실까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노조 이창복 부위원장은 “노동법에 의해 2차례나 교섭 요구를 했는데도 사용자는 조합간부들에 대한 탄압으로 일관, 교섭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해 노조는 지난 17일 부당노동행위로 사용자를 노동부에 고발했으며 사측의 폭행 부분에 대해서는 24일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 부위원장은 “도내 대형유통점의 경우 대부분의 종사원들이 계약직·파트타임 등 합법을 위장한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띠고 있어 노동 3권의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는만큼 이들에게도 노동3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겉으론 태연…안으론 촉각 곤두세워

롯데백화점 창원점은 “용역업체가 채용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용역업체와 비정규직 직원들간의 문제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백화점에 종사하는 만큼 백화점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지나 않을지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해 관계를 회피하면서도 사태 추이를 예시주의하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 백화점 소속 일반노조의 입장은 확연히 달랐다. 일반노조 이창섭 부위원장은 “용역업체 소장이 파견돼 있다고는 하나 백화점측 매니저들이 사실상 관리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안을 백화점과 관련지어 생각하는 것은 전혀 무리가 아니다”고 밝혔다.

또한 “조합가입 후 현장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면서 모 매니저가 ‘너희들이 스스로 무덤을 팠다. 걸리기만 하면 해고다’라고 협박하는 등 그 증거라며 백화점의 불법파견을 문제삼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인력파견업체인 ㄱENG서울 본사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에 실패했다.

비정규직 인권문제 본격대두 전망

이번 문제가 한 백화점의 차원을 넘어 국내 근로형태의 난제로 지적돼 왔던 비정규직 사원들의 노동권과 직결돼 있어 앞으로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지난 대선 유세과정에서 비정규직의 부당한 근로형태의 합리적인 해결을 이미 밝힌 바 있어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난 90년대 중반 고용구조의 유연화정책의 일환으로 입법화된 근로자 파견법과 비정규직 제도가 사실상 임금착취 및 고용불안의 도구 등으로 악용되는 등 모순에 대한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이 같은 관점에서 현재 국내 근로자의 65%에 이르는 800여만명이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띠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물론, 이들 비정규직 사원은 정규직의 50% 정도에 불과한 열악한 임금구조에다 고용 불안정 등이 겹쳐 있어 법적인 보호를 거의 받지 못하는 일이 일상화돼 있다. 특히 백화점 등 대형유통점의 경우 전체 종업원 중 10∼20% 정도만 정직원일 뿐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해 영업활동을 하고 있어 노동계에선 노동자 권리보호의 사각지대로 부를 정도다.

마산·창원의 대형유통점의 경우만 해도 줄잡아 3만여명 정도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롯데백화점 창원점 역시 전체 2100여명의 직원 중 정규직은 230명에 불과하고 용역업체 220명, 판매직 1500여명, 파트타임 100여명 등 1800여명은 비정규직 종업원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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