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 값도 안 되는 KBS 시청료
프로 잘 만들어 곱빼기 값 받겠다"

[현장] 정연주 KBS 사장 취임후 첫 기자간담회

등록 2003.04.30 21:42수정 2003.05.1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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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에게 수신료 올려달라는데, 이 채널 저 채널 틀어도 강호동 나오면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
(한 기자가 '강호동이 앞으로 KBS 프로그램 캐스팅에서 빠질 것 같다'고 우스개를 던지자)
예를 들어 그렇다는 얘기이지, 특정 연예인을 지칭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다른 상업방송하고 별로 차이도 나지 않는데 수신료 인상해달라고 하면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KBS에서 강호동 빠진다'는 얘기 나오겠다."(기자들 웃음)

정연주 KBS 사장
▲정연주 KBS 사장 KBS 홍보실
29일 오후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정연주 KBS 사장은 "이제 정연주는 말을 아끼려고 한다. 말이 중요한 게 아니고, 프로그램을 통해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신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간담회에서 정 사장은 비교적 많은 얘기를 쏟아냈다.

민감한 표현들을 담은 전날 취임사에 대해 해명했고, 수신료를 인상하겠다는 구상도 가시화했다.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 거부정서를 감안해 "자장면 한 그릇 값도 안 되는 수신료에 대해 곱빼기 값 달라고 할 수 있도록 공익성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내보내겠다"는 표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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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네티즌들이 여전히 문제삼고 있는 '아들들의 국적'에 대해서는 "아무리 설명해도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이해를 구했다.

다음은 정 사장의 기자간담회 발언을 주제별로 정리한 내용.


▲ 회사 내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는데...

오늘 아침 8시반부터 1시간동안 실국장 상견례를 했는데, 신랄한 비판을 받았다. 취임사에 대해 우려와 걱정과 충격을 보인 분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어제 오늘 강조하는 것이 시스템에 생명력을 불어넣자는 얘기다.


▲ "제대로 된 프로그램, 특히 시사프로그램만 제대로 만들어도 (KBS가) 한결 나아지겠다"고 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은 프로그램'이란 무엇인가?

이런 개인적인 경험이 있다. <한겨레> 시절 MBC와 KBS 토론 프로그램에 모두 참여해봤는데, 일에 대한 열정과 준비과정에 대해 상당히 많은 차이를 느꼈다. KBS가 상당히 관료주의적이고 느슨했다고 느꼈다. 이렇게 느슨하고 관료주의적인 자세와 준비로 어떻게 제대로 된 작품과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가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직의 활력을 얘기하고 있다. 시스템의 생명력을 강조하는 이유가 열의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작품 만들면 지금보다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 월 2500원의 수신료를 2005년까지 7000∼8000원 수준으로 올린다는 얘기가 나왔다. 앞으로 수신료 인상에 대한 생각은?

현재 KBS의 재정구조는 수신료와 광고가 대략 40% 대 60%이다. 광고에 의존하면 할수록 상업주의에 빠지게 된다. 이런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 국민들에게 수신료 올려달라는 얘기하기 전에는 공익성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내보내서 달라졌다는 말 나오게 하겠다.

지금 KBS 시청료가 자장면 한 그릇 값도 안 되는데, 자장면 곱빼기 값 달라고 설득하겠다. (기자들에게) '정연주 체제에서 시청률 하락' 이런 제목의 기사보다 '시청률 떨어져도 필요한 프로그램 만들고 있다' 써달라. 나를 지원해달라. 내가 앞으로 프로그램 홍보에 직접 나서는 일도 많을 텐데, 떳떳하지 못한 프로그램을 어떻게 홍보하겠는가?

▲ 2TV 민영화 방안에 대한 견해는?

그런 방향으로 가서는 안된다. 2TV가 민영화되면 상업주의로 빠질 수밖에 없다. 2TV 민영화 얘기 안나오도록 지금 있는 프로들을 공익성, 공공성이 담보된 프로그램으로 만들겠다.

정연주 사장이 29일 오후 KBS 본관 회의실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30여명의 기자들이 참석했다.
▲정연주 사장이 29일 오후 KBS 본관 회의실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30여명의 기자들이 참석했다. KBS 홍보실
▲ 인사의 시기와 폭은 어느 정도? 취임사에서 "노동조합과는 자주 만나 대화한다"고 한 것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는 간부들도 있다.

오래 끌지 않겠다. 내일 정기이사회에서 부사장 임명 동의를 거친 후 국실장 인사도 할 것이다. 본부장 인사까지는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그 다음 인사는 다음 레벨에서 하도록 할 것이다. 프로그램 (개편)에 대해서는 그 다음에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국실장 회의에서도 그 얘기가 나왔다. 노조와 얘기한다는 것은 노사 협의 사항이다. 그런데 노조의 상향평가만 수용하는 것으로 오해하더라. 평가에는 상향, 하향, 평면 세 가지 평가가 있다.

