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암마을 입구에 고샅길이 정답기만 하다 충남신문
산자락 아래 위치해 정승으로 맞이하는 외암리 민속마을. 돌다리를 건너면 보이는 어디에서 구한 것인가, 감칠 솜씨로 짚 이엉을 해 황금빛으로 곱게 물든 초가집, 여봐라 문 열어라 소리치면, 마당쇠가 삐그덕 소리내며 열 것 같은 기와집.
나는 분명 영화 속에 뛰어들은 것이리라. 외암리 민속마을. 충청도 지방 고유의 가옥 형태인 반가(班家)와 초가가 400여년 그 형태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곳. 예안 이씨가 정착하며 대를 물려가며 살아오고 있는 이 곳은 디딤방아, 연자방아도 있어 필경 잔치 때면 들려왔을 쿵더덩 쿵, 쿵더덩 쿵을 기억하게 한다.
마을 한 가운데라기보다는 입구로 어울리는 느티나무와 정자가 있는 곳을 지나면 집집마다 둘려쳐진 돌담길 사이사이, 분명 동네 마실을 다녔을 고샅길이 눈에 들어온다. 옛 사람들은 정말 아무 곳에서나 삶의 터를 정하지 않았나 보다. 풍수란 이런 것인가. 나무와 바람, 마을 앞을 지나는 실개천은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삶터를 만들고 가꾸어 왔는지 살필 수 있었다.
마을은 생동감이 넘쳐흘렀다. 봄을 맞이해 주민들이 마을 대청소를 하는 중이었다. 도회지에서는 볼 수 없는 공동체 의식, 여기에는 생명이 있고 잊고 지냈던 정이 마을에 돌아다니는 작은 돌 조각에도 묻어나고 있는 것이다.
양민주 외암 민속마을 문화유산 해설사는 “현재 약 65가구 300명이 이 곳에 살고 있습니다. 명절이면 옛 전통 그대로 음식을 만들고 세시 풍속을 재현하고 있습니다. 마을 고택 중 특히 영암댁이라 불리는 건재고택은 충청지방의 대표적인 반가로 정원수와 자연석, 연못 등이 한옥과 어우러지는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보이며 조선시대 양반가 정원 형태 연구에 커다란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평상시 닫혀 있는데 사전 연락을 주면 개방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이리 출렁 저리 출렁 논두렁길을 따라 순천향 대학 뒷길을 통해 도고에 가면 눈에 들어오는 표지판 전통 옹기장. 한때는 우리나라 최대의 옹기구이 집성터였던 도고면 갈티 마을은 입간판이 무색하게 과거 100여명 이상의 옹기 기술자가 살고 있던 집의 흔적만 녹슬은 양철조각으로 남아 있었다.

▲한 때 우리나라 제일가는 옹기촌이었던 도고 갈티마을에 남아있는 옹기굽는 작업장 충남신문
25일 제16대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는 날. 흔히 나랏님은 하늘이 점지한다고 했던가. 그래서인지 대권을 꿈꾸는 사람들은 조상의 묘지를 이리저리 옮겨보기도 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풍수를 알아보기도 한다. 바람이 불면 쓰러졌다, 다시금 일어나고 특별한 영양 공급이 없어도 척박한 땅 어디에서도 살아있음을 푸르름으로 알리는 잡초같은 우리네 평범한 사람이야, 나랏님이 어떤 땅에서 태어났나 호기심으로 찾아보는 정도일 뿐이다.
폭풍같은 한국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제2대 대통령 해위 윤보선. 4.19 이후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으나 5.16 군사 쿠데타로 인해 모든 것을 상실한 인물. 이후 대통령 후보로 두 번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과 상대해 한때는 박 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었고 이후 한국 재야의 상징이었던 해위는 오늘 자신이 이름지은 ‘청와대’의 주인이 새로 들어서는 것을 알고 있을까.
아산시 둔포면 신항리 143에 있는 해위의 생가는 권력무상을 집 스스로가 웅변하고 있었다. 허물어진 건물 외벽이며 트럭이 지나가며 허물어뜨린 기와로 맞이하는 해위의 생가는 비록 짧은 기간이나마 일국의 대통령을 탄생시킨 곳으로 보기 힘들었다.
2년 전부터 해위의 생가에 거주하고 있는 제갈균(37)씨 윤씨 가옥에 대해 설명했다.
“풍수지리가들과 일반 국민들이 가끔 찾아옵니다. 일반인들은 이곳의 모습에 실망을 많이 합니다. 봄 되면 잡초 제거가 큰 문제입니다. 서울 안국동 집에 비해서 언론의 조명을 못 받아서인지 몰라도 대통령 생가치고는 관의 지원이 미흡합니다. 이웃한 윤일선 가옥은 지난해 보수가 됐는데 말입니다.”
윤보선 생가 옆쪽으로는 일제 강점기 정치활동을 한 윤치호의 생가도 있었다. 청와대를 이름지은 인물과 그 곳의 새주인이 들어서는 오늘, 해위의 생가는 서글픔으로 다가오지만, 얼음과 눈발을 헤치고 달려온 햇빛은 유난히 눈이 부셨다. 처음이었다. 땅이 풀리며 새싹이 돋아난 것을 보기는. 해위의 생가 옆 텃밭에 톱밥을 뚫고 채소 잎이 싱그러운 파란색을 드러내며 봄바람에 몸을 맞기고 있었다.
| | "재정 지원없어 방치 안타까워" | | | 윤보선 전대통령 생가 관리하는 제갈균씨 | | | | "아산시 의회 의원들이 찾아와, 올해 윤보선 전 대통령 생가를 정비한다고 했습니다. 대통령 생가라면 역사적 의미가 깊고 해당 지자체의 자랑인데, 사실 그 동안은 좀 소홀했던 것 같습니다. 뒤늦게 라도 생가 복원이 이뤄질 수 있게 돼 다행입니다."
2년전 사업에 실패하고 대구에서 올라와 해위 윤보선 전 대통령 생가에 거주하며, 이곳을 관리하고 있는 제갈 균씨. 지난 두해 동안 제갈씨는 생가에 살게 된 까닭으로 부인과 단 둘이 봄부터 가을까지는 틈틈이 잡초를 제거하는 정도의 생가 관리를 해오고 있는데, 한 겨울철에는 손도 못 대었다고한다. 제갈씨는 살고 있는 집 바깥 사랑채가 헙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재정 지원없이 보수를 할 수도 없어 방치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을 안타까워 하며, 외부 관광객들이 찾아왔을 때 무척 부끄러웠노라고 고백한다.
"지금까지 딱 한번, 독한 것이 전부입니다. 생가 입구 입간판도 정비해야 하고, 파손된 기와도 수리해야 하며 전반적인 수리가 필요합니다."
/ 이진규 기자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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