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멸치 그물가득 "오늘도 풍어다"

7월 1일 법정출어기를 맞아
조업에 나선 권현망어선 '대영호' 조업승선기

등록 2003.07.04 18:38수정 2003.07.0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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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 속에 가득한 멸치떼를 바라보는 선원들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터진다.
▲그물 속에 가득한 멸치떼를 바라보는 선원들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터진다. 김상현
통영 등 경남일대 기선권현망 50여개 선단, 250척이 지난 1일 금어기 3개월 동안의 긴 침묵을 깨고 일제히 조업에 나섰다.

장마철인데도 모처럼 맑게 개인 지난 2일 오전 10시 경남 통영시 선적 대영호 선단(선주 정기식)의 가공운반선(일명 이리야)에 승선, 20여개 선단, 100척 가까운 권현망어선들이 밀집조업이 한창이라는 통영시 사량면 사량도-우수도 바다를 찾아 나섰다.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가공운반선 대영7호가 동호항을 나서자, 테니스장 크기의 갑판 한 가운데를 '떡'하니 차지한 멸치자숙기에서 멸치를 삶는 간수(소금물)를 끊이기 시작했다.

기관장 김형환(49·경력 20년)씨가 익숙한 솜씨로 불길을 댕기고 송풍구를 열고 닫으며 불길의 세기를 조정하느라 분주하다.

"조금만 적게 삶아도 맛이 없고, 너무 삶으면 물러 터진다"는 설명처럼 멸치의 품질은 '기관장의 멸치 삶는 기술'에 달려 있다.

경남 통영시 사량도-우수도 일대 통영, 마산, 선단 100여척 빼곡 조업

멸치를 삶고 말리는 가공운반선(이리야)의 선장실
▲멸치를 삶고 말리는 가공운반선(이리야)의 선장실 김상현
1시간쯤 지나 통영시 산양읍 추도를 벗어나자 본선인 대영12호(선장 정연만 71·경력 50년)과의 무선 연락이 분주해진다.


통영시 욕지면 두미도-사량면 사량도-두미도 사이 삼각 해역에 20개 선단 100척이 넘는 선단이 빼곡이 밀집조업을 벌이다보니 본선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워 보인다.

수심 수십 미터 속을 헤엄치는 멸치 떼를 정확하게 찾아내기 위해 1억원이 호가한다는 소냐 1개와 어탐기 2개, 무전기 8개를 갖췄다는 대장격인 어탐선 대영9호가 얼핏 보인다 싶더니 사량도 방향으로 붉은 그물(오비기)을 나란히 끌고 있는 본선 11호와 12호가 눈앞에 들어왔다.


잇따라 100여척이 넘는 권현망어선들이 눈 속에 담긴다. 대영호 뒤에는 다른 선단의 본선이 연신 그물을 다른 방향으로 끌고 있고, 그 옆에서는 수많은 가공선들이 현장에서 잡은 멸치를 삶느라 허연 수증기 기둥 수십개를 연신 하늘로 쏘아 올렸다.

멸치 은빛 비늘이 햇살에 번쩍거려, 1회 투망에 800kg 풍어

레이더를 가득 메운 멸치배들 (하얀 점들이 모두 멸치잡이 어선이다)
▲레이더를 가득 메운 멸치배들 (하얀 점들이 모두 멸치잡이 어선이다) 김상현
본선인 대영 11호와 12호가 서로 거리를 좁히더니 나중에는 간판을 서로 붙이더니 그물을 물 위로 끌어올린다. 17, 18명의 선원들은 그물코가 촘촘한 자루그물이 올라오기를 기다린다.

이윽고 청정해역에서 통통하게 살을 찌운 멸치 떼가 은빛 비늘을 번쩍이며 그물 사이를 헤엄쳐 다니기 시작했다. 멸치 떼가 그물 한가득 잡혔다 싶을 때쯤, 경력 30년의 가공선 선장 정진훈(51)씨가 "한 1200발 가량 될 거야. 오늘 풍어다"라고 귀띔을 해준다.

예전처럼 선원들의 풍어가나 만선가는 들을 수 없었지만, 그물 속에 가득 담긴 은빛 멸치 떼을 바라보며 선원들도 '풍어'를 직감했는지 얼굴 한가득 웃음이 피어난다.

청정해역에서 갓 잡은 싱싱한 멸치 바로 삶아 품질 최고

경남 통영의 사량도-수우도 일대 해역에서 멸치를 잡는 어선들
▲경남 통영의 사량도-수우도 일대 해역에서 멸치를 잡는 어선들 김상현
곧바로 '피싱펌프'라는 연결통로를 통해 어획된 멸치가 가공선으로 옮겨지고 선원들은 다시 발에 조금씩 골고루 멸치를 담아 일찌감치 멸치자숙기 속에서 펄펄 끓여놓은 간수에 멸치를 넣어 삶아낸다. 이 모든 일이 불과 30초도 안 되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다.

경력 50년 최고참인 대영12호 선장 정연만씨는 "통영 멸치는 미국 FDA가 인정하는 깨끗한 바다 청정해역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멸치를 현장에서 곧바로 삶아내기 때문에 신선도와 품질에서 예부터 전국은 물론 세계 최고의 귀한 대접을 받았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여름멸치 3발로 2kg소포장 멸치를 만들 수 있다고 하니 방금 전 투망으로 대영호 선단은 약 400상자, 약 800만원어치 분량의 청정해역산 멸치를 잡아 올린 셈이다.

경남 관내 멸치선단들이 어획한 멸치는 기선권현망수협을 통해 위판되는데, 지난해 1천116억, 2만2천톤의 멸치가 이곳에서 위판돼 국내는 물론 일본 등지로 수출돼 남해안 경제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물 가득 잡힌 은빛 멸치떼들, 한번 투망에 800kg 가까이 잡혔다.
▲그물 가득 잡힌 은빛 멸치떼들, 한번 투망에 800kg 가까이 잡혔다.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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