우리 사회에 KBS 사장을 제왕적 존재로 보는 시각이 우리 사회에 있는데, 그런 권력 행사하는 사장 안 되겠다. 그런 권력이 있다면 밑으로 나눠주겠다. 그렇게 해야만 일선 기자, PD들의 독창성이 발휘된다. 여러분들 보기에 내가 독재자 같나?

▲ "인사 로비하는 사람은 불이익당한다"고 했는데, 확인하기 힘든 부분 아닌가?

로비는 확인이 쉽다. 내가 사장된 후 전화가 많이 왔다. 자기 소개한 후 "그런데 말이죠. KBS안에서 제가 아는 분이...."라는 말이 나오면 바로 스톱 시켰다. 확인이 아주 간단했다. 그래서 이틀동안 전화를 끊고 지내기도 했다.

나한테 들어오는 경우에 대해서만 그렇다는 얘기다. 본부장에게도 그런 로비가 들어오면 나처럼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감사실 기능 강화를 얘기했다. 이 자리에 조선일보 기자도 있지만, 예전 <한겨레> 논설위원이 조선일보 사설 베꼈다가 쫓겨난 적이 있다. 언론인은 그런 윤리가 필요하다.

"취임사 '동지' 표현은 언어습관"

정 사장은 취임사에서 직원들을 '동지'라고 불러 구설수에 올랐다. "정 사장이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들과 일하지 않을 것" "이념적 색채를 드러낸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는 "75년 동아일보에서 해직된 후 엄혹한 시기를 지내는 동안 선배 동료들에 대한 정서가 남달랐다. 집회를 하면 동지라는 말을 많이 썼다. 그후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을 스스럼없이 동지라고 부르게 됐다"고 언어습관이라고 해명했다.

"동지라고 해서 (편을) 가르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KBS에 있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한번 제대로 열심히 해보자는 열망을 담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 프로그램 개편방향은?

프로 하나 하나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지는 않을 것이다. 보도국의 편집권과 제작국의 제작권은 엄중하게 독립돼야 한다. 나는 관리자로서 조직이 생기발랄하게 유지되도록 할뿐이다.

그러나 토론 프로그램은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토론에서 다른 견해를 가지는 사람이 나오고 그러면서 의견 모아질 수 있고, 안 모아지더라도 토론을 많이 보여주는 것은 중요하다고 본다. 연예오락 프로를 건강하고 질 높게 만들자는 보고서를 봤다. 시청률 무시해도 안되지만, 거기에 매몰돼도 안 된다. 공공성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평가를 잘 해달라.

▲ 앞으로 연예오락 프로그램이 줄고 시사프로그램이 늘어나지 않겠나? 사원들 사이에 "사장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의 잣대를 모르겠다"는 말이 많다.

3월22일 <한겨레> 이사직을 그만두며 이임식을 했는데, 마지막으로 한 말이 "분위기 다운되면 다시 돌아온다(KBS 개그콘서트의 유행어)"였다. 나는 개그콘서트와 폭소클럽, 드라마 아주 좋아하고 즐겨본다. 긴장하면서 시사프로만 보라는 게 아니다. 특히 드라마는 동북아에 많이 수출할 수 있는 제품이다. 좋은 드라마의 기준을 말할 수는 없고, 가령 좋은 프로그램을 측정할 수 있는 지수를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 취임사에서 "비정상적인 언론시장을 정상으로 되돌린다"는 의미는?

신문의 문제는 시장의 왜곡이다. 자전거 등의 경품을 마구 뿌리면서 1년 수백억 원씩 판촉금을 쓰는 게....(문제다.) 신문시장의 불공정 거래는 비정상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이다. 우리사회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라고 본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전공이 '독과점' 관련 내용이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핵심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다. 함부로 마구 경쟁하는데, 불공정한 경쟁은 자본주의를 파괴한다. 우리 사회 모든 부분에서 독점, 독과점, 불공정 등이 존재한다. 반드시 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미 공정거래위원회(FTC)는 불공정, 독과점관행에 철퇴를 가해 자본주의를 성장시킨다.

▲ 그것을 위해 KBS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내가 이래라저래라하면 안 된다. 보도국은 보도국대로, PD는 PD대로 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보도국의 편집권, 제작국의 제작권은 엄중하게 독립되어야 한다고 본다.

▲ 방송에 대한 가치관

요즘 '글로벌 미디어'라는 책을 보고 있다. 그 책을 보면서 동의하는 부분이 많았다. 책 내용은 상업주의 경쟁으로 공공영역의 방송 서비스가 파괴되고 있는 것을 국가별로 사례 연구를 한 것이다. 일례로 미국의 NBC는 투데이쇼, ABC는 굿모닝 아메리카라는 아침 프로그램이 있는데, 시청률 1% 차이로 1년이면 1억달러의 광고수입이 차이가 난다. 그래서 엄청난 상업주의 경쟁을 하게 된다.

