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의 실천적 주류는 여성, 지위는 비주류

여성의 정치 세력화와 지도력 향상을 실현시키는
대전여성·환경포럼을 찾아서

등록 2003.03.18 18:18수정 2003.03.2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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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물건을 사고 팔거나 그냥 구경 차 나온 사람들이, 서로 소식을 나누다 보니, 식민지 백성의 애환이란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장터가 3·1운동의 주요 회합장소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 곳이 일단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 정기시장에 대한 역사 강연의 한 부분에서


마침내 우리도 여성법무부 장관을 맞게 되었다. 얼마나 뿌듯한 일인가? 그러나 뒤따라 일어난 검사들의 집단행동을 보면, 만일 장관이 남자였어도 저럴까 하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 그만큼 여성들은 이 사회에서 발언권이 막힌 채 살아왔기 때문이다.

2002년 7월 여성의제 작성을 위한 워크샵 장면
▲2002년 7월 여성의제 작성을 위한 워크샵 장면 여성환경포럼
여성의 시각에서 현안을 분석하고 환경문제를 해석하고자 모인 대전여성·환경 포럼을 찾아갔다. 대전여성·환경포럼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의 주체적인 활동과 교류를 통하여 여성의 권익신장에 기여하고, 여성과 환경의 연대를 통해 바람직한 지역발전을 이루는데 기여하려는 목적으로 2000년에 창립되어 체계를 활발히 구축하는 중이다.

사회운동의 실천적 주류인 여성에게 발언권 주어져야

"환경운동만 해도 그렇습니다. 녹색가게 자원봉사자도 주로 여성들이고, 재활용 분리 배출도 대부분 주부들이 하죠. 이렇게 운동의 실천적 주류는 여성인데, 환경정책은 물론 환경운동 내부에서조차 발언권이 주로 남성들에게 있다는 것은 엄청난 모순이 아닌가요?" 이순숙 사무국장(36)의 문제제기는 예리했다.

여성분야는 말할 나위도 없으리라. 국민의 절반인 여성이 국정 전반에 대한 참여는 물론 여성을 위한 정책 결정에도 참여하기가 힘들다. 여성정치인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에 경력 및 능력 있는 여성이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정당의 여성후보자 영입노력이나 풀뿌리 여성정치인 발굴을 위한 시도는 매우 미흡하다. 그리하여, 여성후보공천 비율이나 비례대표 할당 등이 현저히 불평등한 상황이다. 여성이 정치에 진출하려고 해도 이끌어 줄 선배가 없으니, 같은 조건일 경우 여성후보의 진출은 남성에 비해 몇 배나 어려운 실정이다.


시민운동 내부에서도, 엄마로서 아내로서 여성의 몫은 여전히 남아, 역량 있는 활동가들이 일에 치이고 지쳐서 운동의 길을 포기하기도 한다. 대전의 경우 20대 여성 활동가들의 숫자가 너무 적어 명맥을 잇기가 힘든 지경이다.

여성 활동가들끼리 모여 회포를 풀다보니...


길은 분명하다.
잠재력 있는 여성인재를 발굴해 잘 훈련시키는 것이다. 그 다음 그들이 여성을 대표해 발언할 수 있도록 정치세력화 하는 일이다.
문제는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이 순숙 대전여성환경포럼 사무국장
▲이 순숙 대전여성환경포럼 사무국장
"일단은 모이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각자 운동의 현장에서 지고 있는 짐만으로도 벌써 너무 무거운데, 처음부터 큰 주제를 다루는 것은 또 하나의 짐이 될 것 같고..... 그래, 거창한 주제를 정하지 말고 일단 모여서 서로 힘든 얘기라도 해 보자, 이런 것이었지요."

정의와 평등을 위해 싸우는 시민단체 내부에서조차 또 다른 소수자로 남을 수밖에 없는 여성 활동가들이, 밖에서는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나누며 회포를 풀다 보니, 화제는 자연스럽게 여성지도력 향상과 정치세력화 쪽으로 흘러갔다.

정당비례대표 추천자에 여성을 1순위로 배정하도록 요구

양대 선거가 있었던 지난 해, 대전여성·환경포럼은 풀뿌리 여성 지도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아줌마 내공 쌓기 리더쉽 향상 캠프'에서는 지역의원 출마예정자들과 자원봉사자 및 활동가 등 60여명이 모여 예비후보의 지원결의를 하고, 여성환경공약 계발 및 공동연결망의 확보를 이루어 낼 수 있었다.

'6.13지방선거비례대표 여성공천과 여성환경공약발표 기자회견'에서는, 지방선거 출마자 전원에게 당면한 대전시 여성환경과제를 공약화할 것과, 정당비례대표 추천자에 여성을 1순위로 배정하도록 요구하였다.

그 밖에 '6·13지방선거 여성참여 평가 토론회'와 '대전여성의제 작성을 위한 내부 워크샵' 및 대전대선연대 참여 등의 활동이 있었다.

풀뿌리여성 지도력 강화를 위하여

올해는 사이버소식지 발행과 학습 소모임을 꾸리는 등 회원 활동을 부지런히 하고자 한다.행정수도 이전과 대전지역 여성의 지위에 대한 포럼 및 대전시장의 여성공약 이행 평가도 또한 주요 현안이다.

풀뿌리 여성지도력 강화를 위한 활동은 계속된다. 여성활동가 리더쉽함양캠프를 여는 한편, 대전시 여성·환경정책분석, 여성환경예산 분석 및 대안제시, 대전시 여성발전복지기금 효과 및 내용분석, 여성발전에 기여하는 기금 운용방안 제안, 대전여성의제 만들기, 여성환경의제 작성 및 실천활동전개 등 많은 사업이 진행 중이다.

여성활동가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 중의 하나인 육아문제 해결을 위해, 직장탁아제도도 구상중인데, 실현을 위해서는 재정과 시민 참여 등 많은 뒷받침이 필요할 듯 하다.

여성적인 감수성으로 보다 유연하고 재미있는 시민운동을

2002년 9월. 여성 리더쉽 향상을 위한 워크샵 장면
▲2002년 9월. 여성 리더쉽 향상을 위한 워크샵 장면 여성환경포럼
'무수히 많은 여성이 있는데, 모여서 뭘 하려면 없다'는 이국장의 말은 사회발전의 뒤안길에서 비주류로 살아온 여성들의 현실을 단적으로 요약해 준다. 그러나 희망을 잃지 않는다.

"여성들이 모이면 아무래도 분위기가 부드럽습니다. 게임도 하고 몸 풀기 체조도 하고 등산도 하고요. 운동을 해도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극단에 치우치거나 흑백논리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유연함과 감수성을 개발해야 하는데, 이것도 대전여성·환경포럼의 과제가 되겠지요."

이렇게 말하는 이국장 자신이 그런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회원들이 모두 바쁘고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사무국장이라는 책임이 맡겨진 것 같다고 말하는 겸손히 오히려 신뢰를 주는 사람. 다른 상황에서 만났다면 힘든 얘기도 허물없이 들어주고, 잘난 척 허풍을 치거나 속 보이는 내숭을 떨어도, 뒤가 찜찜하지 않을 것 같은 편안함. 대전여성·환경포럼에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는 이런 부드러움 때문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대전여성·환경포럼 연락처: (042) 226-7774

덧붙이는 글 대전여성·환경포럼 연락처: (042) 226-7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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