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익 못내고 투자유치 근거없어"
진로 "골프로비받고 채권자 편들었다"

[심층분석] 참이슬 '진로'의 법정관리 결정 놓고 논란

등록 2003.05.18 23:39수정 2003.05.2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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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노조원의 법정관리 반대 요구는 결국 법원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진로 노조원의 법정관리 반대 요구는 결국 법원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진로 노조
16일 강남구 서초동에 위치한 (주)진로 본사의 정문은 노조원들에 의해서 막혀 있었다. 진로 법정관리인으로 지정된 이원 전 현대 아산 개성사업단장은 회사 정문만 바라보다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지난 14일 서울지방법원 파산부(변동걸 수석부장판사)의 진로 법정관리 결정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진로 노조원들은 법정관리 결정에 반발, 참이슬 소주 생산라인을 중단시켰다가 '참이슬 품귀' 현상을 막기 위해 16일 다시 업무에 복귀했다. 그러나 직원들의 반발은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서울지방법원 파산부는 결정문을 통해 "진로는 화의인가 후에 5년 동안 연간 평균 10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도 이자 등의 비용지급 부담이 과중해 경상이익이나 당기순이익을 한번도 내지 못했다"면서 "화의 조건에 따라 올해부터 분기별로 적게는 700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씩 5년 동안 1조8000억원을 상환해야 하지만 이의 실행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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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부는 진로의 외자유치 계획에 대해서도 "유치계약 당사자, 투자액의 규모, 방식, 시기 등에 관한 근거 있는 자료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진로측은 "파산부의 이번 결정이 대다수의 국내 채권자들의 의사보다 소수의 외국계 채권자들의 의사를 존중했다"며 "도산법의 이념인 채권자평등원칙에 반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진로는 왜 파산부가 외국기업인 CSFB(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톤)를 주간사로 선임한 후에 2년여에 걸쳐 진행해 온 외자유치 과정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이 때문에 진로는 법정관리 개시 결정에 불복, 즉각 고등법원에 항고를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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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절한 골프 회동?

진로는 '이해 할 수 없는' 파산부의 결정이 이미 예고돼 있었다고 주장한다. 진로가 제기하는 의혹은 지난 3월 8일 오후12시 30분께 경기도 용인에 있는 레이크 사이드 컨트리클럽에 모여 골프를 친 서울대 법대 66학번 동기 4명의 만남에서 비롯됐다.


이날 골프 모임에는 서울지법 파산부 변동걸 수석부장판사와 한달 후인 4월 3일 진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골드만 삭스측 소송 대리인 김학대 변호사, 그리고 문상목 전 진로 사장과 강영수 변리사가 참석했다.

진로는 '서울대 법대 동기생들의 골프 모임'이 법정관리 결정을 위한 사전 모임이었다고 보고 있다. 진로노조 박용호 서울지부장은 "골드만삭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한 달 전 서울대 법대 동기인 변동걸 판사와 김학대 변호사가 미리 만나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알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 사실이 불거지자 4월말 김학대 변호사는 골드만삭스 소송 대리인을 그만두고 대신 이아무개 변호사가 소송대리인으로 선임됐다. 김학대 변호사에게 몇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여직원으로부터 "통화가 어렵다"는 이야기만을 들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문상목 전 진로 사장은 "사적인 모임이었고, 골프를 치면서 지나가는 말로 진로 근황을 묻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참이슬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소주 기업 진로가 법정관리로 흔들리고 있다
▲참이슬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소주 기업 진로가 법정관리로 흔들리고 있다
그렇다면 진로 생사를 쥐고 있었던 파산부 변동걸 부장판사는 어떤 입장일까. 변동걸 판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주 만나는 대학 동기들이었고 그날 골프 모임은 강영수 변리사가 주선했다"면서, "사적 모임을 진로 법정관리와 연관시키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변 판사는 "골프를 치고 나서도 그린피를 4명이 동일하게 냈기 때문에 로비라고도 볼 수 없다"며 "오히려 진로가 이 사실을 법정관리 결정에 협박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반박했다.

변 판사는 마지막으로 "외국자본도 똑같이 취급해야 한다"며 "공정 경쟁을 통해 입찰을 해야 진로가 더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법정관리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변동걸 부장 판사와 일문일답 내용.

- 법대 동기 3명과 3월초에 골프를 친 것은 사실인가.
"김학대, 강영수, 문상목과 레이크 사이드에서 골프를 쳤다. 모두 대학 동기들이다."

- 김학대 변호사와는 법대 동기이고 오랫동안 법원에 함께 근무했는데.
"전관예우는 법원이 만든 말이 아니라, 사건을 위임하는 쪽에서 만든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소송에 이로울 테니까. 김학대와 물론 친하다. 그러나 진로 쪽 변호사와도 역시 친하다. 그 사람들과도 법원에 함께 있었다. 친한 것 가지고 이야기하는 건 의미가 없다. 서초동에 오랫동안 근무한 사람으로 그런 말을 들으면 모독감을 느낀다."

- 골프 그린피는 누가 냈나.
"20만원씩 4명이 똑같이 냈다. 겨우 20만원 받고 그렇게 큰 사건 처리해 주겠냐. 스토리 자체가 악의적이다. 회사는 법정관리결정 전에 협박수단으로 골프 친 사실을 물고 늘어졌다. 그래도 안되니까 보복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 김 변호사가 골프 건 때문에 중간에 사임을 했나.
"중간에 말이 너무 많았다. 나한테 한편으로 미안하고, 혹시나 판결에 불리하지 않을까 해서 사임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 진로 쪽에서는 연간 1000억원 영업 이익이나 외자 유치 등의 조건이 판결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1년에 1000억 원씩 영업이익을 내지만 1년에 갚아야 할 돈은 4000억 원이다. 그리고 외치 유치는 실체를 확인할 수 없었다."

- 채권단 64%가 법정관리를 반대했다고 하는데.
"채권단 64% 가운데 진로 우호 채권을 빼면 실제 법정관리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많지 않았다. 외국 자본인 골드만 삭스가 진로를 빼앗았다고 선정적으로 접근하는데, 골드만삭스가 진로를 가져간 것은 결코 아니다. 채권자의 한 사람으로 개시 결정에 빌미를 줬을 뿐이다. 그 이상 어떤 권한도 없다. 그리고 외국 자본도 똑같이 취급해야 한다. 안 그러면 우리 나라 경제 감당 못한다. 더구나 회사정리법 제3조에는 외국기업에 대해서 차별하지 말라고 나와있다."

- 노조의 반발을 무릅쓰고 법정관리 결정을 한 이유가 뭔가.
"무엇보다 법 자체에 충실했고, 공정 경쟁을 통해 입찰을 해야 더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회사를 팔아야 근로자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근로자들도 이점을 알았으면 좋겠다. 바뀐 것은 경영권을 장진호가 가지느냐, 법원이 가지느냐 밖에 없다. 격렬하게 반대한다고 해서 거기에 휘둘리면 재판 못한다."

파산부 법정관리 결정 대해 진로가 항고함에 따라 이 사건은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에서 다시 심리될 것 보인다. 진로의 법정관리 결정이 외국자본인 골드만삭스를 공평하게 취급 한 것인지, 아니면 골드만삭스에게 막대한 이득을 준 것인지는 시간이 좀 지나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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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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