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시대 민주주의를 생각함

민주주의는 정치인만을 위해 준비된 것이 아니다

등록 2003.06.16 10:45수정 2003.06.1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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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은하에는 약 2천억개의 별이 있으며, 우주 전체에는 헤아리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은하가 있다. 지구의 모래알(Billions and Billions) 만큼이나 많은 별들이 우주안에 흩어져 있다. 그렇게 많은 별들 가운데 지구처럼 인간같은(인간보다 더뛰어나든 부족하든) 고등 생물체가 살고 있는지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우리에게 텔레비전 시리즈물 <코스모스>와 영화 <컨택트>의 원저자로 잘 알려진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은 우주는 인간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우주는 인간만이 존재하고 향유하기에는 너무도 넓고 크며 아름다운 곳이라서 반드시 외계에 인간을 뛰어 넘거나 또는 인간보다 못한 생명체라도 존재할 것이라는 뜻일테다.

아직도 우주는 팽창하고 있고 우주의 끝은 없다. 이처럼 무한한 곳에서 인간만이 유일하며 절대적 존재라고 믿고있는 사람들을 순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천문학자의 입자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귀결일테다. 인간이 찾아내든 찾아내지 못하든 간에 무한한 공간에서 지구만이 지능이 있는 행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것이 세이건이 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한편 무한한 밀도와 질량으로 분출된 빅뱅 이후 150억년(최근 우주의 나이가 120억년이라는 설도 있다)이라는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이 흘렀고 45억년 전 지구라는 푸른 한점의 행성이 나타났다. 수억년이 흘러 우연인지 필연인지 지구에 박테리아나 단세포생물들이 만들어지고 15억년 전쯤 척색류(脊索類-척추가 될 기미가 보일 정도의 흔적이 있는 원시생명체)같은 원시생명체가 원시지구에 탄생했고, 주라기 공룡처럼 멸종과 생성의 시대를 거쳐 500만년전쯤 인간과 침팬지가 갈라져 나왔다.

우주에 생명체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통계학적으로 200조분의 1의 확률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주 수천억개의 많고도 많으며 넓기도 넓은 곳에 생명체가 탄생할 확률이 이토록 적고, 설사 생명체가 나타났다 할 지라도 지능있는 생명체로 발전해갈 확률이라는 것은 정말이지 로또 복권 당첨확률은 비교의 대상정도가 아닐 것이다.

아무튼 우리 우주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인간은 확실하게 지구에 존재한다. 지구라는 작지만 아름다운 행성에 인간이 있음으로 해서 우주라는 거대 무한 공간의 존재의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점차 풀어지고 파헤쳐질 우주의 신비를 생각하면서 별들이 총총한 하늘을 바라보면 참으로 가볍게 볼 수 있는 것들이 하나도 없다는 경외감이 들곤한다.

인간의 역사가 흐르고 흘러 고전물리학과 상대성이론이 나왔고, 이러한 터전 위에서 천체물리학과 양자물리학의 괄목할 발전으로 빅뱅이론이 탄생했다. 최근에는 초끈이론이 만들어져 10차원적 우주의 신비를 풀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인간은 태양계에 있는 작은 행성인 화성에도 가본적이 없을 정도로 우주에서는 작고도 작은 나약한 존재에 불과하다. '맨 인 블랙'이라는 영화처럼 지구에 수많은 우주인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이는 풍부한 감수성과 상상력의 결과일 뿐이다.


또한 지구에서 가장 가깝고 이후 우주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 그리고 지구의 위성 행성으로 그나마 적합하다는 화성까지의 거리도 8400만킬로미터가량 된다고 한다. 빛의 속도로 가더라도 4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인간이 지금 만들어낸 우주선으로는 지구의 인력정도를 극복할 정도의 속도일뿐이이다. 또한 일상적으로는 그러한 속도를 낼 수 없으며, 현재 수준에서 화성까지 왕복하는데만 거의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1665년경 아이작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뉴턴은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서 달까지 가려면 시속 4만킬로미터라는 속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계산했다. 그러나 말과 마차가 동력의 거의 전부였던 뉴턴의 시대에 시속 4만킬로미터 속도를 내야한다는 것은 말그대로 상상일뿐 가능해 보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만유인력의 법칙 발견후 300년만에 인간을 실은 우주선을 달에 착륙시켰고,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극복하기 힘든 것들도 이제 과학의 힘과 총인류의 경제적 성장 및 재부를 근거로 점차 극복되어가고 있다.

민주주의의 과정도 이와 같다. 민주주의와 자유의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을 곱씹어야만 하는 인고의 시대에 수많은 사람들이 억압속에서 자신의 자유를 강탈당했거나 기꺼이 반납했다. 그러한 대가로 이제 제도와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해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가 마련되었고, 점차 분권과 참여형 민주주의로 직접 민주주의의 단계로 성숙되고있는 시점이다.

그러고 보면 4.19나 5.18 그리고 6.10민주항쟁으로 이어진 정치적 빅뱅에서 민주주의라는 것도 계속적인 팽창과 확대의 과정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다만 확대되고 팽창된 참여의 공간에서 우리의 몫이라는 것이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짐짓 숙연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에 우리가 서있게 된 것이다.

칼 세이건이 우주라는 것이 인간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일갈했듯 민주주의를 논하고 참여를 통한 시대정신을 실현해 내는 것 역시 소수의 정치인만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나 틀일 수 없다. 또 우주에 생명체가 존재하기위해선 엄청난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가능할 수 밖에 없도 엄연한 현실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도 그리고 정치에 참여해서 새로운 비전을 현실화 해내는 것도 역시 고단한 길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인간은 꿈꾸어 왔던 많은 상상들을 하나 하나 현실화해 냈다. 뉴턴도 라이트 형제의 꿈도 현실화 되었고 얼마후면 장생불사의 진시황제의 꿈도 현실로 다가올 태세다. 달에 디뎠던 첫 걸음의 의미가 인간이 언젠가는 지구라는 요람에서 나와야만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것처럼 민주주의의 새로운 도약과 인간의 진보를 위한 길역시 현실을 딛고 뚜벅뚜벅 걸어나오려는 사람들 다들 더럽다고 이야기하는 판에 기꺼이 뛰어들어 판을 바꾸어낼 참여자가 절실한 때다. 요람에서 꿈꾸는 나약한 모습이 아닌 철저한 자기준비와 희생 그리고 벅찬 상상력에 대한 도전정신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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