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밤에 펼쳐드는 '고전'적 피서법

무더운 여름날, <셜록 홈즈 전집>을 펴들고

등록 2003.07.01 22:21수정 2003.07.03 08:28
0
원고료로 응원
a <셜록 홈즈 전집> 책표지

<셜록 홈즈 전집> 책표지

해마다 여름이면 무더위를 피해가고 싶은 심정이 가득하다. 그 때마다 꺼내드는 책이 바로 추리소설. 범인을 잡는 탐정의 번뜩이는 눈매나 유유히 살인을 저지르고 달아나는 흉악범을 소설 속에서 대하노라면 언제나 기분이 오싹하기만 하다.

‘추리소설’이라는 표현이 처음 사용된 것은 1878년 미국 소설가인 안나 캐서린 그린의 <레븐워스 사건>에서였다. 그러나 추리소설을 대중화시키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아서 코넌 도일부터이다. 그가 창조해 낸 <셜록 홈즈>는 추리소설 역사상 최고의 탐정이라는 자리를 지금까지도 확고히 지켜오고 있다.


셜록 홈즈 시리즈는 누구나 어린 시절 통과의례처럼 한번쯤은 읽어보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비상한 두뇌에다 만능 스포츠맨, 거기다 모르는 게 없는 해박한 지식, 그리고 두려움 없는 용기를 가진 이 천재적인 탐정은 그의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추리에 어린 마음에도 혀를 내두르곤 했던 기억이 있다.

코넌 도일이 쓴 셜록 홈즈는 총 단편 56개와 장편 4개로 이루어져 있다. 셜록 홈즈가 국내에 처음 소개된 곳이 1948년이었고 그 이후 한국출판공사나 문공사, 일신서적 등에서 축약이나 부분 완역 등으로 조금씩 선보이다가 최근 들어 ‘완역된’ 셜록 홈즈 전집이 새롭게 출간되었다.

범죄 사건이 일어나고, (런던 경찰국의 경감들도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지 못하는 것은 필수!) 사건이 미궁에 빠져 있을 때 홀연히 등장하는 셜록 홈즈. 그는 사건 현장을 경감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면밀히 조사해 나간다. 그 뒤 밝혀지는 범인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엉뚱한 곳에서 등장하게 되고, 사건의 전말을 이해하지 못하여 어리벙벙한 와트슨과 경감들을 위한 홈즈의 상세한 설명은 뒤이어 나오는 추리소설의 전범으로 자리잡았다.

이 책에 실린 작품에서는 셜록 홈즈의 추리력과 기지가 그 극점에 달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건의 모습도 제각각, 이를 해결해나가는 과정도 제각각이지만 사건을 처리해나가는 홈즈의 기지 넘치는 태도만은 변함이 없다.

셜록 홈즈의 실제 모델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작가 코넌 도일의 애든버러 대학 시절 은사인 조셉 벨 교수라고 한다. 벨 교수는 환자의 상태를 상세히 관찰해 직업 등을 짐작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이 짐작이 대단히 정확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180cm정도의 키에 깡마른 체구, 날카로운 눈과 콧날이 선 매부리코, 그리고 네모진 턱,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첫 장편 <주홍색 연구>에서 와트슨은 뭐든지 척척 알아내는 신기한 사람 홈즈에 대해서 의아한 듯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한, <바스커빌 가의 개>는 셜록 홈즈가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떨어져 죽은 후, 6년만의 신작으로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4개의 장편 중 가장 탁월한 작품으로 꼽힌다. 눈과 입에서 불을 뿜는 개의 비밀을 밝히는 내용으로 이성을 초월한 불가사의한 힘과 맞선다는 면에서 이례적인 작품이다. 그밖에 <실버 브레이즈>, <입술이 비틀린 사나이>, <네 사람의 서명> <붉은 머리 연맹>등의 작품도 모두 홈즈의 추리력을 엿볼 수 있다.

하나의 ‘이즘’이나 ‘주의’로 전체를 설명할 수 없는 이 시대에 틀 속에서 모든 것을 통제하며 질서를 되돌리는 명탐정 셜록 홈즈는 시대착오적인 캐릭터일지도 모른다. 이미 추리소설은 분화할 만큼 분화했고 너무나도 많은 현대적인 탐정들을 쏟아냈다. 그가 분명 현대에 통하지 않는 탐정이라고 해도, 단언하건대 그의 작품은 다시 읽혀질 가치가 있다.


<셜록 홈즈 전집>은 근대적인 의미의 추리소설과 그 구성요소들이 어떤 식으로 자리잡고 발전해갔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소중한 텍스트이다. 이 작품을 기점으로 고전 추리소설은 극에 달했으며 또 그것에 대한 싫증이 하드 보일드라는 걸출한 서브 장르를 탄생시키기도 했으니 말이다.

누구나 셜록 홈즈로 추리 소설에 빠져들 듯 우리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추리소설 한 가운데에 항상 셜록 홈즈가 자리잡고 있다. 여름밤에 펼쳐드는 너무나‘고전’적인 피서법이라고 해도 너무 멋지지 않은가, 이 홈즈라는 사나이는.

홈즈를 탄생시킨 코넌 도일

아서 코넌 도일은 1859년 스코틀랜드의 애든버러에서 태어났다. 애든버러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런던에 정착하여 의업에 종사하며 시간이 날때마다 글을 썼다. 그러다가 <주홍색의 연구>를 통해 역사상 가장 유명한 탐정, 셜록 홈즈를 창조해 냈고 큰 인기를 얻었다. 한 때 이 캐릭터에 싫증을 느낀 코넌 도일은 <마지막 사건>이라는 작품에서 셜록 홈즈를 죽이기도 했지만, 수없이 쏟아지는 독자들의 성화에 결국 다시 살려내고 말았다. 그는 추리소설 작가 뿐만 아니라 역사가, 고래잡이 선원, 운동 선수, 신문 특파원, 심령술사 등 수많은 직업들을 섭렵했다. 그리고 자신의 추리 방식을 이용해 실제로 벌어진 두 사건에서 피고인들을 옹호한 적도 있다. 그는 보어 전쟁 동안 남아프리카 야전 병원에서 일한 공로로 1902년 기사 작위를 받았고, 1930년 사망했다.

셜록 홈즈 전집 양장 세트 - 전9권 (1판) - 일러스트 500여 컷 수록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황금가지, 2002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2. 2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3. 3 '검찰 유도신문' 녹음 파일 통했나... "최재영 청탁금지법 기소" 결론 '검찰 유도신문' 녹음 파일 통했나... "최재영 청탁금지법 기소" 결론
  4. 4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5. 5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