▲ 신문의 독과점을 문제삼았는데, 방송의 독과점은 어떻게 생각하나?

신문과 방송의 차이는 공급의 차이다. 신문사는 무제한으로 설립할 수 있지만, 방송은 뜻이 있고 자본이 있다고 무제한으로 만들 수는 없다. 그런 상황에서 방송은 과점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을 똑같은 시각에서 독과점이라고 접근하면 안 된다. 방송 공급에 제한이 있지만, 제한을 열 수 있는 길은 있다고 본다. 미국의 예를 보면, 케이블과 위성방송 공급이 굉장히 활발하다. 그래서 공중파 방송의 영향력이 퇴조하고 있다. 그것이 독과점을 많이 누그러뜨린다.

▲ "아들들에게 미국 주류사회로 나가라"고 했다는 의미는? 주류를 비판한 평소의 소신과 배치되는 것은 아닌가?

재미교포가 약 200만명 정도 된다. 이 정도면 하원의원 4명 정도는 배출할 수 있는 규모인데, 교포들은 미국에서 여전히 변방에 머물러 있다. 미국 사회에 뛰어들라는 얘기이지, 미국의 기득권 사회에 들어가라는 얘기가 아니었다. (아들 국적에 대해) 내가 아무리 설명해도 우리 사회에서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분들이 상당히 있는 것으로 안다. 그 부분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 "골프와 관련해 불미스러운 얘기 나오면 불이익 각오하라"고 했는데, 골프는 치는가? 회원권은 있는가?

"초년기자 시절 촌지받아 괴로웠던 느낌 생생"
정 사장 '촌지근절 위한 집단제재' 강조

정 사장은 취임사에서 "촌지 얘기가 들리면 가차없이 퇴출시킨다"고 말했는데, 29일 기자간담회에서는 그 자신도 초년기자 시절 촌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70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시청에 출입할 때인데, 무척 괴로웠다"고 느낌을 토로했다.

워싱턴특파원 시절에는 "간혹 정치인이나 장관이 오면 (기자들에게) 촌지를 주고 갔다. 기회가 있으면 반환했다. 대변인, 심지어 청와대 대변인에게 전화를 걸어 되돌려준 적 있다"고 소개했다.

"촌지 주고 느닷없이 가버리면 특파원단 간사에게 처리를 일임했다"고 말했는데, 워싱턴특파원 출신의 한 신문사 간부는 "특파원 시절 정 사장이 촌지 문제로 다른 특파원들과 관계가 껄끄러워지는 상황에 처하면 자신이 받은 몫은 특파원단 활동비로 돌려 '위기'를 모면하곤 했다"고 회고했다.

정 사장은 "개인의 결단으로는 촌지를 뿌리치기 힘들다. 집단의 윤리로 제재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언론사윤리강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치고 회원권도 없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미국에서 골프 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으나 시간을 많이 뺐더라. 여행 다니고 영화보고 책 읽고 음악 듣는 게 더 생산적이었다. 또 하나, 미국도 역시 골프가 비싼 스포츠다. 골프라는 스포츠에 대해 부정적이다."

▲ KBS가 대주주로 인사권을 행사하는 연합뉴스 사장은 어떻게 뽑을 생각인가?

내가 KBS 사장된 사실과 과정을 보면 어디에서 찍어서 이사회에서 하는 게 아니고, 노조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공개적인 프로세스를 겪지 않았나? 과거에는 어디에선가 내정했고, 이사회는 형식적인 절차였다. 김중배씨가 2001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MBC 사장으로 결정된 게 약간의 예외였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 사장 뽑는 시스템이 달라졌다. KBS는 물론이고, 연합뉴스, MBC, YTN 모두 사장 뽑는 시스템이 달라졌다.

(연합뉴스 사장도) 과거에는 대통령이 내정하면 됐는데... 이런 시스템이 자리잡아야 한다. 공개적인 후보 검증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준들을 적용해서 이사회에 (후보를) 복수로 올리면 이사회에서 충분히 검토해서 하는 시스템... 누구를 뽑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KBS 사장처럼 연합뉴스의 차기 사장도 그런 메커니즘과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거 원칙의 문제라고 보고, 연합뉴스 조직체가 어떻게 할 지는 봐야겠다. 이사회를 열어서 연합뉴스 사장 인사를 논의할 것이다.

▲ DTV 전송방식에 대한 입장은?

그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공부 못했다. 유럽, 일본, 미국식 있는 데 장단점은 다 있다고 본다. 워낙 민감한 문제라서.... 사내에도 여러 견해가 있으니 얘기를 충분히 다 듣고, 결정 내리게 되면 얘기하겠다.

▲ 칼럼에서 특권층을 공격했는데, 재산은 어느 정도인가?

(법에 따라) 재산은 곧 공개할 것이다.

▲ KBS의 방만한 조직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은? 개혁적 프로그램의 제작계획은?

지켜봐야겠다. 앞으로 파악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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