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블레어, 거짓말로 곤경?

영국 보수언론들 '사실'보다는 '정부'입장 보도로 빈축

등록 2003.03.29 01:08수정 2003.03.3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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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토니 블레어 수상이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두 명의 영국군이 '처형(Excuted)'당했다고 주장한 것이 논란을 빚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아랍의 알자지라 TV가 파괴된 영국군의 랜드로버와 2명의 케냐 출신 민간인 하청 노동자, 그리고 사망한 영국군 시신 2구를 보도한 것이다. 영국 정부는 2명의 흑인들이 영국군이 아니라, 영국군 군수 물자운반을 하청 받은 외사의 직원으로 케냐 출신이라고 주장했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사담 후세인 정권이 악의 정권인 것을 의심한다면 '처형당한' 두 병사의 시신을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찬전 여론을 조성해온 보수 타블로이드지인 The Sun과 Daily Express등은 영국 수상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 영국 병사들이 '전사' 한 것이 아니라 포로로 잡힌 뒤 '처형' 당한 것이 분명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진보적 타블로이드지인 Mirror는 '처형'당했다고 주장한 병사의 가족들과의 인터뷰를 보도하면서 영국 정부가 가족들에게는 해당 병사들이 전투 중 현장에서 전사했으며, 시신을 되찾지 못한 상태라고 통보한 것을 밝혀냈다.

사망한 병사의 누나는 영국 정부가 자신의 동생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가족들에게 속인 것이거나,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격분했다.

이에 대해서 영국 수상 집무실 측은 영국 정부가 이들이 이라크 군에게 잡힌 뒤 처형됐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고 실토했다. 다만, 이들이 화면에 보인 바에 의하면 무기를 소지하지도 않았고 헬멧도 쓰고 있지 않기 때문에 처형 당했다는 정황적인 증거는 된다고 말했다.

영국 국방부측역시 정황 증거는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들이 만일 전사했다면 차량 안에 있어야 하고, 헬멧을 쓰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 비판자들은 영국 정부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시신이 현장에서 공개된 것이 아니라 옮겨져 군중들 사이에서 공개된 것이기 때문에 특정 장비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나 차량 안에 있는가의 여부는 전혀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영국 정부의 주장을 전면적으로 수용한다면, 사살당한 이라크 병사들의 모습을 이라크 정부가 이들이 모두 민간인인데 미군과 영국군에 의해 학살 당한 것이다 라는 말에도 정황 증거가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영국 언론에 보도된 이라크군 사망자 사진 가운데 철모를 쓰고 무기를 소지한 채 숨진 병사 사진은 단 한 장도 없다.

이에 대해서 Mirror지는 전쟁의 가장 큰 희생자는 '진실'이라고 말하면서 영국 정부에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한편 The Guardian은 서방 언론이 진실을 보도하기보다는 미국과 영국 정부의 통제된 정보를 중계하는 수준의 보도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하면서 미국과 영국 정부는 정보 통제와 거짓 정보 유출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영국 내에서는 전쟁의 이라크 민간인의 피해 상황이나 미-영 동맹군의 전황에 대한 보도를 두고, 진보적 언론과 보수적 언론 사이에 전쟁을 방불케 하는 논란이 진행되고 있다.

보수적인 The Sun, Daily Express, The Times, Daily Telegraph의 경우 미국과 영국 정부의 입장을 중계하고 있으면서, 프랑스와 독일 등 전쟁에 반대한 국가들에 대한 비이성적인 비난 기사들을 실어 독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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