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3.04.30 22:44수정 2003.05.01 11:08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결혼하고 애를 낳은 여자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나 또한 출산 이후 불어난 체중 때문에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불어난 살을 어떻게 뺄 것인가를 놓고 지금까지도 고민을 계속 하고 있다.
결혼 전만 해도 훌쩍한 키에 50kg도 안된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제일 날씬한 축에 들 정도로 몸매에 자신있는 아가씨였다. 게다가 먹어도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었으니 과식을 하는 것에도 별 신경을 쓰는 편도 아니었다.
연애시절 남편은 그런 내가 너무 말라 보인다며 자신은 비쩍 마른 여자보다는 좀 통통한 여자가 보기 좋다는 말로 많이 좀 먹으라고까지 할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큰 아이 낳고 빼지 못한 몸에 둘째까지 낳고 나니 원래의 체중으로 돌아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다. 거울 속에 비친 팅팅 부은 것 같은 부스스한 내 모습을 보면서 반성과 각성을 번갈아 가면서 살을 꼭 빼고 말겠다는 다짐을 한 것도 수십번.
한 번 잃으면 회복하기 힘든 건강처럼 원래의 내 본모습을 찾기란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 출산 이후 어린 두 아이를 키울때까지 남편은 한번도 내 몸에 대해서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애 엄마가 된 여자들이 대부분 비슷하게 사는 모습처럼 나도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남편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 영부인 되기 싫으면 살 좀 빼라."
어느 날 저녁 남편은 설거지를 하고 있는 내 뒷통수에 대고 선전포고를 해 왔다.
" 영부인이라뇨? 도대체 무슨 소리에요?"
" 살 좀 빼라고. 난 죽어도 목 없고 허리도 없는 여자랑은 살기 싫은 사람이다."
이때부터 남편의 나에 대한 살빼기 작전은 은근히 시작되고 있었다.
같이 차를 타고 가다가도 거리에 뚱뚱한 여자들이 걸어가면 귀에 거슬릴 정도로 비하를 하면서 나를 보는 것이었다.
애 둘 낳고 여기저기 살이 붙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목도 없고 허리도 없는 비만까지는 아니라고 자신만만하고 있었는데,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단 말인가? 하긴 밖에서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집에 있는 아내와 다른 여자들을 자연스럽게 비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어떻게 결혼도 안 한 여자와 비교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남편의 이기적인 생각에 반기를 들지 않을 수 없었다.
" 나만 그런 줄 알아 ? 다른 여자들도 다 마찬가지라구. 결혼해서 애 하나만 나아 보라구 그래."
" 밖에 나가보면 당신처럼 애 둘 데리고 다니는 여자들 중에 처녀 같은 애엄마들도 얼마든지 있더라."
그럼 남편도 지지 않고 대꾸를 하면서 기를 죽여 놓기 일쑤였다.
자기 옷뿐만 아니라 애들과 내 옷 가지들도 사 들고 오기 좋아하는 남편은 어제도 자기 티와 내 것을 나란히 사왔다. 그런데 한눈에 봐도 입으면 꽉 낄 정도로 작은 것이었다.
" 좀 작다 싶은 걸로 입도록 해봐. 자꾸 펑퍼짐한 것만 입으니까 살이 안 빠지는 거야."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저녁 상을 마주 앉을 때도 눈치를 주어 수저를 빨리 놓게 만든다든지 일부러 어디 외출할 때 나만 쏙 빼놓고 애들만 데리고 다님으로 해서 자존심을 견드려 보기도 하는 것이었다.
이쯤되니 나 또한 내 몸에 붙은 살들을 어떻게 해서든지 빼야겠다는 오기와 의욕이 일어났다. 하루 세끼 먹는 분량을 조금씩 줄여 나가면서 저녁 식사는 6시 이후에는 절대 하지 않고 채소와 물을 많이 섭취함으로 해서 공복을 다스리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간 나는대로 집안에서 할 수 있는 가벼운 스트레칭 운동을 겸했다. 아직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꾸준히 노력해서 언젠가는 남편 앞에서 당당히 체중계에 오를 수 있는 날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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